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세계적인 경제전문가 해리 덴트 역시 한국의 부동산가격이 향후 10년간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세계경제가 계속 부진할 것이고 호황기로 돌아서더라도 한국은 낮은 출산율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새로운 성장시대에 동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리 덴트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근거해 198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와 1990년대 미국경제호황을 정확히 예측해 유명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고 있다.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부동산시장이 지난해 저점을 지났으며 올해부터는 완만한 회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3.2~4.1%)이 지난해(2.8%)보다 더 양호해지고, 규제완화와 세제·금융 등 정책적 지원이 확대돼 개인의 주택 구매여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셋값 상승, 주택매매로 이어질까
크레디트스위스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 축소, 거시경제 개선 전망 등에 근거해 부동산시장 회복을 예상했다. 전국의 전세가격은 2009년 3월 이후 58개월 동안 연속 상승했으며 상승폭이 37.7%에 달했다.
이와 같은 전세가격 상승은 주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증거이며, 전세를 구하는 사람은 구매의 필요성을 가진 잠재적인 실수요자로 볼 수 있다. 다만 구매여력이 어떤지가 문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작년 하반기 이후 주택거래량이 늘어난 것도 부동산시장이 부진한 상태에서 탈출하는 조짐으로 봤다.
또 지난 7년간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동안 소득은 늘고 금리는 낮아져 주택 구매여력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성장률 개선은 주택시장회복 시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해리 텐트가 향후 10년간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끝났다고 전망할 당시, 그가 세계경제의 다른 부분에 대해 내놓은 전망도 틀린 부분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차 위기가 닥칠 것이며 남유럽 국가 채권이 디폴트 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덜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머니투데이 2012년 7월10일).
아울러 그는 자산을 늘릴 때가 아니고 현금을 확보해둬야 하며 2~3년 뒤 자산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 확보해둔 돈으로 자산 쇼핑에 나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말한 이후 그의 말과는 반대로 글로벌경제가 회복되면서 주요 국가의 자산시장은 주식과 부동산 모두 대폭 올랐다.
지난해 세계 주택가격은 4%가량 올랐다. CNN머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두바이(28.5%), 중국(21.6%), 홍콩(16.1%), 대만(15.4%), 인도네시아(13.5%), 터키(12.5%), 브라질(11.9%), 콜롬비아(11.8%), 독일(11.2%), 미국(11.2%) 등은 지난해 높은 주택가격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위기로 국가부도 위기까지 겪었던 두바이는 지난해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국가가 됐으며 올해도 10~1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중국은 70개 주요도시의 신규주택 평균 가격이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대비 9.9% 상승해 사상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베이징(16.3%), 상하이(18.2%) 등은 상승폭이 더 컸다.
중국에서는 부동산가격이 2009년부터 계속 상승해 2011년부터는 외지인의 주택 구입을 제한하고 상하이와 충칭에 부동산 보유세를 시범 도입한바 있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도시별 주택가격 통제 목표치를 설정했으며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대도시의 경우 지난해 11월 주택대출금에 대한 첫 상환금 비율을 기존 60%에서 70%로 올리는 조치를 취했지만 집값 상승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전통적으로 주택가격이 안정적이던 독일에서조차 11.2%나 오른 것이 눈에 띈다. 시드니(14.5%) 등 호주 대도시도 10% 안팎의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일본(7.63%), 영국(5.4%) 등 다른 선진국도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일부 선진국, 부동산가격 사상최고 수준 도달
부동산가격이 사상최고 수준에 도달한 나라도 있다. 필자의 지인은 캐나다의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주택을 구입해 살고 있는데 오랜 세월 움직이지 않던 그 곳의 주택가격까지 많이 올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남의 집 임대가 아닌 자가소유의 집에서 집수리, 집꾸미기를 내 마음대로 하면서 편하게 살자는 평범한 생각만으로 집을 구입해 살다보니 본의 아니게 가격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에서도 주택가격이 2년 연속 오르면서 지난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발표된 대도시 주택가격도 전문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상승률을 보이면서 7년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영국은 100만파운드(약 17억원) 이상의 주택을 가진 부동산 소유자가 1년 동안 31%나 늘었는데 그 중 61%가 런던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1월 불과 한달 동안 런던의 주택가격은 5.4%나 올랐으며 이는 1년 전보다 11.6% 상승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건수도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잉글랜드 전체적으로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연 5.6%였으며 인구 밀도가 낮은 웨일스와 북아일랜드에서도 각각 5.4%, 3.3% 올랐다. 올해 영국 주택가격상승률은 8%로 전망된다.
이처럼 세계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동산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동안 한국의 부동산은 침체기를 이어간 이유로 흔히 가계부채가 거론된다.
그러나 부동산가격 동향은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나타나므로 가계부채만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영국에서도 지난해 10월 가계부채 총액은 1조4300억파운드(약 2472조원)로 집계돼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9월의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영국의 가계부채 증가현상은 주택구매와 소비지출 확대 등 경기회복 조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처럼 똑같은 현상도 해석하기 나름이다. 영국에서 가구당 소득대비 부채비율은 140%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6월 기준 137%다. 아시아에서 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말레이시아로 182%이며 아시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싱가포르는 151%다.
한국의 주택시장이 최근까지 부진했던 이유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주택가격이 하락한 것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다는 것을 거론할 수도 있다. 하락폭이 적어 그만큼 반등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강남권 중대형아파트와 수도권 일부 아파트의 가격은 하락률이 20~30%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컸다.
하락폭이 큰 만큼 어느 정도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시각에도 조심스레 무게가 실린다. 금융위기 시절 하락폭이 컸던 국가들의 주택가격은 이후 반등폭이 상당히 컸으며 일부 국가는 금융위기 이전 가격을 넘어 사상최고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레디트스위스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 회복의 혜택을 받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심리지표상 주택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지적했다.
해리 덴트처럼 인구 고령화를 주택시장의 침체로 연결 짓는 시각과는 달리, 한국의 인구 및 가구 수는 2020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최근 주택시장 침체는 고령화 같은 구조적인 사안에 기인한 것이 아니고 경기순환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주택가격의 조정이 이어진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해 조사에서 한국의 소득대비 집값(price to income ratio)이 38% 저평가됐으며 OECD 27개 회원국 중에서는 일본과 독일 다음으로 집값이 싼 국가에 속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시장에 대한 관심이 워낙 높아서 그럴 뿐 전국적으로 보면 최근에도 주택가격이 오른 곳이 많다. 지난해 수도권은 1.12% 하락했지만 지방은 1.65% 상승했다(한국감정원).
대구(8.96%)와 경북(8.40%)은 주택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집값 상승률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충남(3.38%)도 전국 평균상승률(0.37%)을 크게 초과했다. 서울(-1.41%), 인천(-0.85%), 경기(-0.97%) 등 수도권에서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2012년에도 과천(-8.4%), 용인 수지구(-6.8%), 성남 분당구(-6.2%), 김포(-6.2%) 등 수도권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지방은 상승한 곳이 많았다. 상반기에는 부산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하반기에는 울산지역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연간으로는 울산(7.6%), 대구(6.2%), 광주(4.2%), 경산(10.7%), 구미(9.4%), 대구 달성구(9.3%), 천안 동남구(8.7%) 등이 많이 올랐다.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인구가 더 늘었거나 경기가 더 좋은 것도 아니다. 결국 순환적인 흐름으로 이해해야할 듯싶다. 예전 서울지역의 아파트가격은 많이 올랐음에도 지방에서는 잘 오르지 않던 시절, "지방은 앞으로도 오르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순환적인 흐름이 다시 서울과 수도권으로 올라올지 지켜볼 일이다.
이미 그러한 조짐이 관찰되기도 한다. 서울시의 지난달 주택거래는 4823건으로 지난해 1월(1134건)의 4배를 넘었으며 전국 아파트 거래량도 6개월 연속 증가했다. 누적됐던 미분양아파트가 빠르게 줄고 있으며 집값 상승에 대한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감정가 대비 경매 낙찰가비율도 상승세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경매 낙찰가율은 전월대비 1.1%포인트 올랐고 서울에서는 2.8%포인트나 뛰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대구의 경우 연간 거래건수 중 13%가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2012년(16.8%)에 비해 줄었지만, 서울에서는 지난해 외지 투자자 거래비율이 2012년과 비슷한 16%를 기록했다.
올 들어 강남·서초·송파구 등의 아파트시장에 외지 투자자의 발길이 잦아졌다는 보도도 있다(이데일리 2014.02.13). 강남에서 주거여건이 우수한 지역의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
부동산시장이 순환의 흐름을 형성하더라도 주택에 대한 패러다임은 투자보다 실주거 목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성장성에 의한 시세상승 기대감보다는 현재의 실주거 환경에 초점을 맞춰 선별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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