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자 신분이라 지금은 어떠한 질문에도 코멘트를 할 수 없습니다. (윤용로 현) 행장이 계시는데, 제가 벌써부터 외환은행 경영에 대해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일 김한조 외환은행장 내정자가 전화통화에서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겸손하면서도 우직한 성품으로 유명하다. 이날 통화에서도 자칫 윤용로 행장에게 누가 되는 발언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다만 외환은행장 취임식 이후부터는 명확한 경영철학을 공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 내정자는 “취임식 이후에는 외환은행 발전을 위한 경영전략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라며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사상 두번째 '순수 내부 출신'
외환은행 이사회는 지난 4일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을 외환은행 수장으로 선임했다.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래 첫 행장 교체다.

그의 취임식은 하나금융 주주총회(3월20일)가 끝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취임식 날짜는 빠르면 3월 말, 늦으면 4월 초가 될 전망이다.

김 내정자의 임기는 2년이다. 재신임을 얻으면 1년 씩 더 연임할 수 있는 ‘2+1체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그를 눈여겨 본 것은 외환은행 내부에 밝고 대외적인 평판이 좋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통합의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사기 진작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9월 외환은행에 입행한 그는 32년간 외환은행을 지켜온 전통 ‘외환맨’이다. 외환은행 역사상 순수 외환은행 출신이 수장에 오른 사례는 이갑현 전 외환은행장(1999년 2월~2000년 4월)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장명선 전 행장과 홍세표 전 행장이 내부 출신이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입행은 한국은행이다. 외환은행은 1967년 한국은행 외환관리과를 분리해 설립한 은행이다.

주변에서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외부에서는 그를 우직한 ‘황소’라고 표현한다. 특히 공(功)은 부하에게, 책임은 자신이 지는 리더십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한조 내정자와 같이 근무한 한 임원은 “그는 상당히 우직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스타일”이라며 “우직한 황소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특히 상사에게는 예의를 갖추되 할 말은 하는 성격”이라면서 “그런 모습이 상사들에게 불신보다는 더 신뢰감을 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폭넓은 인맥과 리더십, 성과 등도 이번 행장 낙점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행원 시절부터 개인과 기업, 글로벌 등 다방면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1년 중소기업지원실장으로 부임한 이후 기업고객지원실장, 기업마케팅부장, 기업금융담당 부행장 등 다양한 실무경험을 거쳤다.

그의 최대 강점은 기업영업 분야다. 중소기업지원실장과 기업마케팅부장 등을 거치면서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런 그의 특징은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하는 현 정권과의 ‘코드’도 잘 맞아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줬다는 평도 흘러나온다.

불안감도 없지는 않다. 앞으로 그가 외환은행 직원 편에 설지, 아니면 하나금융 등 임원진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한 직원은 “아직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외환노조-하나금융 소통창구 열리나

내부 출신이 외환은행 수장에 올랐지만 신임 행장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소통 창구를 개방하는 일이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직원들 간의 벽을 허물고 양측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

대표적인 것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카드통합 작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됐다. 따라서 김 내정자가 노조와 외환은행 직원들을 설득하는데 어떤 카드를 꺼내들 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내부 출신 행장 선임과 무관하게 자신의 역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 합의를 이뤄내면 환영하겠지만 이를 훼손시킨다면 투쟁할 것”이라며 “출신이나 성향과 무관하게 우리의 일을 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수익개선도 그가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외환은행 당기순이익은 3657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년(6258억원) 대비 약 40% 감소한 수치다. 2011년(1조6221억원) 기준으로 보면 순이익이 22%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저금리·저성장과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수익개선은 당분간 힘든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기를 살리면서 하나금융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여정이 결코 순탄하진 않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가 현명하게 풀어나가리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 프로필
▲1956년생 ▲경희고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외환은행 홍제역 지점장 ▲중소기업지원실장 ▲강남기업영업본부장 ▲PB영업본부장 ▲기업사업그룹 부행장보 ▲외환캐피탈 대표이사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