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칼바람은 더이상 '한철 용어'가 아니다. 올해 들어서도 다수의 증권사들이 연이어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직원들을 내보냈고 지금도 내보내고 있다. 이처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지만 직원과 함께 '아픔'을 나누는 등기이사를 증권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머니위크>는 교보증권, 대신증권, 동양증권 등 국내 주요 17개 증권사의 반기보고서(1~6월)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지난해에 비해 직원수가 10.74% 감소했다. 멈추지 않는 구조조정 탓이다. 이 기간 직원들의 평균 급여(반기)는 3858만원. 그러나 같은 기간 임원들의 연봉은 3억3886만원으로 집계됐다. 임원들이 직원들보다 약 9배나 많은 연봉을 받은 것이다. 상반기에 등기임원이 받은 보수가 직원과 비교했을 때 20배가 넘는 회사도 있다.


지난해 반기보고서(4~9월)와 올해 반기보고서에 기재된 보수를 비교하면 주요 증권사 등기이사들의 연봉은 22.46% 올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반기보고서가 4∼9월(결산월 변경으로 올해부터는 1~6월)임을 감안하면 일률적으로 비교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번 상반기 급여에는 상여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임원과 직원간 연봉 격차가 적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잘라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다던 증권사들이 정작 임원들의 허리띠는 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 직원들 줄이고 임원 연봉 올렸나


17개 증권사 가운데 직원 숫자가 늘어난 회사는 메리츠종금증권(6.94%), 하이투자증권(0.62%), KDB대우증권(0.07%)뿐이다. 나머지 14개 증권사는 모두 직원이 감소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864명이었던 직원을 924명으로 60명 늘렸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전부터 직원을 계속 채용하고 있어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다"며 "앞으로도 거점점포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채용을 꾸준히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2816명이던 직원이 올해 6월30일 기준 2263명으로 줄었다. 전체 직원의 19.63%(553명)가 퇴직한 것이다. 올해까지 이어진 고강도 구조조정 탓이다.

전직원 대비 구조조정 비율로는 동양증권이 단연 톱이다. 동양그룹 사태로 인해 대만의 유안타증권에 팔린 동양증권은 지난해 9월30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전체 직원의 32.89%(816명)가 퇴직했다.

이외에 한화투자증권(30.61%), 대신증권(19.94%), 우리투자증권(12.26%)도 전체 직원 중 두자릿수에 달하는 비율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상반기 동안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급여를 지급한 회사는 메리츠종금증권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임원을 제외한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5409만원이었다. 이어 신한금융투자가 52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교보증권과 하이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이 각각 4321만원, 4300만원, 41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상반기 급여가 3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증권사도 있다. 키움증권(2634만원)과 동양증권(2700만원)이다.
 

 
◇ 비상경영 선포해도 연봉은 '억대'
올 상반기 등기이사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회사는 메리츠종금증권(10억625만원)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종금증권 등기이사들의 연봉은 직원 연봉의 18.60배에 달했다.

그러나 개인 급여만 놓고 본다면 1등은 대신증권이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이 상반기 동안 11억4927만1700원을 지급 받아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11억224만원)보다 수입이 더 많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상반기에 보수로만 6억7710만원을, 상여금으로도 4억7217만1700원을 받았다.

이 회사의 올해 직원 보수는 3300만원. 지난해 등기이사와 직원간 보수의 격차는 약 8.19배였으나 올해에는 20.18배가 넘는다. 이 회장 개인과 비교하면 약 34.82배에 달한다. 대신증권은 올해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창립 이래 최초로 구조조정을 단행했음에도 이 회장의 보수는 증권가에서 가장 높았다. 대신증권은 올 상반기에도 영업손실(24억84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순 13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전환배치를 실시하고 올해에도 300여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삼성증권도 마찬가지다. 직원(3672만원)과 등기이사(6억3300만원)간 평균 보수격차는 17.24배에 달했다. 김석 대표이사는 상반기에 급여로 3억7500만원, 상여금으로 6억58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00만원을 받아 총 10억34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올해 전직원의 10%가 넘는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하나대투증권도 직원(4100만원)과 등기이사(5억7600만원)간 급여차이가 14.05배나 됐다. 장승철 대표이사는 상반기에 급여로 2억2900만원, 상여금으로 2억7600만원을 받아 총 5억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에 유일하게 등기이사 평균 보수로 '억'대를 쓰지 않은 회사는 동양증권(8300만원)뿐이다. 이 회사는 직원(2700만원)들과의 보수차이도 3.07배로 비교적 적었다. 신한금융투자(2.52배)와 하이투자증권(2.86배) 역시 보수격차가 낮은 편에 속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