지인들을 만나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보면 사는 곳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기 동네에 대해 험담이라도 하면 얼굴이 금세 굳어진다.

그들이 자신의 동네를 최고 동네로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대부분 길이 막힘없이 통하는 사통팔달의 교통여건을 갖췄다는 점을 얘기한다. 하지만 요즘은 고속도로를 비롯한 도로가 잘 뚫려있고 지하철·전철이 속속 신설되면서 우리 동네만 사통팔달이라고 자랑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무안하다. 거칠게 말해 전국에 '사통팔달의 고장'이 아닌 곳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아파트가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고 자랑하기에도 낯 뜨겁다. 지하철이 대거 들어서면서 서울 시내 1000가구 이상 대단지 가운데 역세권이 아닌 곳이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노선 2개가 교차하는 더블 역세권이나 3개가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쯤 돼야 자랑거리가 된다. 그럼에도 자신이 사는 동네를 사통팔달, 역세권으로 자랑하는 것은 교통혁명이라는 시대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 동네 최고' 현상은 그 동네에 오래 살다보니 정들어 모든 게 좋아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낯 익는 대상에 호감을 갖는다. 처음에는 콘크리트 건물이 삭막한 시멘트 덩어리 같지만 정들면 자식 같이 사랑스럽다. 집 앞의 볼품없는 야산도 자주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리는 사실 어떤 대상에 호감과 비호감의 이유를 대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적으로 이를 '단순 노출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면 브랜드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상품 품질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덜컥 고르는 식이다.

직장인이 자신이 속한 회사 주식을 매입하거나 지역주민들이 그 지역에 본사나 공장이 있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회사의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이보다는 잘 아는 회사가 좋은 주식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것이 더 큰 이유다.

그러나 친숙하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자칫 판단 착오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주변을 안전지대로 여긴다. 범인들이 골목길까지 잘 알아 도주하기 좋은 자신의 거주지 부근에서 범행을 많이 저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 범위 역시 집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부산 사람들은 대체로 부산시내나 그 인근인 울산, 양산, 김해 부근에 아파트나 땅을 산다. 강원도나 제주도 사람들도 부동산에 투자할 때 그 동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투자는 부동산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주관적인 선호에 따라 결정하기 쉽게 만든다. '익숙하니 좋고, 안전하다, 그러니 투자한다'는 사고방식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