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금융지주사로 출범한 우리금융지주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설립된 지 13년7개월 만이다. 우리은행 역시 새 주인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수십여년간 한국금융 역사를 만들어 온 우리금융지주와 주요 계열사가 이제는 조각조각 흩어져 각자의 길을 향해 떠나는 셈이다.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정부의 오랜 숙원과제였다. 우리금융은 금융활황기 때인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민영화를 통해 글로벌 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경기침체,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 고육지책으로 나온 결론은 각 계열사를 분리해 패키지(3단계)로 파는 전략이다.

이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1단계(경남·광주은행)와 2단계(우리투자증권 등 증권계열 6개사 매각)까지는 무난히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가장 덩치가 큰 우리은행 패키지다. 우리금융 민영화 3단계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카드와 우리PE, 우리FIS, 우리종합금융,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6개사다. 정부는 마지막 3단계 매각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머니투데이DB

◆역사적 전통 강조… 우리금융 소멸
지난 7월28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긴급회동을 가졌다.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회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가 떴다. 우리금융지주를 11월1일자로 우리은행에 흡수 합병한다는 내용이다. 합병비율은 1대 1이다.


이번 합병은 오는 10월10일 열리는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우리금융 구주 제출기간은 같은 달 11~31일, 신주교부는 11월18일로 예정됐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우리금융을 우리은행에 흡수 합병키로 한 이유는 역사적 전통성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설립연도는 2001년. 하지만 우리은행은 이보다 100여년 이상 앞선 1899년(당시 대한천일은행)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영업 시 오랜 전통성을 가진 법인의 가치는 매우 크다"면서 "우리은행 인수투자자 유치를 위한 전략적 (흡수) 합병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한 전략이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해부터 지주사 인력을 줄이는 등 민영화 작업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6월 170명의 지주사 인원을 절반 수준인 90명으로 감축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 지난 7월에는 최소인력만 남기고 대부분의 인력을 우리은행과 계열사로 발령냈다.

현재 남은 지주사 인력은 총 55명. 이 중 대부분은 우리은행에서 지주로 파견한 인력이다. 우리금융지주에서 뽑은 인력은 수명에 불과한 상태다. 이들은 개인 의사에 따라 그만두거나 우리은행(혹은 계열사)에서 다시 채용할 예정이다.


 

/사진=뉴스1 DB

◆우리은행 매각 통한 공적자금 회수
앞으로 남은 과제는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일이다. 특히 우리은행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을 얼마나 회수할지 여부가 민영화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우리금융 관련기관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12조7663억원. 이 중 회수된 것은 5조7590억원(45.1%)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한 전략은 어떤 것일까. 일단 정부는 매각방식을 경영권 행사와 경쟁 입찰 등 투 트랙(two track)으로 제시했다. 예보가 보유한 지분(56.97%) 중 30%를 실제 경영권을 노리는 인수자에게 통째로 넘기고, 나머지 26.97%는 일반투자자에게 0.5∼10%씩 쪼개 파는 것이다. 이에 따라 3조원에 달하는 경영권 지분을 한꺼번에 인수하는 쪽이 우리은행의 새 주인이 된다. 이는 인수대상자가 없는 상황인 점을 감안, 매각비용을 줄여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수 지분 투자자들을 위한 전략도 제시했다. 주당 0.5주의 콜옵션을 주기로 한 것. 콜옵션은 미리 주식가격을 정해놓고 그 이상 주가가 올라도 기존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주가가 오르면 옵션을 행사해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 있고 주가가 내려갈 경우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된다. 10% 이하 소수 지분 입찰에는 연기금이나 보험사, 국내외 펀드 등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첫 금융지주' 우리금융의 13년 발자취

우리금융지주는 국내 첫 금융지주사다. 지난 2001년 4월 한빛은행과 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을 주요 계열사로 탄생했다.

굵직한 사업도 펼쳤다. 우리금융지주가 탄생하면서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이 계열사의 사명변경이다. 하나로종합금융을 우리종합금융으로 변경했고 2002년에는 한빛은행을 우리은행으로 바꿨다. 또 그 해 6월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공식적인 상장사로 변모했다.

다양한 인수·합병(M&A)도 우리금융지주가 앞장서 추진했다. 2005년 LG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한미캐피탈(우리파이낸셜)과 LIG생명보험(우리아비바생명) 등을 속속 인수했다. 또 지난해에는 우리카드 분사에 성공했다.

13년 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윤병철 초대 회장을 비롯해 박병원 회장, 이팔성 회장 등 대부분의 회장이 낙하산 논란을 겪었다. 당시 정부의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중 2대 회장인 황영기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끝난 직후 경쟁은행인 KB금융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또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 실패 등으로 KB금융 회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물러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최근 13년 동안 우리금융 회장은 총 4번 교체됐다. 윤병철 초대 회장을 비롯해 황영기 전 회장, 박병원 전 회장, 이팔성 전 회장을 거쳐 현 이순우 회장이 우리지주 호를 책임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