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해외로 뻗어 나가야 한다."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하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은 몇년 전부터 해외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인 영향이 크다.


국내 보험시장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노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30대 후반부터 40대는 이미 보험상품 한두개씩 가입했다. 손해보험사의 대표상품인 자동차보험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보다는 경쟁사의 고객을 누가 더 많이 뺏어오느냐의 싸움이 된지 오래다.
보험사가 타깃으로 삼는 해외시장은 중국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중국인들도 보험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또한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자동차보험시장 규모도 함께 늘고 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노후준비 미흡한 중국시장

국내 대형보험사들이 중국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경제성장률에 있다. 다른 수출 대기업들이 중국시장을 노크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7.7%를 필두로 2분기 7.5%, 3분기 7.8%, 4분기 7.7%를 보인데 이어 올 1분기에도 7.4%를 기록하는 등 줄곧 7%대를 유지하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면서 중산층이 늘어나고 이들의 여유자금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국은 인구의 노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억5340만명(증가율 11.6%)이었던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009년 1억6714만명(12.5%), 2011년 1억8499만명(13.7%), 2013년 2억243만명(14.9%)으로 크게 증가했다.

중국경제가 활성화돼 중산층이 늘면서 이들의 여유자금도 많아졌다. 노령층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노후대비가 부족해 보험사가 공략할 대상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고령화와 노후대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월부터 2년간 주택연금(역모기지)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도입대상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우한 등 4개 도시다.

생보사 관계자는 "소득이 높아지고 고령화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 봤을 때 최적의 상황을 갖춘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증가하는 자동차판매량은 국내 대형손보사를 유혹하고 있다. 중국자동차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신차 판매대수는 2198만4100대를 기록했다. 단일국가의 연간 자동차판매량이 2000만대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신차 판매량이 증가하면 자동차보험시장 역시 커진다. 판매되는 자동차가 많을수록 자동차보험에 대한 수요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다른 손보사 고객을 뺏어 와야 하는 국내와 달리 중국시장은 신차 구입고객만 공략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합자'로만 진출… 현지화 관건
중국시장에 진출한 국내보험사들은 지분투자를 통한 합자회사로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중국 내 현행법상 외국계기업이 단독으로 투자 또는 사업진출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서다. 중국에 진출한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면 최대 50%까지 지분을 투자한 합자회사로만 진출이 가능하다"며 "자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외국계기업이 독점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의도"라고 귀띔했다.

삼성생명의 중국 내 현지법인인 '중항삼성인수'는 중국의 중항그룹과 지분을 절반씩 투자해 합작한 회사다. 한화생명의 '중한인수보험유한공사' 역시 국제무역그룹과 손잡은 합자법인이다.

이에 따라 국내보험사의 중국진출은 어떤 합자 파트너를 만나는지가 매우 중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생보사 관계자는 "합자 파트너와 사업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영업활동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다. 따라서 국내보험사의 중국진출 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현지화'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지화를 통해 중국시장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보험사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의 중한인수 직원은 법인장과 스태프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이 모두 현지인이다. 영업관리자, 재무관리자 등 총 96명의 현지인이 근무하고 있다. 또한 170여명의 현지인 설계사가 활동 중이다.

한화생명은 중국 내 대형은행인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를 맺었다. 180개의 지점을 활용해 현지고객이 선호하는 양로보험과 연금보험 등을 주력상품으로 판매한다.

삼성화재는 국내에서도 판매하는 인터넷 완결형 자동차보험 '애니카 다이렉트'를 중국 현지시장에 맞춰 변형한 '삼성직소차험'(三星直銷車險)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현재 상하이와 쑤저우지역에서 판매 중인데, 향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해상은 중국 내 자동차판매량 2위인 현대차와 손잡고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103만808대를 판매해 폭스바겐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현대해상은 베이징에 있는 현대차 판매점 옆에 부스를 마련하고 자동차보험을 판매 중이다. 중국에 진출한 기존 외국계보험사와 같은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개도국을 잡아라
해외에 진출한 보험사들은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을 선호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한국보다 보험산업이 발전한 지역은 한국기업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성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경제가 정점을 찍어 안정세를 유지하는 국가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많은 곳이 더 시장성이 있다는 장기적 안목도 한몫 한다.

보험사가 주목하는 곳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이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보험사 중 눈에 띄는 곳은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99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메리츠코린도보험'을 설립했다. 이 회사 역시 메리츠화재와 코린도그룹이 합작해 만든 보험사다.

이 회사는 현재 화재와 재물, 해상적하·선박, 중장비 등 원수보험과 재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메리츠코린보험은 2010년 1억2000만원, 2011년 5억5000만원, 2012년 3억9000만원, 2013년 7억4000만원 등으로 영업이익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해외 보험사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