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예로부터 추석은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움과 넉넉함의 상징이다. 오랜만에 일손을 놓고 가족과 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재미있는 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따뜻한 마음과 인정을 나누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증권기자가 보는 올해 추석은 '풍요 속의 빈곤'이다. 지지부진했던 코스피는 우상향의 모양새를 띠며 최고점 돌파를 시도 중이고 증권업계 내부에서도 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비책이 나오고 있다. 증권주도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등의 '초이노믹스' 효과를 받아 펄쩍 뛰고 있다. 바깥에서 본다면 증권은 분명 바닥을 딛고 비상을 기다리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비상을 위한 시련이 너무나 깊다. 여의도 일대는 사측의 인력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단식투쟁과 천막농성을 하는 노동자, 사측의 노동조합 탄압(의혹)을 지탄하는 노조원, 실적 목표치에 다가가려고 발버둥치는 영업사원 등으로 우울함만 감돌고 있다.


지점으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다수의 증권사에서 지점 통폐합이 가속화됨에 따라 40~50대 증권맨은 회사에 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오죽하면 기자가 만난 증권사의 한 직원이 현재의 상황을 "피바다"라고 표현했겠는가.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증권사의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인력 구조조정 등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회사를 위해 스러져간 이들이 지난해 6월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년간 증권업계를 통틀어 3964명이나 된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당장 올 9월에만 현대증권, HMC투자증권 등에서 수백여명의 감원이 예고됐다. 추석연휴 '일손을 놓고' 가족과 영원한 시간을 보내라는 회사 측의 배려일까. 정들었던 회사와 이별해야 하는 이들이 고향에 '빈손으로' 내려가야 하는 마음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노조원들은 추석연휴에도 투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아있는 직원들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호황을 누렸던 시절, 그때 수준의 추석보너스와 선물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타 업계와 비교해도 내로라하는 스펙을 가진 증권맨들이 불황기에 접어든 이후 받아드는 보너스와 선물은 지나치게 볼품없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증권사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추석상여금과 귀성여비 등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증권맨들은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다. 그러기에는 동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고 회사는 "업황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서다. 결국 떠난 증권맨도, 남은 증권맨도 추석연휴가 두렵기는 매한가지다. 직업이 사라져서, 빈손이 누추해서….

사실 현재의 여의도 상황이 특수한 경우는 아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노사는 갈등했고 증권맨은 계속 줄어들었다. 그래서 증권맨은 말한다. "올 추석에도 못 내려가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347호·제3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