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10일 금융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좋은 규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진입과 업무, 자산운용 및 영업규제는 대폭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규제개혁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법 개정에 들어가 시행된다. <머니위크>는 죽어가는 국내 금융업계를 살리기 위한 금융규제개혁안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각 업권별로 전망했다. 또한 '손톱 밑 가시'를 전부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도 짚어봤다.


지난 7월10일 이후 순차적으로 발표된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놓고 업계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수익성 강화 측면보다는 고객(투자자)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개인정보 유출 책임자인 은행·카드 등 금융업계는 상임기관인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수익성 강화부문에선 아쉬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쇠락과 재도약의 갈림길에 선 금융업계로서는 수익성 강화를 포기할 수 없고,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수년간 곤욕을 치렀던 금융당국으로선 고객(투자자)보호 문제를 묵과할 수 없는 상황. '두 마리 토끼 잡기'는 무리수였을까.

 

/사진=머니투데이DB

◆'손톱 밑 가시' 다 뽑혔나 봤더니
"손톱 밑 가시를 뽑아라." 지난 2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주문이 떨어지자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4개월간의 공동 작업을 통해 '금융규제 개혁방안'이라는 결과물을 내놨다. 손톱 밑 가시는 완전히 뽑힌 것일까.

피부에 와 닿는 개혁안을 내놨다며 자신만만해하는 금융위와 달리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차는 뜨뜻미지근하다. 금융종사자, 전문가 등 금융업계 인사들은 올해 업계를 뒤흔들었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이번 금융규제 개혁방안의 방향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규제완화안 중 고객(투자자)보호와 연관된 부분은 이번 개혁방안에서 모조리 빠졌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보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투자자보호와 밀접한 관련성이 없는 것들도 (금융당국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며 "(개혁안으로 논의한 방안들도) 투자자보호에 걸린다면 전부 누락시킨 듯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파생상품 분야의 경우 시장 활성화보다는 투자자보호가 우선적으로 수용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파생상품 활성화를 위해 업계가 내놓은 제안 중 '코스피200 선물이나 옵션 거래 시 증거금 제도 폐지안'은 결제위험의 불안전성과 시황 변동에 따른 손실 우려로 반려됐다. 금융투자업자의 후순위채권 판매와 운용을 허용해달라는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어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파생상품의 경우 잘 발전시키면 주식현물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연계효과가 크다"며 "기관투자자를 시장에 끌어들이는 등 전반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의 원죄?… '수익성' 어쩌나

카드사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은행, 보험, 증권 분야에 비해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규제안이 완화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부수업무 네거티브 전환 대상'에 카드사만 쏙 빠진 것이 불만을 품게 했다. 신용카드 발급규제 강화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정책으로 수익성에 목마른 카드사로서는 부수업무 확대만이 수익창출의 대안이었기 때문.

최성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카드부문에서 소비자보호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된 부분이 있다"며 "카드사의 수익성 강화와 관련된 부분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금융위의 결정은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올 초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의 고객정보가 대량 유출된 사고에 대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는 지주사 내에서 마케팅(영업)을 위한 개인정보 공유도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고객동의 없이 정보제공이 가능한 범위는 당초 마케팅 등 영업상(외부 경영관리) 목적에서 위험관리, 내부통제, 자회사 검사 등 내부 경영관리에 이용할 수 있는 목적으로 한정됐다. 즉 마케팅 목적으로는 고객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이 금융지주의 수익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며 "고객의 동의하에 지주사 내 계열사끼리 영업을 목적으로 고객정보가 공유될 수 있다면 수익창출과 금융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시스템 안정·소비자보호에 중점"

그러나 이번 규제완화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전성·소비자보호·개인정보 규제를 강화·유지'하겠다는 금융위의 입장은 단호하다.

"벌써 잊었습니까." 금융위 관계자는 고객(투자자)보호 측면이 강화돼 업계의 수익성 부분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갖고 이번 개혁안을 발표했다"며 금융의 가치가 금융기관의 수익성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 제일의 가치는 시스템 안정과 소비자보호에 있다"며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면 이를 토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전했다.

카드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번 개혁안에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담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난 2004년 카드사태와 올해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금융업계가 제일 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급결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카드사의 정책은 소비자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권 종사자들의 '수익성 강화' 요구가 소위 업권 간 '땅따먹기'식으로 비쳐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며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이번 개혁안을 봐 달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내 고객정보 관련 개정안' 등 금융규제개혁안이 개인정보 유출의 영향으로 규제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다만 "금융업계가 고객보호를 위한 제도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하고 수익성 창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향후 금융당국은 물론 국회에서도 업계에 우호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