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를 철저히 모았다
이곳에선 만화의 맥이 보인다. 알뜰히 모은 자료와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 바퀴 둘러보는 동안 만화에 대한 경외심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한국만화박물관의 힘이다.
시작은 크로스오버 디지털 병풍이다. 아름다운 산수화를 배경으로 우리 기억에 익숙한 머털이, 로봇찌빠, 고인돌, 맹꽁이서당이 언듯언듯 지나간다. 조금씩 움직이는 병풍은 자연스럽게 한국대표 만화들의 명장면으로 이어지고, 길을 따라가면 가운데 커다란 테이블 하나가 놓여있다. 아, 테이블이 아니다. 유리 상판 안쪽으로 손때 묻은 200여개의 펜들이 작가의 이름을 달고 줄을 섰다. 만화가의 무기들이다. 잉크 얼룩이 가득한 펜 대, 일회용 만년필, 볼펜, 마우스까지. 마치 만화가들이 ‘어서 와, 만화박물관 처음이지?’ 하고 인사를 건네는 듯 체취와 숨결이 느껴진다.
마침내 한국만화의 역사가 시작된다. 한국전쟁 때 만화는 정치선전물(일명 ‘삐라’)에 그려졌고, 60~70년대의 만화방에선 TV도 보고 아이스케이크도 사 먹었다. 껌 모양을 한, 작은 만화 때문에 풍선껌을 씹었고, 한겨울 아랫목에는 만화책이 쌓여 있곤 했다. 벽면의 작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그 시절 풍경들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할 말이 많아진다.
고우영기념관은 의미가 깊다. 한국 만화의 국보라 일컬어지는 그의 육필원고와 70년대 삭제된 만화장면, 이후 작가가 복원해 놓은 내용 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근현대사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여기에 생전에 사용하던 붓·펜·연필과 12년간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 사용한 안경, 취재수첩 등은 유머 뒤에 배어있는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코너를 돌면 거인의 만화 책장에 온 것 같다. 만화잡지 전성기엔 보물섬, 윙크, 밍크, 만화광장 등 매달 전과만한 만화책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때의 책들이 커다란 모형이 되어 서 있다. 이쯤 되면 아이보다 어른들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와~ 이런 게 있었지!’, ‘맞아! 이 만화 기다리는 재미로 살았잖아!’ 말소리가 높아지고, 모형 책 중에 좋아하던 시리즈물을 찾느라 목이 빠진다. 유명한 만화 장면을 다시 들여다보고, 만화가의 인터뷰를 보고, 순정만화의 남녀 할 것 없이 예쁜 주인공과 사진 한장을 찍으면 저절로 행복한 미소가 생긴다.
◆만화의 모든 얼굴
이곳의 가장 큰 자랑은 엄청난 양의 자료다.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 열람실이다. 일반열람실, 영상열람실, 아동열람실, 오픈 라이브러리가 있으며 열람실 성격에 따라 방문자를 제한하거나 예약 운영된다. 특히 아동열람실은 언제나 아이들이 많다. 각자 편한 자세로 만화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만화책을 쌓아두고 몇시간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자료보존실에는 국내외 단행본에서 희귀본, 절판본, 해외원서 등이 있고 절차를 거쳐 1일 총 25권까지 열람할 수 있다. 수장고에는 육필원고 10만여장, 희귀 만화자료 8000여권이 보관돼 있다.
전시장 곳곳에는 체험 프로그램도 많다.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 크로마키 기법으로 만화 캐릭터와 사진 찍기, 만화 순서 맞추기, 까치(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야구 피치하기 등 관람 틈틈이 손과 발, 머리가 바쁘다. 4D 상영관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다. 내용에 따라 의자도 덜컹거리고, 바람도 푹푹 뿜어서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짜릿함이 있다.
한편 1층과 2층에서는 기획전시가 열린다. 때마다 흥미로운 주제와 작품성을 선보여 이곳에 다시 와야 하는 또다른 이유를 제공한다. 아이들과는 만화상상체험교실이나 만화상상아카데미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교육시설도 마련돼 있고 공간 대여도 가능하다.
◆로봇과 겨루기 한판
로보파크는 국내 최초의 로봇상설전시장이다. 부천테크노파크 내 로봇산업연구단지에 위치해 장소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총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1층 4D 영화관에서는 매시 정각에 로봇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난 후엔 잠시 기다렸다가 매시 20분에 출발하는 전시투어에 참여해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면 좋다.
2층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산업용로봇이다. 변화가 빠른 로봇인 만큼 최신의 것을 전시해 올 때마다 새로운 로봇을 볼 수 있다. 공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거나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로봇도 흥미롭긴 하지만 가장 ‘로봇답다’라고 느끼는 것은 휴머노이드로봇이다. 확실히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으면 상상력이 자극되고 친근감이 있다. 전시물 중 네트워크로봇인 ‘아이로비Q’의 경우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인터넷 콘텐cm 검색을 할 수도 있어 어린이에게 교육적인 기능까지 있다. 한쪽에선 애완용 강아지로봇 ‘제니보’가 춤을 춘다.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로봇도 있다. 크고 동그란 마림바인데, 맑은 소리로 난이도가 꽤 높은 클래식음악을 연주한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로봇스포츠존이다. 축구로봇, 격투기로봇 등을 직접 조정할 수 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광하는 공간이다. 처음엔 조정법을 익히느라 어리둥절하지만 금방 승부욕이 살아나 이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한편 로봇컬렉션존에서는 화가로봇 ‘픽토’가 그림을 그려주고, 블록으로 로봇을 조립해 볼 수도 있다. 매시 20분에 토끼와 거북이로봇이 연극을 보여주는 무대도 펼쳐져 유치원생부터 어른까지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3층은 걸그룹의 댄스를 추는 ‘로보노바’가 관람객을 맞는다. 박수와 호응에 따라 더 신나는 춤사위를 보여주는 로봇, 수중탐사로봇, 극한직업로봇 등 다양한 로봇과 기획전시실이 있고 북카페와 아카데미존이 어린이들의 꿈을 자극한다. 이처럼 관람만으론 아쉬운 친구들을 위해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비누로봇 만들기, 노래하는 로봇 인형 만들기, 3D 종이로봇 만들기, 변형 태양열로봇 만들기, 수분으로 연주하는 키트 조립 등에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된 아이들은 추억의 기념품을 만들어 돌아간다. 한편 로봇스포츠팀 ‘로파스’ 교육은 기초부터 로봇대회에 출전하는 휴머노이드로봇 교육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지며, 올해 6회째 진행되고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때마다 진행되는 특별전이나 이벤트도 체크하고 참여해볼 만하다.
두개의 박물관을 하루 만에 본 것이 왠지 손해 본 느낌이다. 만화박물관의 그 많은 책과 로보파크의 로봇 축구가 못내 아쉽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부천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어떻게든 알려주고 싶은 곳이다.
[여행 정보]
● 한국만화박물관 가는 법
[승용차]
경인고속도로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 상동지하차도사거리에서 ‘인천, 한국만화박물관’ 방면으로 우회전 - 길주로 - 삼산체육관사거리에서 ‘삼산동, 한국만화박물관’ 방면으로 우회전 - 수변로
[대중교통]
지하철 7호선 삼산체육관역 하차 후 도보 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한국만화박물관: 검색어 ‘한국만화박물관’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529-2
부천 로보파크: 검색어 ‘로보파크’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 193
< 여행 주요정보 >
한국만화박물관
www.komacon.kr/museum / 032-310-3090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설·추석연휴 휴관)
관람료: 일반권 5000원/ 가족권(성인2+어린이2) 1만5000원 / 36개월 미만, 65세이상 무료
만화비즈니스 센터- 강의실, 세미나실, 비즈니스홀 등 대관 가능
로보파크
http://www.robopark.org / 032-621-2090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설·추석연휴 휴관)
관람료: 어른 5000원 / 청소년 4000원 / 어린이 3000원
전시관투어: 매시 20분
< 음식 >
화개장터 버섯샤브: 표고, 새송이, 느타리, 팽이 버섯은 물론 만가닥버섯, 노루궁뎅이버섯을 맛볼 수 있는 버섯 샤브가 일품이다.
모듬샤브 3만9000원~5만8000원 / 궁중갈비찜 3만~5만원 / 런치샤브칼국수 1만원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529-2 / 032-323-6995
< 숙박 >
부천 한옥체험마을: 방·마루·부엌·화장실을 갖춘 한옥에서 머무르며 마을 안에 있는 전통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http://www.bucheonculture.or.kr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529-2
문의전화: 032-651-3739
객실요금: 8만원(4명 기준)
체험 프로그램: 조각공예, 김치테마파크의 김치담그기, 전통문화학교의 오정농악, 전통음식레시피&떡만들기, 전통차 등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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