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그만 휴게소, 작은 매장에 '달인' 있었네
그가 만든 빵에 대해 어떤 이는 “향을 품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다른 이는 “바삭함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다르다”고 평한다. 빵 하나를 가지고 이런 극찬을 받는 이는 과연 누굴까. 그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휴게소로 차를 몰았다.
지난 8월25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성에 있는 평택-제천간 고속도로의 안성맞춤휴게소. 장마의 영향으로 장대비가 내린 탓인지 휴게소에 주차돼 있는 차량과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거기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규모의 휴게소. '에이, 여기에 달인이 있다고?'라는 생각을 하며 차량을 주차하고 휴게소로 들어가는 순간, 유독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매장이 눈에 띈다.
매장 크기는 10평 남짓. 그마저도 커피, 아이스크림, 빵 등을 취급하는 가게 세곳이 매장을 나눠 쓰고 있었다. 하지만 매장 앞은 한적한 휴게소의 분위기와는 딴판이었다. 휴게소에 들른 모든 이가 이곳에 모여든 듯싶을 정도다. 가게 앞을 한동안 지켜보니 이들 대다수는 '달인의 빵'을 사려고 온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빵 종류 중 하나인 ‘번’(bun)을 먹으러. 그것도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빵브랜드인 그 ‘번’이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인터뷰에 앞서 번을 사가는 한 손님을 붙잡고 물었다. “이 빵이 뭐가 달라요?” 순간 당황해하면서도 그는 살짝 귀띔한다. “맛있어요. 커피번에 향이 잘 들어 있다고 할까.” 다른 손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요. 다른 데서 먹는 것보다 여기 게 맛있어요.” '제대로 달인을 찾아왔구나….' 안심이 됐다.
◆ 끊이지 않는 손님 한켠서 인터뷰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손님이 줄어들기를 기다렸건만 좀처럼 대기줄은 끊길 줄 모른다. 혼자 번을 굽고, 주문받고, 계산을 하는 그를 대신해 가게를 봐줄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 그냥 손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카운터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쉴 틈 없이 빵 굽는 모습을 지켜보는 와중에 틈틈이 이곳의 주인공 정대근(34) 팀장에게 말을 건넸다. 순박해 보이는 그와 통성명을 한 후에야 그가 ‘번달’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달인이요? 제가 무슨…. 하지만 누구보다 번을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록 빵 하나를 굽는 게 전부지만 나름 자부심도 있고요. 이렇게 내 손으로 구운 빵을 맛있게 드시는 손님들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대화 한마디를 나누는 사이 몇개의 번이 팔려나갔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급기야 옆 가게에서 커피를 팔던 직원이 계산과 포장을 도와줘 그나마 달인의 일을 덜어줬다. 약간의 여유(?)가 생긴 틈에 달인에게 비법을 물었다.
“비법이요? 그런 거 없는데…. 그냥 반죽 숙성에 신경 쓰고, 오븐에 반죽 넣고 잘 구우면 되는 건데요. 따로 비법이랄 게 있나요.”
싱거운 대답에 허탈해하고 있을 찰나, 달인이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뭐 비법이랄 건 없지만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반죽을 숙성시키는 거예요. 우선 외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숙성 온도를 달리하거든요. 가령 오늘같이 비가 오면서 후텁지근한 날씨에는 반죽 숙성기의 건열과 습열의 온도계를 조정해요. 그래야만 번을 구웠을 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거든요."
번달은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번을 굽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의 성실함이 엿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매장 영업시간이 오전8시부터 오후8시까지지만 달인은 4년 동안 매일 새벽 5시면 출근해 빵을 숙성시키며 영업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 체인 전국 1위 '번달의 위력'
달인에게 다시 물었다. 하루 판매량은 어떻게 되는지, 가장 많이 판매한 개수는 얼마나 되는지를.
“평일은 200~250개 팔고요, 주말엔 500개, 그리고 가장 많이 판 날은 작년 추석 때에요. 그때는 하루에 2500개씩 팔았어요.”
이때 휴게소 관리직원이 다가와 거들었다. “여기가 이 체인점 전국 1위점이에요. 대단하죠. 다른 휴게소는 물론 서울이나 도심에 있는 큰 평수의 매장들도 여기 매출 못 쫒아와요.”
달인에게 사실인지 물었다. 사실이란다. 솔직히 큰 휴게소에 있는 매장도 아니고, 경부나 서해안 고속도로처럼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 위치한 것도 아닌데 '달인이 만드는 빵은 다르구나' 싶었다.
이렇게 달인과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신기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쉴 틈 없이 만들어내는 번이 쌓이지도, 그렇다고 손님들이 제품을 받기 위해 기다리지도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게 제 가장 큰 노하우 일수도 있겠네요. 가급적 손님들이 따뜻할 때 번을 드실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어요. 무엇이든 바로 만든 직후가 맛있잖아요. 특히 번은 겉은 바삭해야 하고 속은 촉촉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 두면 맛이 떨어져요.”
역시 달인. 성실함과 자부심에 운영노하우까지…. 이곳의 번이 왜 이토록 인기가 있는지, 그가 왜 ‘번달’로 불리는지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할 수 있었다. 이번 귀향·귀성길에 평택-제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이곳에 들러 '번달'이 만드는 빵을 맛보며 교통체증의 답답함을 푸는 건 어떨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347호·제3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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