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일본을 구원할 수 있을까.

지난 11월2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거를 결정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일본경기의 부진이다. 지난해 1분기 5.1%에 달했던 일본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올 2분기(-0.2%)와 3분기(-1.2%)에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돈을 무제한으로 풀어내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수출경기를 회복시켜 일본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노믹스가 ‘쇼크’로 변한 것이다.


올 2분기 성장률 속보가 발표된 지난 8월 ‘아베노믹스가 난관에 부딪혔다’는 제목의 MUFJ모건스탠리 보고서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이후 일본 현지에서는 아베 총리의 경제부양책을 뜻하는 아베노믹스가 ‘아베노리스크’(Abenorisk)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경제부양이 실패했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아베 총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10%)을 오는 2017년 4월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국민의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한 것. 아울러 지난 14일 열린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는 기존의 여당이었던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이 압승했다. 전체 의석수 475석 가운데 자민당이 290석, 공명당이 35석을 획득한 것. 이번 승리로 자민당 연합은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시키고 헌법개정 발의도 가능해졌다.

승부는 성공했다. 덕분에 아베 총리의 안정적 장기집권도 가능해졌다. 이번 선거가 아베의 승리로 끝난 것은 일본인들이 작금의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아베가 일본을 살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일본경기는 더욱 더 깊은 불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 증시만 활황… 소비는 ‘꽁꽁’

현 시점에서 아베노믹스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대는 아베노믹스의 시행 이후 일본증시는 강세 추이를 이어갔다. 아베 총리가 취임한 직후인 지난 2012년 12월31일의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1만688.11이었다. 그리고 2년여가 지난 현재(18일 기준) 니케이225지수는 61.02% 상승한 1만7210.05를 기록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본펀드의 최근 2년 수익률은 평균 57.76%에 달한다.

일본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것은 강한 엔저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권시장과 일본경기는 영 딴판이라는 점이다. 세계경제가 불경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정작 엔저를 통해 기대하던 수출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17일 올 11월 무역수지가 8919억엔(약 8조2742억원) 적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규모(9920억엔)보다 적자폭은 줄었지만 지난 10월 적자액 7369억엔보다는 확대된 수치다. 일본은 엔화약세 속에서도 29개월째 무역적자를 지속하는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인의 소비심리도 회복되지 않았다. 올 2분기에 전기 대비 5.2% 감소한 가계소비는 3분기에는 0.3% 증가에 그쳤다. 지난 4월 일본정부가 소비세율을 기존 5%에서 8%로 인상했고 그 탓에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글로벌시장에서 GDP와 소비심리가 추락하며 일본경제가 더블딥(경기가 반짝 상승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선거 결과를 보여주는 게시판에 승리를 의미하는 빨간색 꽃을 달면서 미소짓고 있다. /사진=도쿄=AP/뉴시스

 
◆ 아베노믹스 2기, ‘제3의 화살’ 뜰까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본 국민들은 다시 한번 아베 내각을 지지했다. 덕분에 아베 총리가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아베노믹스 성공여부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내년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무난하게 재선돼 향후 4년간 여당을 장악함으로써 장기집권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아베 총리의 정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당 내에서도 일부 소극적이었던 법인세율 인하, 규제개혁, 농협개혁 등의 추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 압승에 힘입어 원자력발전소 재가동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기구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최근 규슈전력의 센다이원전 1·2호기의 재가동에 대한 심사를 통과시킨 데 이어 간사이전력의 다카하마원전 3·4호기에 합격통지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들 원전은 내년 중 재가동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이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본사 이전에 투자하는 금액의 최대 7%까지 법인세 혜택을 얻는다. 또한 지방 거점 확대 등으로 지방에서 고용이 늘어난 경우 1인당 최대 140만엔을 공제받을 수 있다.

앞으로 남은 것은 ‘제3의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이 제대로 가동하는지 여부다. 김은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시아태평양실 일본팀 전문연구원은 아베노믹스가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인 재정정책 ▲성장전략이라는 ‘3개의 화살’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시장에서는 이 3번째 화살이 아베노믹스의 성공여부를 가를 것으로 분석한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정지출 확대와 양적금융완화 정책을 무제한으로 연장할 수는 없다”며 “재정 및 금융정책의 효과가 떨어진 가운데 앞으로 성장전략(제3의 화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본이 성장전략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아베노믹스의 ‘기업 수익확대 유도→투자확대→임금상승’의 선순환이 조금씩 가시화된다면 일본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순환이 지연되고 소비회복에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자칫하면 낙수효과가 현실화되기 전에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이 실패할 수도 있다.

류 책임연구원은 “빠른 시일 내 제3의 화살의 효과가 나와야 한다”며 “거시경제의 선순환이 살아나지 않고 재정지출과 양적완화로 연명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책적 운신의 폭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