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 경찰은 국내 14개 보험사에서 고객정보 1만3000여건이 빠져나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느 보험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발표가 나오자 보험사 직원들은 분주해졌다. 14개 보험사 리스트에 자사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브리핑 직후 정보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자 대다수 보험사 홍보직원들은 "우리는 아니다"라며 펄쩍 뛰었다. 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경찰에 전화로 확인을 요청한 결과 자사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취재가 이어지면서 유출된 보험사의 명단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보험사들은 특별조사팀(SIU팀)을 가동했다. SIU팀은 보험조사 파트로 보험사기의심사고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조직이다. 업무의 특성상 경찰 출신이 많다. 보험사들은 이들의 경찰 인맥을 활용해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후 속속 정보유출 사실을 자백(?)하는 보험사가 늘어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없는 조직을 동원해 자사의 이득을 취했다는 지적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가 인력을 낭비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일종의 대관업무를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관계자들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대관업무를 지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하자 한 관계자는 "(정보유출의) 포함여부를 확인해야 후속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차라리 처음부터 보험사 실명을 알려주는 게 속 편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보험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보험대리점(GA) 관계자가 서류를 들고 나가 유출시키는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GA에 수수료와 관리비를 지급하고 보험상품 판매를 독려한 것은 결국 보험사다. 따라서 고객에 대한 후속서비스 및 고객정보 관리 역시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이 이치에 맞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험사들이 고객정보보호 장치를 GA로도 확대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고는 또 발생할 수 있으며, 이때에도 피해자만 있고 책임자는 없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기자는 이번 고객정보 유출사고를 취재하면서 보험사 직원들의 안일한 태도가 몹시 불편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보험업계에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사전에 고객정보를 소중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책임의식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업계에서 먼저 이슈가 된 이후 보험업계의 사고가 발생해 다행이라는 믿기 힘든 반응도 접했다.
이와 같은 보험업계의 안일한 사고방식은 더 큰 사고와 고객 피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후속조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함에도 "유출된 건수가 몇건 안된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데 급급한 모습이 매우 실망스럽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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