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광면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기형도 시인 25주기 추모문학제에서 조동범 시인이 기형도의 시 '위험한 가계-1969' 낭독극 무대에 자전거를 타고 등장했다./사진=이고운 기자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둑방에는 패랭이꽃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모두 다 꽃씨들을 갖고 있다니. 작은 씨앗들이 어떻게 큰 꽃이 될까. 나는 풀밭에 꽂혀서 잠을 잤다. 그날 밤 늦게 작은누이가 돌아왔다. 아버진 좀 어떠시니. 누이의 몸에선 석유냄새가 났다. 글쎄, 자전거도 타지 않구 책가방을 든 채 백 장을 돌리겠다는 말이냐? 창문을 열자 어둠 속에서 바람에 불려 몇 그루 미루나무가 거대한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기형도의 '위험한 가계-1969' 일부)
시인 기형도(1960~1989)를 기리는 25주기 추모문학제,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가 6일 광명시민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한 남성이 시간을 비켜간듯한 옛스런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이는 조동범 시인(서울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 기형도의 시 '위험한 가계-1969'를 각색한 낭독극에서 시의 생동감을 더하기 위해 당시 쓰였을 자전거를 타고 무대에 오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