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실패에서 그렇게 많이 배웠다면 앞으로 어떤 실패를 해보고 싶나요?"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 당황스러워하며 답변을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실패를 다루는 적절한 기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패를 다루는 기술'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 '실패 디자인'이다. '실패 디자인'은 실패를 감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실패 디자인'을 통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험해볼 수 있다.
뉴질랜드항공은 남반구에 위치한 관계로 일부 노선의 항공시간이 엄청나게 길다. 이 노선의 이코노미석을 타고 장시간 이동하는 것은 승객에겐 괴로운 일이다. 결국 해당 노선의 이용객이 줄자 '좌석 개선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실패 디자인'을 통해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무제한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두개 좌석을 하나로 만들면 어떨까', '이코노미석을 없애면 어떨까', '비행기 티켓 값을 절반으로 내리면 어떨까' 등 실패에 대한 걱정없이 기존에 당연시했던 것에 끝없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실험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최대한 끌어낸 후 그 중에서 현실적인 방안을 도출해 '스카이카우치'라는 혁신적인 좌석 디자인을 고안해냈다. 좌석에 두껍게 속을 댄 부분이 달려 있는데 이걸 발걸이처럼 펼치면 좌석이 이불을 깔 수 있는 침상으로 변한다. 이 디자인에 수많은 찬사가 쏟아졌고 항공잡지 <에어트랜스포트월드>가 선정한 '올해의 항공사'에 뽑히기도 했다.
둘째, '실패 이력서'를 쓰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또는 사업을 하면서 저질렀던 중대한 실수를 담은 이력서다. 여기에 각각의 실패 경험에서 배운 점도 함께 적도록 한다. 예컨대 사회생활 초반에 섣불리 판단해 이직했던 경험이나 대학시절 공부에 집중하지 않았던 것, 또는 개인적으로 배우자와의 소중한 추억을 많이 쌓지 못한 점 등을 적고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도 함께 적는 것이다.
성공적인 경력과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는 이력서를 작성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 이력서'를 작성해보면 실패라는 렌즈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들여다봄으로써 스스로 저지른 실수를 정리하고 되돌아볼 수 있다. 또한 '실패 이력서'를 작성함으로써 잘못된 점은 무엇이고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파악할 수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실패하고 회복해보지 않고서 무언가를 배우기란 쉽지 않다. 규정집만 읽고 야구를 잘할 수 없고 악보만 보고 피아노를 배울 수 없으며 요리책만 독파한다고 해서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없다. 천재도 예외는 아니다. 베토벤, 에디슨 등 창조적 천재들도 위대한 결과를 얻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음을 잊지 말자.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