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지난 3월21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취임식에서 밝힌 결연한 각오다. 역사상 첫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했던 해리 트루먼 제33대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을 빌려, 결전을 앞둔 장수처럼 비장한 심정을 피력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 외환은행에는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김한조 행장은 지난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유공자 포상 수여식'에서 '중소기업유공자 지원우수단체부문 대통령표창'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았다. 중소기업 동반성장 지원상품을 선보이고 중소기업의 자금조달과 글로벌화를 지원하기 위한 '중소기업 글로벌 자문센터'를 설립하는 등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대책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서 취임 두달째인 지난 5월에는 외환은행의 카드사업 분할과 신용카드업 영위에 대한 예비인가도 따냈다. 노조의 반발 등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외환카드 분사문제를 비교적 순조롭게 풀어가면서 외환위기 후 깊은 침체를 겪은 외환은행의 중흥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외환은행, 중흥시대 '시동'


취임 후 김 행장의 지난 100일은 그야말로 숨 가쁘게 흘렀다. 대구, 경기, 인천, 하남, 충청, 부산…. 중소기업 거래처 방문을 위해 지난 6월에만 6개 지역을 돌았다. 4월 중순 이후 방문한 곳을 합하면 20여곳에 달할 정도로 동분서주했다.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다.
외환위기와 론스타 시절을 겪으면서 등을 돌렸던 상당수 고객이 다시 외환은행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말 15조655억원에 불과했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올 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대출잔액은 17조1603억원으로 2조원이 넘게 껑충 뛰었다.

 

김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그간 대기업 중심이었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소기업과 소호 고객의 비중을 늘려 영업력을 회복하겠다는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화의 바람은 외환은행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활기차고 신나는 일터'는 그가 그리는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직원의 기 살리기 일환으로 "취임 100일 안에 8000명 외환은행 전 직원을 모두 만나겠다"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지난 4월 강서와 중앙영업본부 직원 소통행사를 시작으로 6월 말까지 전 직원 8000명과 대화를 나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김 행장은 외환은행 출신 행장으로 직원들에게는 대선배이자 롤 모델"이라고 말했다.

 

1982년 입행해 외환은행 직원들과 32년을 동고동락한 정통 외환맨인 김 행장은 실제로 직원 사랑이 각별하다. 강산이 세번 변하고도 남을 세월동안 외환은행을 묵묵히 지켜온 그인 만큼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어떤 은행 직원과 비교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직원을 아주 강하게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이 '깜짝 인사'로 김 행장을 선발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행장은 올 초만 해도 행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예상을 뛰어넘어 발탁된 김 행장에 대해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갈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셈이다.

 


외환카드 독립출범 초읽기… '조직 추스리기' 과제

 

김한조 행장의 '취임 후 100일'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외환카드 분사 및 하나SK카드와의 합병이라는 커다란 산을 순조롭게 넘어야 한다. 이는 외환은행의 당면과제인 수익개선과도 직접적으로 맞물린다. 외환은행의 카드사업 분할과 신용카드업 영위에 대한 예비인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겪어야 할 진통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의 신용카드 사업부문 분할 기일을 당초 6월30일에서 7월31일로 바꿨다. 지난해 12월에서 올 3월 말로, 그리고 다시 6월 말로 변경된 데 이어 세번째 연기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16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외환카드의 카드사업 분할 안건 등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카드 분사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를 설득하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신용카드 사업부문 분할은 위법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 당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일부 야당의원들이 외환카드 분사는 외환은행 노사합의 이후에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현재로선 이 같은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연내 외환카드 독립법인이 출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 카드사가 합병되면 시장점유율이 8% 수준으로 업계 5위권의 카드사로 재도약하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외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657억원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4000억원대 달성이 예상된다.

 

그러나 분사를 놓고 상처를 주고받은 '조직 추스르기'라는 막중한 과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맏형으로서 김한조 행장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