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자본'이 우리증시를 휩쓸고 있다.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열풍에 힘입어 중국인들이 문화와 산업을 넘어 자본시장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증시의 '큰손'으로 부상한 중국투자자들은 시가총액 대형주와 중국 소비관련주를 쓸어 담으며 '바이코리아'(Buy KOREA)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이 같은 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전문가들은 '차이나머니'를 염두에 두며 각자의 투자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차이나머니, 외인자금 중 85.5%
"이런 추세(외국인의 한국 주식매입)가 장기간 갈 것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 현재로선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당시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 열풍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올해 8월까지도 외인(外人)의 바이코리아 현상은 그치지 않았다. 바로 중국투자자, 곧 '왕서방'의 힘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국내증시에서 9개월 연속 순매수를 지속했다. 올 8월까지 유입된 금액은 2조10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 8조1000억원의 25%를 웃돈다. 이는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다. 누적 순매수 규모로 셈하면 1위다. 지난 2008년 이후 한국시장을 순매수한 외인자금 12조2000억원 중 85.5%가 중국계 자금으로 집계됐다.


투자전략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증시에서 중국자본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 내 구조가 차이나머니의 해외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환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해외투자 확대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차이나머니의 영향력 확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고가 증가하면서 중국이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2008년 이후 연평균 16.7% 증가했지만 제1 투자처였던 미국 국채투자는 사상 최저수준의 금리로 매력이 떨어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보유자산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또한 둔화된 경제성장률은 자국(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매력을 낮춰 투자자들의 발길을 해외로 돌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투자기관의 변화도 원인이다. 중국자본의 해외투자 활로는 넓은 범주에서 국부펀드, 사회보장기금, QDII(적격국내기관투자자) 등 세가지로 분류되는데 전방위에서 투자 비중의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자본의 바이코리아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급격하게 증가하는 중국 국부펀드 규모 ▲향후 10년간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돼 있는 사회보장기금의 해외투자 확대 ▲중국의 신흥시장 투자비중 확대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이 중 QDII는 해외에서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중국의 국내기관으로, 최근 중국정부가 신규 허용을 늘리면서 민간자본을 중심으로 자금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QDII펀드의 한국비중은 홍콩과 미국 등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편이지만 비중확대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주식을 편입하는 펀드 수는 지난 2009년 3개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10개로 늘었다. 이들이 장바구니에 담는 우리 종목은 시가총액 대형주와 중국 소비관련주들이다.
 
◆왕서방의 힘, 중국 소비관련주 선호

특히 중국 소비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한류스타 못지않다. 올해 QDII펀드가 새로 편입한 중국 소비관련주는 농심, 오리온, 아모레퍼시픽 등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농심에 대한 보유금액은 3125만위안, 오리온과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2537만위안, 46만위안에 달한다. 같은 기간 LG하우시스, 한국항공우주, 한진해운, 에스원 등 산업재의 보유금액이 20만위안에서 200만위안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소비관련주에 대한 중국투자자의 특별한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급성장하는 요우커(중국인관광객)에 힘입어 소비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민의 소득수준 증가로 소비주의 매력이 상승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 소비주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밸류에이션을 갖췄다.

또한 한류스타, K-드라마를 통해 간접광고(PPL) 효과를 입은 우리기업은 중국 자국기업과 기타 외국기업에 비해 인지도도 상당하다. 김영환 애널리스트는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 본토에서 한국소비재 브랜드에 대한 노출도는 유사 이래 가장 높은 상황"이라며 "차이나머니는 한국주식 중 중국의 소비패턴과 구조변화에 관련되는 업종을 집중적으로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가 선정한 기업에는 호텔신라·파라다이스·GKL 등 관광·레저주와 아모레퍼시픽·코스맥스 등 화장품주를 비롯한 인바운드(해외여행) 관련주가 속했다.

전종규 연구위원 역시 "중국인의 한국방문 붐에 의해 향후 3~5년 내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인바운드 수혜주"라며 "이들 기업은 중국인의 소비팽창과 차이나머니라는 두가지 수혜를 동시에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소비관련주에 거는 기대로 시가총액 대형주에 대한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QDII펀드가 보유한 한국주식의 상위 10개 종목에 삼성전자, 포스코, KB금융, 현대차 등이 포진해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증시에서 차이나머니의 투자비중은 홍콩, 미국 등 기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아직은 시가총액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