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 3개월 끝에 영업재개한 카드3사의 승부수는 각기 달랐다. 이들 카드사 중 제일 먼저 신상품을 내놓은 곳은 NH농협카드다. 5월17~18일 주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본격 영업재개일인 19일, 해외전용상품인 '글로벌 언리미티드 체크카드'(Global Unlimited)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상품명처럼 해외이용 시 조건 없이 무제한 캐시백 되는 해외전용카드로, 해외 모든 가맹점에서 한도와 횟수에 제한 없이 해외가맹점 이용액의 2%, ATM이용액의 0.5%를 무제한 캐시백 해준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올해 처음 내놓은 신상품인 만큼 고객에게 유익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업계 최초로 해외전용카드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는 영업재개를 맞아 5월 말 '포인트 특화 신용카드'와 '훈민정음 체크카드'를 동시에 선보인다. 포인트 특화 신용카드인 'KB국민 가온카드'는 한장의 카드로 전월 이용실적과 적립한도 제한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0.5%포인트의 적립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사용하면 포인트 추가적립(0.3%) 혜택도 더해준다.
훈민정음 체크카드 시리즈인 'KB국민 정 체크카드'는 쇼핑업종을 특화해 신용카드 부럽지 않은 혜택을 장착했다. 해외직구 및 해외이용 5% 할인 및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 7% 할인혜택 등을 준다. 홈쇼핑(GS·CJ홈쇼핑) 및 인터넷쇼핑몰(G마켓·옥션) 5% 할인혜택도 담았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사의 혜택을 망라한 신상품 '롯데카드 클러치'를 내놨다. 롯데그룹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쿠폰과 이벤트 등을 더 쉽고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기존의 전자지갑이 갖고 있는 결제기능에 한발 더 나아가 쿠폰과 스탬프 등 다양한 혜택을 앱에서 자동으로 관리해준다. 롯데카드는 간편하고 안전한 결제, 편리한 적립과 할인을 내세워 전자지갑을 통합 마케팅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이들 카드사는 신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지난 영업정지 3개월간 입은 손실과 하락한 시장점유율 회복에 나선다. 그간 특히 체크카드시장의 점유율 변화가 컸다. '체크카드시장 전통의 강자'인 NH농협카드와 KB국민카드의 발이 묶인 동안 체크카드시장 3위를 달리던 신한카드가 약진했다. NH농협카드와 KB국민카드가 영업 재개 직후 해외직구 및 생활밀착형 체크카드로 반격에 나선 이유다.
정보유출 파동 전인 지난해 4분기 24.5%를 기록했던 NH농협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올 1분기 23.2%로 하락했고, KB국민카드의 점유율도 같은 기간 0.7%포인트 낮아진 20.1%에 머물렀다.
반면 신한카드의 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은 크게 뛰어올랐다. 정보유출 사태 전인 지난해 4분기 14.8%였으나, 올 1분기에는 16.9%로 2.1%포인트나 높아진 것. 삼성, 우리, 하나SK카드의 실적도 개선됐다.
카드사의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전체 카드 대비 승인금액 비중이 약 8%에 불과했던 체크카드가 올 3월 20%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상승했다"며 "카드3사의 영업재개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인 체크카드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족쇄 풀렸지만, 집단소송·임원 징계 '신뢰회복 악재'
카드 3사는 지난 '잃어버린 3개월'동안 약 160만명의 고객을 잃었다. 이탈 고객을 재유입하기 위해선 초기보다 2배 이상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 이번 영업정지기간 동안 입은 추정 손실액은 1600억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카드 3사는 현재 공격적인 마케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영업정지라는 족쇄는 풀렸지만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날선 규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로 인한 손실 회복을 서두르기보다 추락한 고객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영업재개에 맞물린 과열경쟁을 우려해 '불법모집'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6월부터 기존보다 5배 많은 파격적인 포상금을 내걸고 불법모집을 근절하기로 했다. 연회비의 10%가 넘는 경품을 주는 등 불법모집 행태를 신고하면 기존의 5배인 50만원의 포상금을 주고, 다른 회사의 카드모집이나 미등록 모집을 신고할 경우에도 5배 인상된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유출된 정보로 인한 고객의 손해배상소송도 이들 카드사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KB국민카드의 경우 54건에 373억원, NH농협카드 248억원, 롯데카드 240억원 등 86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이 접수됐다.
또 지난 5월13일에는 카드3사 정보유출 사태 국민변호인단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원희룡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변호인단은 피해자 5만여명을 대리한다. 집단분쟁조정절차에서 조정이 성립될 경우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정보유출 피해자에게도 보상의 효력이 파급될 수 있어 카드사의 타격이 가중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보유출 관련 전·현직 최고경영자에 대한 중징계가 임박한 점도 신뢰회복의 악재다. 금융당국은 6월 중으로 사고가 발생한 카드3사 경영진에 대한 징계를 발표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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