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그룹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그룹 측은 LIG손보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을 선정했다. 롯데그룹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지만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금융그룹'인 KB금융을 선택해 통보했다. 물론 매각자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지난 11일 오후 KB금융에는 모처럼 밝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최근 잇단 악재로 우울했던 KB금융그룹 직원들로서는 M&A 전쟁에서 한발 앞섰다는 소식이 반가울 수밖에 없어서다. 또한 내심 KB금융으로 매각되기를 원했던 LIG손보 직원들도 미소 짓는 분위기다. 다만 인수를 자신하던 롯데그룹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KB금융과 LIG손보는 11일부터 2주간 인수를 위한 실사 등의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6월25일이나 26일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LIG그룹 한 관계자는 "커다란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우선협상기간 종료시점에 계약서에 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B금융은 LIG손보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앞에 '배타적'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기존 우선협상대상자보다는 권한이 다소 축소된 조건이다. 배타적 우선협상대상자에는 KB금융이 LIG손보의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자회사 승인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LIG손보의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감독당국으로부터 기관제재를 받을 경우 자회사로 편입하기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는 KB금융이 카드사의 대량 정보유출과 도쿄지점 부당대출, 전산시스템 교체로 인한 내부분열 등으로 감독당국으로부터 임직원 및 기관경고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자회사 승인요건을 따질 때 기관제재가 승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자회사 승인을 허가하는 과정에서는 편입회사의 사업 타당성, 건전성 등의 요소만을 따지기 때문이다. KB금융 역시 이런 부분과 지난해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을 받은 것을 근거로 인수승인에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보험업법은 '최근 3년 이내 기관경고를 받은 경우 보험회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 42조의 2는 자회사 편입승인 시 금융관련법상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특례규정이 있다. 이러한 법률적 요인에 따라 KB금융은 LIG손보 경영을 위한 사업계획서, 재무건전성 등의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RBC비율 향상·추가 지분확보 필요
KB금융은 LIG손보 인수 이후에도 추가로 자금지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가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측은 다양한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자사주 매입이다. 현재 LIG손보는 자사주 13%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대상인 지분 19.38%에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30%를 웃도는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또 하나는 유상증자를 통해 LIG손보에 대한 지분을 늘리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것은 기관투자자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이다.
KB금융이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의 지분을 매입하려는 것은 주가급등으로 인한 과도한 지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에 KB금융이 10% 이상 LIG손보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주식이 급등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LIG손보 기관투자자 지분은 54.61%(추정치, 외국인 제외)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블록딜 등의 방식으로 기관투자자의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또 LIG손보의 지급여력(RBC)비율도 올려야 한다. 올해 3월 말 기준 LIG손보의 RBC비율은 174%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150% 이상의 RBC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20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말부터 RBC비율 산정체계가 변경된다. 보험사들은 현재 변경된 방식을 이용하면 RBC비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금부터 이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돈 많이 줘도 싫다"… '짠돌이' 롯데의 예고된 실패?
이번 LIG손보 인수전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오너인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LIG손보 인수에 주력했다. 손보업계에서는 "롯데가 LIG손
롯데그룹이 LIG손보 인수에 사활을 건 가장 큰 이유는 시장지위 확보에 있다. 현재 손보업계 시장점유율 3.2%에 불과한 롯데손해보험이 LIG손보와 합치면 업계 2위를 차지할 수 있어서다.
롯데그룹의 강력한 인수의지는 지분 매입가격에서 단적으로 나타났다. 이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은 인수가격으로 6500억원을 써냈으며 KB금융은 64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IG그룹과 골드만삭스의 선택은 100억원을 적게 베팅한 KB금융이었다.
이와 관련해 손보업계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M&A 실패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는 '영업성과 지급체계'가 영업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그간 보여준 롯데그룹의 '짠돌이 이미지'가 악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누가 돈을 더 많이 써내서 자금을 많이 회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기업의 신뢰도와 경영능력, 향후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롯데가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