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는 이 부회장의 검찰 소환에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위기 극복을 위해 영입한 ‘구원투수’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그룹 차원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동안 주요 경영진이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던 만큼 그룹 이미지가 훼손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비리 공모혐의에 LG상사 '뒤숭숭'
검찰은 최근 이 부회장을 STX 비리사태의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STX건설의 군인공제회 차입금 가운데 700억여원을 2012년 STX중공업이 떠안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강 전 회장과 공모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이 부회장이 그룹 전반의 재무관리와 핵심사업을 챙겨온 만큼 그에 대한 조사에 대비해 치밀한 계획을 짜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초에는 이 부회장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키고 소환조사를 실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이 부회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했다”며 “신분은 참고인이지만 피의자 신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되자 LG그룹은 자칫 LG상사가 연루돼 있는 것으로 보일까 걱정하는 눈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LG상사 고문으로 영입된 후 같은 해 12월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LG그룹은 그동안 주요 경영진이 검찰 수사 등에 연루된 적이 없을 정도로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LG그룹은 자사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LG상사의 답변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LG상사 역시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LG상사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STX 이슈와 관련해서 확인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말을 아꼈다.
LG상사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극심한 실적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지난 3월 전임 대표인 하영봉 사장 원톱체제에서 이 부회장과 송치호 부사장 ‘투톱체제’로 변경한 것도 이 부회장의 능력을 믿고 무게 중심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산업부 장관을 거쳐 2009년 3월부터는 STX에너지·중공업 총괄회장을 맡았다. 또한 한국무역협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관·학·산업계를 두루 거친 ‘마당발’로 통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대외업무와 주요의사결정을 총괄하고 송 부사장은 최고관리책임자(COO)로 LG상사의 구체적 사업과 조직관리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부회장이 STX 횡령·배임 공모 혐의에 휘말리면서 과거 그의 책임의식 결여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STX가 어려워진 시점에 영입된 것으로 알려져 이 부회장의 역할에 재계가 주목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말 일신상의 이유로 STX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6월 LG상사로 자리를 옮기자 재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당시 LG상사는 “이 부회장은 에너지 해외사업에 대한 경륜과 전문성, 글로벌 네트워크를 겸비했다”며 고문으로 영입한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부딪혀 채권단 자율협약·법정관리 체제에 들어가자마자 사임한 것은 그의 책임의식이 결여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이 부회장이 재계의 대표적인 단체장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의 책임의식 결여 논란을 부추겼다.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요구되는 자리였음에도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STX를 떠나 LG상사의 고문 자리에 앉았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총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비난도 일었다. STX 회장직을 유지했다면 결국엔 경영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수 있다.
이 경우 경총 회장직은 물론 다른 기업에서의 중책을 맡는 건 사실상 어렵게 된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결정을 놓고 재계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해석한다.
결국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경총 회장에서 물러났다. 그는 LG상사 부회장 업무에 전념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총 회장직을 연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STX그룹이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데는 분명히 수장의 경영상 책임이 있다”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행동과 책임감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경제민주화의 큰 흐름은 기업들의 부적절한 관행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한 수장이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에도, 국민적 요구에도 부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프로필
▲1949년 경북 안동 출생 ▲1971년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 ▲1972년 제12회 행정고시 합격 ▲198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2003년 경희대 경영학 박사 ▲2003~2006년 제8대 산업자원부 장관 ▲2006~2009년 제26대 한국무역협회장 ▲2009년 STX에너지·중공업 총괄회장 ▲2010~2014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2014~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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