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휴업일 지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소비자단체까지 팔을 걷어 부치며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대형마트와 지자체의 엉킨 실타래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인천지방법원 행정1부는 지난 2월21일 홈플러스·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유통회사 6곳이 인천지역 지자체 4곳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얻게 되는 공익이 대형마트가 침해당하는 사익보다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법원이 지자체의 손을 들어준 건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과 올해 초 서울행정법원과 광주지방법원은 새로 만든 조례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이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또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시간을 규제한 옛 유통산업 발전법 조항과 관련해 대형마트들이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 기각 판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원이) 전통시장이 많은 곳과 적은 곳을 분별해 지역별 여건에 맞는 영업규제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앞서 지자체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무분별한 진출로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의무휴업일 지정을 강조해 왔다. 반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형마트의 대응은 급기야 의무휴업일 취소 청구 소송으로 치달았다.


이번 소송에는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 에브리데이리테일, CS유통 등이 참여했다.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실효성 없다" 대형마트 '반기'
대형마트 영업규제 논란은 2011년 12월 국회에서 유통산업 발전법이 의결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의무휴업일을 시행한 지자체에는 대형마트가 없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적용된 시기는 2012년 4월 2주차부터다. 의무휴업일은 월 1회 이상 2회 이내였다. 이후 월 2회로 확대됐다. 공휴일에 실시되는 의무휴업은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평일로 변경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일부 대형마트들은 영세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유통산업 발전법 시행 전인 2012년 12월까지도 자발적 (휴업) 동참 분위기가 만연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자체와의 마찰이 빚어졌다. 지자체가 소비자의 선택권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이해관계만 고려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대형마트의 반발로 이어진 것. 또한 시간이 지나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소비자들과 납품업체, 임대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계속되자 대형마트가 지자체를 상대로 반기를 든 것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초반에는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 등 영세상인들과 상생하기 위한 차원에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등에 자율적으로 참여했다”면서도 “하지만 1~2년이 지나도 실효성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은 지난해 매출까지 감소하자 한달에 두번씩 문을 닫도록 한 영업규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3.5% 감소하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국내 매출이 전년보다 0.1% 줄었다. 1999년 창사 이래 첫 뒷걸음질이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4.8% 감소했다. 이들 3사의 지난해 매출 감소액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지난 2월27일에는 서울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2시간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개정안이 시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로써 0시에서 오전 8시까지로 돼 있던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이 오전 10시까지로 확대됐다. 이로 인한 대형마트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일괄적인 영업규제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계속 규제를 이어간다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둘 다 잃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마트·전통시장 모두에 '失'

대형마트들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이 위법하다며 지자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하자 소비자단체는 법안과 정책 감시에 나섰다.

소비자 입장에서 법안과 정책을 감시하는 ‘컨슈머워치’는 지난 2월17일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 소비자 운동을 전개하며 10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소비자 불편과 납품업체 피해,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를 불러 온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폐지돼야 마땅하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전통시장 활성화마저 실현되지 않고 있어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컨슈머워치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의 매출 감소는 고용축소로 이어졌다. 의무휴업일을 시행하고 1년 동안 대형마트 3사에서만 7000명의 일자리가 줄었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가·중소납품업체 등 200만명이 모인 한국유통생산자연합회는 연간 매출이 3조원 감소했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가·중소납품업체들의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시행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전통시장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2년 전통시장 매출은 20조1000억원으로 전년도 21조원에 비해 9000억원 감소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줄어든 소비자의 20%만 전통시장이나 동네슈퍼를 찾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대형마트의 영업규제에 대한 지적에 대해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의 영업을 규제한 만큼 전통시장 등 중소유통이 살아나는 것 같지 않다”며 “소비자들도 중소유통업 활성화를 위해 불편을 감내해왔지만 결국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업체 모두 마이너스게임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또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 일본도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모든 규제를 풀고 도시상권 활성화 제도를 도입했다”며 “강자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상권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은 온라인몰과 편의점이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미래정책연구소는 지난해 온라인쇼핑몰 매출이 38조원으로 전년보다 3조9000억원(11.4%)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연구소는 편의점 매출도 1조원(9.3%)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