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이 그동안 신세계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던 성장동력 부재 해소를 위해 위드미를 내세운 편의점사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염두에 두고 1년 넘게 준비한 파격적인 조건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그가 내세운 위드미의 가맹 조건은 ‘NO 로열티, NO 365일·24시간 영업, NO 중도해지 위약금’이다. 다른 대기업 편의점과 차별화를 둔 과감한 원칙을 제시한 만큼 정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막내 딸 이명희 회장의 장남이다. 신세계를 이끌 3대 주주로서 위드미 편의점사업에 결단을 내렸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적지 않다. 신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행로에 산재한 과제들을 풀어내기 위해 그가 준비한 해법은 어떤 게 있을까.


 


◆3년 후 바라보고 편의점사업 전개
우선 위드미 편의점사업이 안정적인 수익모델로 자리 잡는 시점에 대한 의문이 무성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위드미 편의점사업의 흑자전환이 3년 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면 2500개 정도의 점포를 열어야 하는데 3년 내 달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 부회장도 이 대목을 고심했다. 위드미 편의점사업은 기존 대기업 편의점이 보유한 한계를 넘어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뒀다. 수익구조만 놓고 보면 로열티를 받지 않는 저수익구조다. 일정 부분 수익을 확보하기까지 인내가 필요하다. 때문에 그는 오히려 당분간 적자를 감내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 향후 2500여개 점포를 오픈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만큼 3년 후를 바라보고 사업을 전개한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 같은 정 부회장의 각오는 지난해부터 위드미 편의점의 사업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과정에서 굳어졌다. 그리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가맹점주에게 유리한 사업모델이 통한다면 높은 수가 나오고, 그렇지 않다면 낮은 수가 나온다.

정 부회장이 바라는 높은 수가 나오는 경우는 기존 메이저 편의점주 다수가 위드미로 노선을 갈아타는 상황이다. 다만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면 주사위가 담긴 상자를 열기까지 어느 정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야말로 정 부회장의 승부수인 셈이다.

◆편의점 경영주 수익 극대화에 무게

정 부회장이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올해 안에 어떤 전략으로 1000개 점포를 오픈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면 편의점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 부회장은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가 당분간 편의점 성장을 지속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편의점 경영주(가맹점주)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명확히 했다. 운영이 뛰어난 점포에 이벤트를 열어주는 등 고객서비스 품질을 높일 다양한 방법도 찾고 있다. 다만 가맹점주의 한달 수익이 200만원을 넘지 않는 곳에는 출점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면서 리스크를 줄였다.

여기에 정 부회장은 현재 20%대인 피코크 등 자체상품(PL)과 해외 소싱상품 비중을 50%까지 늘려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따라서 메이저 편의점 300개, 개인편의점 300개, 신규창업자 200개 등 올해 안에 1000개 출점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드미 편의점사업이 다른 대기업 편의점들보다 우월하다는 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위드미 편의점사업설명회에 서울에서만 2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린 점은 위드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드미 편의점사업의 순조로운 출발로 해석할 수 있다.

◆백화점·이마트, ‘1번점·저가격’ 구축

위드미 편의점사업 이외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도 정 부히장이 뛰어 넘어야 할 과제다.

신세계백화점이 공개한 지난 6월 잠정 영업이익은 76억6300만원이다. 209억8500만원이었던 전달보다 68.5%나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전년 동기 97억4000만원보다는 7.6% 떨어졌다.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342억900만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전달 678억7000만원보다 49.6% 줄었다. 또 전년 동기 499억6800만원보다는 31.5%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르자 정 부회장은 경쟁력 강화를 통해 압도적인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백화점의 경우 대형 상권 점포는 기존 6개점에서 10개점 이상으로 늘려 지역 1번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중권 상권은 지역커뮤니티 역할을 할 수 있는 점포를 3개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패션 중심의 테넌트형 점포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마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6개 점포를 오픈하고 지속적인 출점 전략을 통한 저가 이미지 구축으로 대형마트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향후 자체상표 상품 개발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점포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입에서 물류까지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힘쓰겠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2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2023년까지 총투자 31조4000원, 협력사원을 포함한 총고용 17만명을 창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백화점과 이마트 등에 12조8000억원, 쇼핑센터·온라인·해외사업 등에 13조8000억원, 기타 브랜드사업 등에 4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불황기를 극복하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신세계는 지속된 경기침체와 강화된 정부 규제로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모두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던진 승부수는 공격적인 투자다. 그러나 실적 부진의 탈출구로서 대안이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그가 내세우는 ‘시장 활성화 및 유통 선도 기업’ 추진에 대한 자신감은 확실히 넘치는 듯하다.

☞프로필
▲1968년 9월19일 출생 ▲1995년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 ▲1997년 신세계그룹 기획조정실 상무 ▲1998년 신세계백화점 경영지원실 상무이사 ▲2000년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실담당 부사장 ▲2006년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실담당 부회장 ▲2009년 신세계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2010년 신세계그룹 등기이사, 이마트 대표이사 ▲현재 신세계그룹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