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시각장애인과 경륜선수가 하나 되어 달리는 '아름다운 동행' 선수단을 부산 동아대학교 인근에서 다시 만났다. 4박5일 서울-부산 550km 국토종주를 마친 선수단이 땀과 흙먼지로 뒤범벅된 몸을 씻기 위해 인근 목욕탕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창국 팀장(경륜경정사업본부 고객만족실)은 한 선수의 인터뷰를 위해선 목욕탕에 함께 갈 것을 권유했다. 목욕탕 인터뷰라 다소 난감했지만 이 팀장의 말을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름다운 동행의 유일한 여성 참가자인 신현중(41·1급시각장애인)씨 때문이다. 목욕 시간 '컷오프 30분'. 서울로 복귀하는 열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30분 동안 목욕과 인터뷰를 마쳐야 한다. 신씨 역시 '목욕탕 독주'가 국토종주 만큼이나 어려운 도전이었다. 오른팔을 잡고 신씨의 눈이 되어 여자끼리 목욕탕 완주에 나섰다.
"목욕탕 입구에 턱이 하나 있어요. 턱을 올라가면 지압판이 깔려 있어서 발이 조금 따끔할 거에요. 놀라지 마세요."
목욕탕 로비에서 출발해 20분 안에 씻고 나오는 것을 목표로 여탕으로 향했다. 신씨의 팔다리에는 햇볕에 붉게 그을린 저지라인이 550km의 힘든 여정을 선명하게 증명했다.
먼저 샤워를 시작 한 신씨는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말문이 트인다"며 웃었다.
신현중씨는 전국체전에도 출전한 탠덤사이클 3년차 베테랑이다. 이번 국토종주는 대전시장애인사이클연맹에서 추천을 받아 참가했다.
"텐덤사이클은 혼자 타고 싶다고 해서 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원 스태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 맘먹고 도전했지요"라며 참가 계기를 소개했다.
그는 중도 실명을 겪기 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장애인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한다. 당해보니(?) 살면서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어요.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앞섰죠. 하루에 50km 이상 달려본 적도 없는데 국토종주라니요. 완주의 대부분은 동생(신씨를 가이드한 김동환 선수)을 잘 만나서지요."
파일럿(탠덤사이클의 앞좌석에 타고 끌어주는 역할) 역의 김동환(39·9기선발급) 경륜선수는 종주기간 내내 신씨를 누나라고 부르며 가족처럼 살갑게 챙겼다. 신씨가 낙오되지 않도록 주행 중 스트레칭과 호흡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 둘을 지켜보던 한 선수가 불륜커플(?)로 오해하겠다며 놀릴 정도였다.
"누나,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경치가 아주 좋아요. 삼랑진교를 지나가고 있어요. 해바라기꽃이 활짝 피어 있는데 너무 예뻐요."
김씨는 페달을 부지런히 돌리면서 신씨에게 주변 경관을 끊임없이 설명했다. 신씨는 4박5일 내내 가슴이 찡했단다. "가벼운 마음으로 좋은 일 한다는 생각에 참여했는데 누나가 페달링 한번 할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고 했어요."
신씨는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동생 덕에 자연 경관을 피부와 귀로 느낄 수 있어 행복했어요. 편견 없이 가족처럼 대해준 동생과 관계자들이 늘 고마웠죠"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내가 잘해야 다른 시각장애인들이 이처럼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라면서 "텐덤사이클은 자전거만 있어서 되는 것은 아니지요. 정비, 파일럿, 지원과 교육 시스템이 필요한데 시각장애인의 경우 저처럼 극소수만 이런 혜택을 받아요. 관련 협회가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열악한 상황이죠"라며 환경이 나아지길 바랐다.
한편 신현중씨는 시각장애인이 된 이후 공부에 푹 빠져 있다. 지난해 맹인학교를 졸업한 그는 최근 상담심리학을 파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상담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주는 또 다른 재능기부 페달링이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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