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되지 못한 자야 두말할 것 없이 불행했을 테지만 치열한 과정을 통해 왕이 된 사람들도 그렇게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왕좌를 차지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또한 적장자로서 왕에 오른 이들이 모두 성군이 된 것도 아니었으며, 그 출생이 미흡해도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는 경우도 많았다. 세상일에는 모두 일장일단이 있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이러한 관점에 입각해 조선의 임금들에 얽힌 빛과 그림자를 그려낸 책이 <조선 임금 잔혹사>다.
소현세자를 독살한 주체가 인조인지 그의 배후 세력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만약 인조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광해군은 중립외교를 추구해 양 호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소현세자가 왕위에 올라 개혁적인 정책으로 조선이 근대화되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본래 인조는 선조의 13명 서자 가운데 한명일 뿐이었다. 그는 반정의 성공으로 왕이 되는 데는 성공을 했지만 나라를 잘 다스리는 데는 실패한 왕이었다.
조선의 왕은 원칙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왕이나 신하가 자신의 의도대로 왕을 만들고자 했을 때 제대로 된 경우는 많지 않다. 적장자는 오만해질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위축되기도 했지만 잘 극복하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제왕은 하늘이 내는 것’이라는 말이 다시금 조선왕조에서도 확인되는 듯하다. 조선 왕족들 사이에서 왕위가 줄곧 계승된 것만은 분명하지만 제한된 구조 안에서 다툼과 경쟁이 치열했음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관점으로 볼 때 중요한 것은 출신이 아니라 능력이다. 그 자리에 오르는 과정이 적절하고 합법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국가의 기틀을 흔들고 무고한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릴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조민기 지음 | 책비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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