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2.7m인 거구 골리앗은 청동 투구와 비늘 갑옷으로 무장하고 이스라엘 군대에게 소리쳤다. "일대일로 맞서 싸워 상대가 이기면 진 쪽에서 종이 되어 섬기도록 하자." 이스라엘을 이끌고 있던 사울왕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감히 맞서 싸울 장수가 없었던 것.
이때 형들이 있던 부대에 볶은 밀과 빵을 주러 왔던 소년 다윗이 나섰다. 사울왕은 용감한 다윗에게 자신의 갑옷과 청동 투구, 칼을 내줬지만 다윗은 그것을 입지 않고 막대기 하나와 돌멩이 다섯개, 그리고 돌팔매질을 할 끈을 가지고 나갔다. 골리앗 앞에 당당히 선 다윗은 주머니에서 돌 하나를 꺼낸 다음 돌팔매질을 해 골리앗의 이마에 맞혀 땅바닥에 눕혔다. 곧바로 다윗은 달려가 골리앗의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다윗은 골리앗을 이기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윗은 게임의 법칙을 바꿨다. 상대는 갑옷으로 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투구 사이로 드러난 이마만 공격g할 수 있었다. 약점을 찾았다고 해서 칼과 방패로 싸울 수는 없다. 칼로 싸우는 것은 골리앗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다윗은 골리앗 근처로 가지 않음으로써 그의 강점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누구나 알 만한 이 얘기는 '전략'에 관한 명확한 통찰을 제공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가 말한 본원적 전략 중 차별화 전략이 이에 해당된다. 골리앗과 다른 방법, 차별화된 방법으로 싸우는 전략이다. 김위찬 교수의 '블루오션' 얘기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다윗은 투구와 갑옷이라는 기존의 가치를 없애고 돌팔매라는 새로운 가치를 추가해 자신만의 싸움터, 블루오션을 만들어 승리한 것이다. C.K 프리할라드와 게리 하멜 교수가 주장해 유명해진 핵심역량 개념도 이에 해당한다. 다윗의 핵심역량은 돌팔매질에 있었던 것이다.

비단 기업 전략에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다. 개인의 경력관리 전략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잘하고 싶은 일, 전문가가 되고 싶은 일에 경쟁자가 많고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다윗의 전략이다.


판화가 이철수 작가는 열심히 해서 미술가가 됐다. 그런데 40대에 들어서 문득 생각해보니 자신이 미술가로서 최고의 재능을 가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직업을 바꿀 수도 없는 일. 그래서 고민하다가 판화라는 영역을 개척했다. 소재는 본인이 좋아하는 농촌에서 얻기로 했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찾은 것이다. '농촌을 주제로 한 판화'라고 하면 누구나 '이철수'를 떠올리게 한 것이다.

당신이 내일 칼잡이 사무라이와 일대일로 싸워야 한다면 오늘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칼 쓰는 연습을 하겠는가? 아니다. 3D 프린터로 권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