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불법모집을 신고하면 포상해주는 일명 '카파라치' 제도를 두고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모집인 간에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 카드모집을 뿌리뽑겠다며 지난 2012년 카파라치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맞게 카드발급과 관련된 잘못된 인식개선을 목표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카파라치제도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불법모집 신고포상금 규모를 축소키로 결정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신고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카드모집인들은 영업환경 악화 등의 이유로 점점 더 설 곳을 잃어가는 척박한 상황 속에서 사은품 지급규모 확대 등의 규제완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일하던 동료가 생활고로 시름하다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카드모집인의 생계보장을 위해 규제완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 카드 불법모집 신고 포상액 다시 하향조정
여신금융협회는 불법모집 신고 포상제도를 악용하는 카파라치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 9월5일부터 1인당 불법모집 신고포상금을 기존 500만원(연간 한도)에서 100만원으로 하향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신고인이 모집인과 사전 접촉해 금품을 요구하거나 불법모집 행위를 조정해 신고한 경우 심의를 거쳐 포상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기존 불법모집 신고 포상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이는 신고 포상금액을 5배로 올린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원래대로 하향조정된 것이다.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6월부터 불법모집 신고 포상금액과 연간한도를 5배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악성 카파라치들이 모집인에게 카드발급을 명목으로 접근해 금품을 요구하고, 과도한 유인으로 불법모집을 조장해 포상금을 받아내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해당 제도를 손질한 것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모집인 운영규약을 개정해 악성 신고인으로부터 협박, 공갈 또는 과도한 유인 등으로 불법모집 신고된 모집인에 대해서는 1차 경고하고 재차 적발되면 모집위탁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지난 6월 카파라치제도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포상금 규모를 늘렸지만 이로 인해 불법모집 신고 포상제도를 악용하는 신고자가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며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건전한 모집질서가 확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업계카드사들은 포상금 규모 축소 외에도 카드사의 자율에 맡기는 감시체계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불법모집 근절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포상금 규모 축소 이외의 법 개정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해당제도 활성화를 통해 '카드를 발급받으면 높은 수준의 사은품을 제공받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 카파라치, 실효성 유지될까
일각에서는 카파라치 포상금 규모가 예전과 같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에 급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고자가 받을 수 있는 연간 최대 포상금이 100만원이었던 올해 4월까지 월평균 신고접수된 건수는 11건, 포상실적은 고작 4건(건당 14만원)에 그쳤다. 그러나 연간 최대 포상금이 500만원으로 인상된 이후 카드 불법모집 신고건수는 지난 6월에만 67건으로 늘었다. 이는 개선 전에 비해 5배 급증한 수치다.
하지만 카파라치 신고 포상금 규모가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감에 따라 해당제도의 실효성에 다시 구멍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중카드사 관계자는 "연간 최대 포상금이 100만원으로 인하됨에 따라 해당제도가 다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불법 카드모집 문제와 관련해 포상금이 아닌 근본적인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 카드모집인 "카드발급 경품한도 턱없이 부족"
카드모집인들은 금융당국이 포상금 규모를 100만원으로 인하한 것과 관련해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카드모집인들은 지난달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카파라치 제도로 인해 3만5000명의 카드모집인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카드발급 당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품규모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을 드러냈다. 현행법상 허용되는 경품규모 내에서는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카드모집인들은 카드를 발급받는 고객에게 연회비의 10% 내에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신용카드의 연회비가 1만원일 경우 1000원 이내에서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셈.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법모집인에게 고객을 빼앗기기 일쑤라는 게 카드모집인들의 주장이다.
한 카드모집인은 "요즘에는 카드를 발급받을 때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지 못하면 '호구'로 전락한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고객이 먼저 현금지원은 얼마나 되는지, 가방은 어느 브랜드 제품을 주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런 경우 설계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기 돈을 들여 지원해주기도 한다"며 "카드모집인의 연봉이 높다는 말도 이제는 다 옛이야기일 뿐"이라고 푸념했다.
최근 카드사들의 긴축경영 방침에 따라 모집인들의 영업여건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과거에는 카드를 발급만 해도 쉽게 기본수당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신규고객의 카드이용률에 따라 받는 수당도 차등 지급된다. 각종 보너스도 사라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전국민적으로 체크카드를 이용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고객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시중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모집인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그러한 면을 고려했을 때 금융당국이 포상금 규모를 줄인 것은 반가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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