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버리고 서울보증보험으로'. 지난 10월 취임한 김옥찬 SGI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두고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김 사장은 당초 서울보증 사장이 아니라 KB금융그룹 새 회장 후보로 거론됐다. 김 사장은 정통 'KB맨'이다. 이로 인해 관치와 조직안정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를 받은 것. 하지만 김 사장은 KB금융 회장에 도전하지 않았다. 대신 선택한 곳은 서울보증보험이었다. 그는 서울보증 신임 사장직에 이력서를 제출했고 선임되는 데 성공했다.


김 사장이 서울보증 사장실로 가기까지는 위기가 있었다. 낙하산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보증 내부에서는 신임 사장이 이미 낙점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김 사장의 후보 도전소식에 노동조합은 '낙하산 인사 반대'라며 들고 일어났다.

◆실세와 연관?…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김 사장

김옥찬 사장은 왜 낙하산 논란과 내정설에 휩싸였을까.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 정권 실세와 연관이 있다는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사장은 지난 1983년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현 정부의 경제수장이자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김 사장의 대학선배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최경환 부총리와 김 사장이 학연으로 묶여 내정설이 돌았다"며 "그런데도 김 사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보증의 사장 선임 절차도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부추겼다. 서울보증 신임 사장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선정했다. 사추위는 사장 후보들의 심사기준, 등록후보, 검증, 평가 등의 내용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추위의 행태에 노조는 '밀실인사'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사장 선임과 관련한 내용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추위의 사장 후보 면접시간이 턱없이 짧은 점도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10월2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실시된 면접에 참여한 후보는 총 6명이다. 하지만 각 후보에게는 불과 20~25분의 면접시간만 주어졌다. 서울보증보험을 이끌고 나갈 인물인지 판가름하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는 지적이다.

서울보증의 지배구조도 김옥찬 사장의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재 서울보증의 최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로 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예보가 최대주주인 만큼 서울보증은 낙하산 인사가 나기 좋은 구조"라고 말했다.


 


◆보험경력 전무… 해외사업 가능할까
현재 국내 보증보험시장은 포화상태다. 서울보증이 비록 국내 보증보험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포화된 시장상황에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것만은 분명하다. 시장조건 역시 서울보증에 유리하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2012년 5월부터 은행을 시작으로 제2금융권의 연대보증이 폐지됐다. 이는 서울보증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다. 보증보험 가입건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 김옥찬 사장은 취임사에서 "연대보증인제도 폐지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해 언더라이팅 기법을 선진화할 것"이라며 "전사적 업무혁신으로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뚜렷한 시장상황 돌파전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서울보증은 레드오션인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9월 베트남 하노이에 지점을 개설하고 지난달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7월 베트남 내 보험업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보증보험제도의 수출근거가 마련됐고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8월 말 지점인가를 받았다. 공고 등 행정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지점을 개점하고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김 사장 역시 취임사를 통해 해외시장 개척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보증시장 수익기반 확대를 위해 첫발을 내딛은 하노이지점의 조기안착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것"이라며 "이를 성공적인 해외시장 개척모델로 삼아 제2, 제3의 하노이지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은 베트남을 시작으로 중동, 중남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선언했지만 김 사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그가 보험업을 담당해본 경험이 없어서다. 김 사장은 정통 은행맨이다. 국민은행에 입행한 그는 자금부, 신탁증권부, 싱가포르 현지법인 근무, 관악지점장, 재무관리본부장, 경영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지냈다. 보험을 담당한 것은 약 4년간 방카슈랑스부장을 역임한 것이 유일하다.

또한 국내에서 보증보험시장을 독점한 서울보증이 과연 해외에서 영업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현재 국내 손해보험사 중에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이 해외에 진출한 상태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약 50만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는 영업력과 투자력을 동시에 겸비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보험업 경력이 없는 사장과 영업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서울보증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로필
▲1956년 7월12일 출생 ▲1983년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2년 국민은행 입행 ▲1984년 자금부 ▲1990~1993년 연수원·신탁증권부 근무 ▲1994년 싱가포르 현지법인 근무 ▲1997년 국제기획부 근무 ▲1999년 자금증권부 증권운용팀장 ▲2002년 관악지점장 ▲2004년 방카슈랑스부장 ▲2008년 재무관리본부장 ▲2010년 재무관리그룹 부행장 ▲2010년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은행장 직무대행 ▲2014년 피치 부사장 ▲2014년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