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최고의 문화상품은 단언컨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20~30대의 경우 가장 선호하는 문화활동으로 영화관람을 꼽았다. 지난해 국내외 영화를 합쳐 총 관객수가 2억명을 넘었으며 1인당 평균 영화관람횟수는 4.12편으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2위 미국(3.88편), 3위 호주(3.75편), 4위 프랑스(3.44)를 압도하는 수치다(영국 미디어 리서치업체 스크린다이제스트).

한국영화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억270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면서 2년 연속 1억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올해 들어서도 영화관객은 계속 늘어나 1월 한달간 총 2357만명을 기록, 지난해 1월 대비 15.7% 증가했다. 매출액은 15.4% 증가한 1740억원에 달했다. 이 중 한국영화 관객수는 1359만명, 매출액은 990억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또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관객수가 100만명이 넘은 영화는 31편이며 그 중 200만명이 넘은 영화는 19편이다. 1월 개봉한 <7번방의 선물>과 12월 개봉해 올해 초까지 흥행몰이에 성공한 <변호인>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설국열차>와 <관상>은 900만명을 넘어섰지만 아깝게도 1000만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외국영화 중에서는 <아이언맨3>에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려 총 9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이어서 <월드워Z>가 관객수 500만명을 넘었다.

매출액이 100억원을 초과한 한국영화는 지난해 25편이었고 외국영화는 20편이었다. 최고의 매출액을 올린 영화는 <7번방의 선물>로, 914억원을 기록했고 이어 <변호인> 798억원, <설국열차> 670억원, <관상> 660억원, <베를린> 524억원 순이다. 외국영화 중에서는 <아이언맨3>가 매출액 708억원을 기록했다(영화진흥위원회).
 

◆관람료 8000원 중 절반은 극장 몫
국내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총 매출액은 2004년 4400억원이었으나 2009년에는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 뒤로도 매년 매출액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1조5512억원을 기록, 9년 만에 3.5배가량 성장했다.


같은 기간 동안 관객수는 6925만명에서 2억1333만명으로 늘어나 3.1배 규모가 됐다. 내수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영화시장 만큼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요즘엔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고 가정에서 편하게 IPTV나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보는 사람들도 많다. 시장이 극장과 디지털 온라인시장으로 구분된 상태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지불한 돈이 분배되는 방식도 국내 영화시장이 팽창하기 이전과 똑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불한 영화 관람료 8000원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까. 영화 관람료 8000원 가운데 우선 영화발전기금 3%(240원)와 부가가치세 10%(776원)가 공제돼 6984원이 남는다. 이 중 50%인 3492원은 극장 측이 가져간다. 남은 3492원 중 10%(349원)는 배급수수료로 빠져나가고 3143원이 남는다. 우리가 지불한 관람료 8000원 중 투자·제작부문이 가져가는 최종 수익은 3143원이 되는 것이다.

투자·제작부문이 가져가는 이 수익은 우선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때 지분율에 따라 메인투자사와 부분투자사에 배분된다. 만약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해 3143원 전액을 투자사들이 가져가도 투자금에 미치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일부를 손해 보게 되고, 제작사들은 한푼도 가져갈 수 없게 된다.

만약 흥행에 성공해 투자사들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후 돈이 남으면 남는 돈의 최대 40%가 제작사의 수익으로 배분된다. 최종적으로 남는 돈은 다시 투자사들 수익으로 추가 배분된다.

결국 관람료에서 가장 확실하게 돈을 가져가는 곳은 극장이며, 투자사들은 흥행 결과에 따라 수익이 날 수도 있고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영화를 직접 만든 사람들은 관객이 적을 경우 거의 한푼도 가져가지 못할 수도 있으며 흥행수익이 일정수준 이상이 될 때만 돈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극장과 투자·제작사간 수익 불균형
따라서 극장과 투자·제작사 사이의 수익 불균형이 영화계의 본질적인 문제로 거론되곤 한다. 다만 제작·투자·배급·상영이 수직계열화돼 있는 CJ와 롯데 등 메이저회사의 경우 제작에 따른 위험부담이 투자와 배급 등 다른 루트를 통해 상쇄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독립제작사 등 영세한 제작업자는 현재의 수익분배시스템 상 수익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극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는 관람료 외 다른 수입의 비중이 적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관람객 수 기준 시장점유율이 45.6%로 가장 높은 CJ CGV를 보면 총 매출액의 66.5%가 관람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매점판매(18.0%), 광고판매(9.5%), 기타 판매(6.0%) 등의 수입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관람료를 포함한 총 매출액 가운데 각종 비용을 제한 뒤 순이익이 어느 정도 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지난해 1∼3분기 CJ CGV의 누적 매출액은 7025억1000만원이지만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3638억9000만원이었다. 여기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한 영업이익을 보면 544억7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금융수익, 금융비용, 영업외수익 및 비용, 법인세 등을 더하거나 뺀 후의 순이익은 395억5000만원이었다.

극장이 아닌 IPTV, 온라인 VOD, 모바일 등 디지털 온라인시장에서 우리가 영화를 보기 위해 지불한 돈이 배분되는 과정은 오프라인과는 다르다. 만약 소비자가 1만원을 지불했다면 40~60%인 4000~6000원은 플랫폼사업자(SP: Service Provider)의 몫이다.
 
남은 돈인 평균 5000원 중 10~30%인 500~1500원은 영화온라인유통사(MCP)에서 가져간다. MCP에 돌아가는 수익에는 자사의 영업이익, 네트워크 사용료, 플랫폼 탑재료, 저작물 소스 인코딩 등 변환료를 포함한다.
 

나머지 금액인 3500~4500원이 최초 영화제공자(CP: Contents Producer)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나마 CP의 제작사와 배급자가 다르다면 계약된 비율에 따라 수익이 배분된다.
이처럼 극장을 통해서든, 디지털 온라인시장을 통해서든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지불하게 되는 금액 가운데 유통과정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에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얻게 되는 수익은 상당히 줄어든다.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 늘어나면서 외형적으로는 영화산업의 규모 및 매출액이 커지고 있지만, 스타급 배우 및 일부를 제외하면 영화계 종사자들의 경제적 상황이 그에 비례해 좋아진다고 보기 힘들다.

최근 CGV와 롯데시네마의 경우 극장과 배급사 간 수익 배분율이 기존 50대 50에서 45대 55로 배급사의 배분율이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극장은 물론 온라인을 통해서도 영화를 보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인기몰이 하는 영화 외에도 스크린수, 광고와 홍보에서 소외됐지만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좋은 영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질 때 한국영화계가 외형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