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임 회장이 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을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일을 주도하자 이 행장이 여기에 반기를 든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이건호 행장 편에 선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 감사가 전산시스템 교체과정에서 이권 개입이 있었다며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하면서 '막장 드라마'로 치달았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한두가지로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2008년 KB금융이 설립된 이래 경영진이 바뀌면서 끊임없는 내부갈등이 일어났다. 또 금융당국이 CEO를 좌지우지하는 관치금융 논란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이는 그만큼 KB금융의 신뢰회복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만 한가지 교훈을 얻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개인의 사리사욕보다 은행과 금융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십 있는 '내부 출신' CEO의 중요성이다. 임영록 회장은 관료출신, 이건호 행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둘 다 외부출신이다. 이번 KB금융 사태가 국내 금융권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지만 낙하산 인사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다른 금융지주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과거 국민은행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고 주택은행을 인수하면서 서민을 따뜻이 보듬어주는 신뢰받는 은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신뢰는 바닥을 치고 은행권을 선도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건호 행장이 지난해 말 국민은행의 비리·부실의혹이 잇따라 불거지자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밝힌 말이다. 하지만 임 회장이나 이 행장은 그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은행보다 자신의 안위에 더 관심이 많은 두 사람이 수장으로 있는 한 KB는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