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에 딱 좋은 여행은? 캠핑이다. 그런데 캠핑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여행이 없다. ‘왜 생고생을 하나’, ‘아이들은 심심하지 않을까’, ‘장비 값이 얼만데’…. 이런 걱정은 붙들어 매고 가까운 곳으로 떠나보자. 요즘엔 다 해결되는 캠핑장이 있다.



◆엄마는 노터치, 아이가 만드는 음식
앞치마를 한 꼬마요리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아이들은 안전칼을 들고 취향따라 능력따라 떡을 썰고 있다. 어떤 아이는 종종종 가지런히 썰고 있지만 어떤 아이는 ‘떡 썰기’보다는 ‘주무르기’에 열중하고 있다. 어떤 아이는 아예 자리 깔고 벌렁 누워 잔다. 이 난리가 답답할 만도 한데 부모는 아이를 간섭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하도록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떡은 어머니가 썰고, 석봉이(아들)는 글을 쓰는 게 아니었나? 저 떡으로 뭘 하려고 하지? 떡을 다 썬 아이들은 그릇을 들고 줄을 섰다. 특별히 통제하지 않아도 얌전히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그릇에는 시원하게 갈린 빙수 얼음이 쌓인다. 아, 빙수를 만드는 구나! 가을이지만 아직 빙수가 반갑다. 메달이라도 받은 듯 빙수얼음을 획득한 아이들은 자리로 돌아와 푹 삶은 팥을 올린다.

그 위에 썬 떡으로 멋을 부린다. 주무르기만 하던 아이도 떡 한 덩어리를 호기롭게 빙수그릇에 넣는다. 저걸 어떻게 먹지? 아이는 여기서 ‘자업자득’의 교훈까지 배워 가려나 보다. 우유 붓고 콩가루로 마무리하면 끝. 연유나 젤리를 넣지 않고, 취향 따라 꿀을 조금 첨가할 뿐이다. 아이들은 맛있게 먹는다.

빙수 만들기를 시작하기 전에 타르계 색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예쁜 빛깔 달달한 음료수는 찾지도 않는다. 부모들은 이 자랑스런 아이들의 작품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다음엔 만두를 만든단다. 그 다음 달엔 바람떡을 만든단다. 김장도 한단다. 그러고 보니 스케줄을 꾀고 있는 사람이 꽤 된다. 한달에 한번씩은 출석도장을 찍는가 보다. 가족들은 빙수를 신나게 나눠 먹고 각자의 텐트로 흩어진다.


양달농원
대여사이트 대여 용품

◆종부의 농원에서 가족 위한 캠핑장으로
이곳은 종부의 공간이었다. 해주 오씨 판서공파 자손들이 사백년간 생활한 곳이다. 이곳에서 13대 종부, 이희자씨가 농원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며느리가 가업을 이었다. 이들은 전통 음식을 만들고 전한다. 대를 이어오는 ‘씨간장’을 비롯해 배추김치, 홍시김치, 총각김치 등 각종 김치와 땅콩조림, 등겨절임, 고춧잎 장아찌 등 여러 종류의 ‘밥도둑’이 장독대와 저장고에 가득가득 하다.

그러니까 여긴 태생이 캠핑장이 아니라 농원이다. 농사를 짓고, 제철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고안한 아이디어가 캠핑이란다. 가족들이 주말 캠핑으로 자연을 만나고, 재미있는 음식 체험을 통해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도 알고, 아이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농촌 체험도 할 수 있는 ‘1박2일’ 말이다.

캠핑 장비가 없어도 모든 것을 대여해 주고, 여름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영장도 있고, 책을 읽는 북카페도 있다. 아예 텃밭에 농산물을 심어 놓고 돌보러 오는 이들도 있단다. 캠핑을 좋아하고 자연에서 노는 것에 금새 적응하는 아이들이라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도시 아이들이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부모 따라 캠핑 와서 달려드는 벌레와 사투를 벌이며 하루 종일 가만있기만 하는 아이들도 많다. 어쩌다 캠핑장에서 친구를 만나면 좋겠지만 그건 보장할 수 없는 일, 대자연과 만나라고 말은 하지만 벌레인지 해충인지 구별 못하는 도시 부모, 하룻밤 바비큐는 먹겠지만 다음날 아침은 라면으로 때우는 가족들, 이런 불편함이 좋아서 캠핑 간다고 하지만 결국 장비 장만에 열을 올려 때로는 집보다 안락한 텐트를 꾸미는 캠퍼들….

그래서 가족 중에는 그저 '따라만 오는 멤버'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즐길 거리를 준다는 건 꽤 괜찮은 타협점이다. 여기에 놀면서 자연스럽게 얻어가는 것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아이들은 북카페에서 금세 친구가 된다. 어떤 아이가 자기보다 작은 여자 아이 머리를 만지고 있길래 말을 걸어 봤더니 파마를 해 준단다. 여린 나무줄기를 가지고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제법 그럴 듯하게 컬을 만든다. 이게 전통방식이라는데, 어른도 몰랐던 걸 저 아이는 어떻게 알았는지… 파마 시술(?)을 받은 작은 아이는 나무 줄기를 풀 때마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꼼꼼히 살핀다.

‘마음에 들어?’ 하고 물었더니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만 까딱 한다. 금세 친해진 아이들은 서로의 텐트로 저녁 초대를 한다. 모든 것이 소꿉장난 같다.


양달농원캠핑장 북카페
숲체험 향낭 만들기

◆생태 숲을 걷는 캠핑장의 아침
캠핑장의 아침은 생각보다 분주하다.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잠을 깨는 것이 아니라 옆 사이트 텐트 걷는 소리를 들으며 몸을 일으키기도 한다. 막히는 길 떠나려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아빠들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제 먹던 음식을 모아 대충 아침밥을 차려 먹거나 간단히 준비해온 식빵을 브런치라 주장하거나, 라면을 끓여 먹는다. 본격적으로 텐트 철수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잠깐 멀찍이 떨어져 기다리는 게 안전하다.

양달농원의 아침은 두 가지 편리한 점이 있다. 아침식사를 예약하면 종부의 솜씨로 마련한 시골밥상을 맛볼 수 있다. 텃밭에서 따온 오이, 감자, 고추가 싱싱하고, 정성으로 담근 장아찌, 묵은지는 그 맛이 황송할 정도다. 푸딩처럼 탱글거리는 계란찜과 시원한 미역국까지 더하니 아이들도 밥을 두그릇씩 먹는다.

아침을 먹고나면 생태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시간에 부모들은 텐트를 걷고 사이트를 정리하면 된다. 생태 숲길을 걷기 전에 선생님과 함께 향낭을 만든다. 이 향낭은 모기나 해충을 막는 향주머니이다.

한땀한땀 바느질하고, 계피를 잘라 넣고, 메타세콰이어 열매로 장식한 향낭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것’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이 주머니를 들고 길을 나선다. 길가에서 강아지풀을 가지고 꽃다발을 만들어 보고, 책에서나 보았던 사슴벌레와 풍뎅이를 만나기도 한다.

가끔 ‘밤마실’로 저녁 생태 숲 걷기를 할 때도 있는데, 아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반딧불이다. 반딧불이 많이 나오는 6~7월에는 밤마실이 인기다.

이곳 체험 프로그램은 기대 이상이었다. 왜 그런가 살펴보니 강사진이 탄탄했다. 음식 체험은 이곳 14대 종부이자 유기농 먹거리로 유명한 한살림 강사 출신이 진행하고, 숲 체험은 용인의제 소속 협동조합 선생님이 진행한다.

즐겁게 참여하다 보면 제법 교육효과도 있다. 매달 프로그램이 바뀌니 다시 올 이유가 생긴다. 벌써부터 캠핑 하면서 김장도 한다는 11월이 기대 된다.

여행 정보

☞ 양달농원캠핑장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죽양대로 - 가재월사거리에서 ‘용인시축구센터, 가재월리, 연미향마을’ 방면으로 우회전 - 보개원삼로 - 독성교차로에서 ‘이동, 학일리, 문촌리’ 방면으로 우회전 - 이원로 - 세터말교차로사거리에서 ‘학일 1일’ 방면으로 좌측 방향 - 학일로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양달농원캠핑장: 검색어 ‘양달농원캠핑장’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학일리 368-2

< 주요 정보 >
양달농원캠핑장
031-334-4567 / http://cafe.naver.com/ydfarms
캠핑사이트: 1박 4만원 / 2박 6만원
사이트·텐트와 용품일체 대여(침구제외): 1박 12만원 / 2박 20만원
펜션: 25만~30만원

☞ 음식체험 및 일정
침가비(1인): 1만원~ (재료에 따라 변동)
9월: 우리밀 만두 만들기
10월: 바람떡 만들기
11월: 김장 캠핑 (2~3주 전 예약필수), 메주 만들기
12월: 강정 만들기

☞ 생태숲걷기 또는 밤마실 (1가족당): 2만5000원(향낭 2개 포함)
☞ 아침 식사(일요일 아침/토요일 예약 필수): 어른·청소년 7000원 / 어린이 5000원 / 미취학 무료
☞ 북카페: 커피·음료 3000~4000원

< 음식 >
식물원K: 식물원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곳이다. 꼭 밥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멋진 분위기와 잘 차려진 식사를 경험하러 가볼 만하다.
등심스테이크비빔밥(2인분) 3만4000원 / 치킨데리야끼비빔밥(2인분) 2만8000원 / 연어새싹비빔밥(2인분) 2만8000원
http://www.gardenk.net / 031-321-9084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전대리 85-9

하오차이나: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마늘, 양파, 레몬, 각종 과일로 맛을 내는 곳으로 배달을 하지 않는 차이니스 레스토랑이다. 쾌적한 분위기로 아이들과 가기 좋다.
코스(1인) 2만~7만원 / 단품요리 1만5000~6만원
http://haochina.yongini.com / 031-321-3957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50-3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347호·제3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