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열린 '2014 부산국제모터쇼' 현장에서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한 말이다. 이날 프로보 사장은 오는 2016년까지 품질 1위 달성과 내수판매 3위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초심'을 강조했다.
멋진 말이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보통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표현은 어느 분야에서 최고 정점을 찍거나 과거가 무색해질 정도로 변화에 성공한 사람이 말해야 어울리기 때문이다. 비록 적자경영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여전히 완성차업계에서 꼴찌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인 르노삼성의 입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언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반짝' 탈꼴찌에 성공하긴 했지만, 또다시 파업이라는 암초에 가로막혀 하반기 성과가 불투명해졌다. 매년 노사갈등으로 인해 생산차질이 반복되는 실정 속에서 프로보 사장에게 필요한 건 초심이 아니라 '리더십 경영'이지 않을까.
◆상반기 호성적… 파업 앞에 하반기는 '미지수'
르노삼성은 지난달 1만2367대 판매를 기록, 전달 대비 22.6% 성장해 쌍용자동차를 539대 차이로 앞서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내수는 18.7% 증가해 6040대를, 수출도 26.7% 증가한 6327대를 기록해 올 상반기 호조세를 이어갔다. 4위 자리를 다투는 쌍용차를 앞선 것은 지난 5월에 이어 2번째다.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40.5% 증가한 3만6977대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단연 눈에 띄는 실적이다. 상반기 중 높은 성장률을 이루며 업계 4위를 탈환한 르노삼성이지만, 프로보 사장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곳곳에 깔린 암초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노사 문제의 장기화 우려가 큰 골칫거리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4월부터 임·단협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달 22일과 25일 두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600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1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아울러 하반기 주력 상품인 SM5 D(디젤)와 닛산 로그(ROUGE) 위탁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높아 하반기 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반면 경쟁사인 쌍용차와 한국지엠은 임단협을 마무리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을 당분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데 있다.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만1970원 인상 ▲성과급 200% ▲고용보장위원회 개최 ▲고용보장협약서 작성 ▲차기차종 조기 확정 및 물량확보 ▲현장 근무강도 개선 등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년간 임금 동결 등으로 경영 정상화에 희생한 만큼 이제는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리후생 강화와 고용 안정성 확보 등도 주문하고 있다.
노조는 또한 사측이 진행 중인 '강제희망퇴직 및 강제전환배치'를 중단하고 임단협에 전념할 것을 요구했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희망퇴직 대상범위를 '기장'(MP)에서 '책임'(P3)까지로 확대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희망퇴직 권고에 불응하는 직원들을 생산직에서 사무직으로 전환하도록 종용했다. 또 희망퇴직 대상자 30명에 대해 노동 강도가 가장 높은 공정으로 강제 전환하는 발령을 냈다.
이에 회사 측은 "회사 고유의 인사·경영권에 대한 문제는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불협화음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은 훌륭한데, 경영 논란은 수두룩
지난 2009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온 부산 신호산업단지 내 5만9000㎡ 규모 공장부지를 두고도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에 해야 하는 처분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땅장사' 혹은 '먹튀'라는 오명도 뒤집어쓰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공장 증설용으로 분양받은 땅을 최근 한 조선기자재업체에 팔아넘겼다. 자동차공장 설립 요건으로 시세보다 싼 가격에 받은 땅을 팔면서 시세차익으로만 300억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은 이 과정에서 나대지에 공장을 지으면 5년이 지나지 않아도 분할 매각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려 창고형 공장 가건물 9개 동을 지은 뒤 분할 승인을 받아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정년퇴직 규정을 잘못 만든 탓에 예기치 못한 재정부담이 생겼다. 지난 2000년 노사협상을 통해 '정년은 만 55세가 종료되는 해의 12월31일로 한다'고 정했지만, 회사는 정년퇴직자들에게 '만 55세가 되는 해의 12월31일'을 적용해 수백명의 직원들을 1년 먼저 퇴임시켰던 것.
이를 두고 김모씨(58)는 소송을 걸었고, 서울고법은 1년치 임금과 퇴직금 9350여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하도록 사측에 명령했다. 이 같은 조건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정년퇴직한 수백명의 근로자들에게도 적용한다면 르노삼성은 최대 수십억원의 재정적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
숱한 논란을 뒤로 하고 당장 중요한 건 역시나 하반기 실적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2년 170억원 영업적자에서 지난해 444억원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왔고, 올해도 상반기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임단협 향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판매대수만 놓고 봤을 때 상반기 동안 쌍용차보다 1만1493대 적었던 점을 상기하면,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SM5 D는 이미 2700여대가 계약됐고 로그는 8월부터 생산에 돌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흐름에선 출고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SM시리즈와 QM시리즈에 대한 상품력은 이미 업계의 평이 긍정적이다. 즉, 제품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뜻이다. 르노삼성의 최근 실적이 '반짝 성적'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내부적으로 인정받는 경영자의 뚝심 있는 리더십이 최우선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만 3년차인 프로보 사장이 지금부터라도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실정에 걸맞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