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10일 금융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좋은 규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진입과 업무, 자산운용 및 영업규제는 대폭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규제개혁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법 개정에 들어가 시행된다. <머니위크>는 죽어가는 국내 금융업계를 살리기 위한 금융규제개혁안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각 업권별로 전망했다. 또한 '손톱 밑 가시'를 전부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도 짚어봤다.
#1. 자산운용에 관심이 많은 김모씨(53·여)는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특화 점포인 PWM(PB특화 공동점포)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한 지붕 두 가족' 시스템에 불편을 겪을 때가 많다. 특화 점포라고 해도 은행업무를 본 후 증권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금은 은행 직원과 상담하고 주식투자는 다시 증권 직원과 얘기해야 해서 재정상황이나 운용목표 등 똑같은 설명을 몇번씩 되풀이 하는 것이 번거롭고 시간 낭비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2. 해외진출을 검토 중인 국내 금융회사들의 오랜 고민 중 하나는 '역차별' 문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면 될 텐데 국내 금융규제가 해외에도 적용돼 '이중규제'에 시달리는 탓이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현재 해외지점에선 해당국가와 국내의 이중규제로 인해 최소의 업무영역에서만 영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꼬이고 꼬인' 금융권 뫼비우스의 띠를 풀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를 옭죄는 띠(규제)를 풀기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이르면 오는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이러한 '칸막이' 규제가 서서히 풀린다. 해외에서는 국내법의 적용규정이 사라지고 유니버셜뱅킹(Universal Banking System)이 허용돼 금융영토 확장의 발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업권 간 칸막이 허물어… 정보공유 '상충' 우려
금융회사의 시너지 창출 면에서 눈에 띄는 개혁안은 '계열사 간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이다. 현재도 계열사인 은행·증권·보험사 등이 협업을 하고 있지만 한 건물 안에서도 업권별 사무공간이 구분되고 고객정보도 공유할 수 없는 등 제약이 따랐다.
금융위는 이러한 사무공간 구분방식을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출입문도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단종보험 대리점 결합도 허용돼 종합금융플라자 성격의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더불어 계열사 간 기초정보 공유도 허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계열사 공동상담실 내에서 고객 동의하에 고객이 가입한 금융상품 정보를 바탕으로 자문을 받고 상품가입도 할 수 있어 실질적 원스톱 자문·판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지주 그룹 내 임직원의 겸직이 용이해져 업권 간 통합서비스와 상품개발도 쉬워진다.
이와 관련 금융권은 그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 일색이다. 한 대형시중은행 관계자는 "복합점포 활성화는 고객중심지향적인 대책으로 계열사 간 종합자산관리가 가능한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간 활용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제약조건(현행 은행-증권간 점포 물리적 분리, 방화벽 규제, 출입문 개별 설치)을 완화함으로써 영업활동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무엇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한 금융기관에서 여러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합점포 활성화가 장기적으로 금융지주회사의 시너지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에도 당장 은행의 수익성 향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만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지 않냐"며 "궁극적으로 금융회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은행·보험·증권사를 아우르는 금융지주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돼 계열사가 적은 중소형사의 '상대적 빈곤'을 심화할 우려도 있다.
일각에선 고객정보보호 측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복합점포의 경우 고객이 동의하면 계열사 간 정보공유를 할 수 있게 되는데 마케팅 측면으로 고객정보를 공유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어 구체적 시행안 마련과정에서 상충 가능성이 높다"며 "현실적으로 얽혀있는 각종 규제를 어떻게 풀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진출 시 현지 규정 적용… "타 국가 은행과 동등 경쟁" 발판
'금융 한류'를 위해 해외 유니버셜뱅킹(은행이 예금·대출의 고유업무뿐 아니라 증권과 보험 등의 금융업무도 겸하는 제도)도 허용된다. 그동안은 해외에서도 국내 금융권 규제가 그대로 적용돼 업무에 제약을 받아왔다.
일례로 홍콩지역에선 국내 은행의 IB(투자은행)업무가 제한돼 있다. 홍콩 금융당국은 은행의 유가증권 인수·주선·매매 등 IB업무를 허용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의 해외지점은 국내 은행법에 따른 업무만 할 수 있어 고수익사업인 IB업무 영위가 불가능했다.
본래 국제법상 국가관할권에는 속지주의(屬地主義)가 적용되므로 역외에서는 해외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 그럼에도 그간 국내의 전업주의 등 제한을 그대로 적용해 외국 금융회사는 영위 가능한 업무를 우리 금융회사의 해외점포에만 제한해 역차별 논란이 제기돼 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유니버설뱅킹 허용이 바로 영업력 향상으로 연결되진 않더라도 최소한 다른 나라 경쟁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번 금융규제 개혁안은 국내은행의 해외보험사 소유나 비은행 금융회사의 해외은행 소유도 허용하는 개선안을 담고 있어 해외금융사 인수·합병(M&A)의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과거 국내 증권사의 헝가리은행 소유 사례가 있었으나 현재는 보험사 또는 증권사의 해외은행 소유 가능여부가 불명확한 상태다.
금융상품 통합관리에 세제혜택까지 'IWA' 도입 추진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WA: Individual Wealth Account). 명칭 그대로 예·적금, 펀드, 보험 등 원하는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관리하면서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는 계좌다.
금융위는 이번 금융규제개혁안의 중요과제 중 하나로 세제혜택 금융상품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계좌의 도입을 꼽았다. 재테크에 관심 있는 금융소비자들이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현재 세제혜택 상품은 퇴직연금, 연금저축, 재형저축, 소득공제장기펀드 등 업권별로 흩어져 있고 세제혜택 역시 제각각인 반면,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가 도입되면 세제혜택 상품도 시장상황에 맞게 탄력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이 가능해진다.
영국의 ISA는 주식, 채권, 펀드, 보험 등을 단일 계좌에 연간 일정한도로 편입하고 발생한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준다. 일본의 NISA(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는 10년간 100만엔을 한도로 계좌 내 주식과 펀드 등을 자유롭게 편입할 수 있고 발생한 모든 소득에 대해 비과세한다.
금융위는 하반기 개편안을 마련해 이르면 2016년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세제혜택 등은 기획재정부 등과의 협의사항으로 남겨져 최종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