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행장님 개인 핵심예금이 조금 전 (전년대비) 2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작년 12월24일 오전 10시20분. 김성미 기업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이 <머니위크>와 인터뷰를 끝내고 집무실에 나서자 한 직원이 다가와 활짝 웃으며 깜짝 소식을 전했다.
개인 핵심예금이 전년대비 2조원을 넘어선 것은 기업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핵심예금(Core deposit)은 만기가 없는 요구불예금, 저축예금, 기업자유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을 의미한다. 저원가성 예금이 늘면 순이자 마진(NIM)에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크리스마스이브때 최고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김성미 부행장도 직원들을 보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2014년 1월 지금의 부행장으로 부임되자마자 ‘기업은행도 개인고객업무를 잘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쉼 없이 달려왔다. 부임한 지 1년도 채 안돼 이룬 성과다.
최근 권선주 행장이 밀고 있는 ‘힘내라! 대한민국, I LOVE KOREA’ 통합 마케팅도 그가 주축이 돼 만든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를 위해 개인고객본부는 작년 한 해 동안 고객들을 초대해 평택의 해군 2함대를 방문하는 천안함 안보 견학을 비롯해 ▲비무장지대(DMZ) 방문 ▲금융경제교실 ▲진짜사나이 병영체험 ▲역사바로알기 ▲우수 중소기업 및 대기업 탐방 ▲대학 입시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왔다.
이 외에도 일반 고객들은 출입할 수 없는 ▲국정원 견학 ▲나라사랑 음악회 ▲여성고객 노래자랑 등 모든 프로그램을 다 합치면 평균 한달에 한두번은 고객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했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고객본부에 할당된 예산 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본부에 떨어진 예산을 늘리려고 시도는 했지만 과정이 쉽지 않았다. 김 부행장은 최소 비용으로 (고객들에게) 최대 만족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노력했고 평소 고객들이 쉽게 방문하기 어렵거나 고객들이 궁금해 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정보 공유에 힘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유효고객 늘리고 연체율 줄이고 두 마리 토끼를 잡다
김 부행장은 영업점에서 '영업퀸'으로 불린다. 보수적인 은행에서 ‘여성’이라는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시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서다.
"여고·여대를 나와 사실 남성들의 세상을 전혀 몰랐어요. 학창시절 그랬던 것처럼 사회에서도 그냥 나만 잘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은행원이 돼 있더라고요. 은행은 정교함과 디테일을 요구하는 곳이에요. 어떻게 보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어울리는 곳이죠. 섬세함과 때론 강한 추진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처럼 섬세함과 디테일, 때론 강한 추진력으로 줄곧 눈부신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반월공단 내 지점장 시절, 하위권에 머물던 지점을 불과 1년 만에 1등 지점으로 전환시킨 일은 유명하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지점장에서 단숨에 지역본부장으로 고속승진 열차를 탔다.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에 오른 후 핵심예금 역대 최대실적뿐만 아니라 유효고객 60만명 순증도 눈앞에 뒀다. 모두 권 행장이 그를 신뢰하고 믿어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신규고객 100만명 순증으로 외형을 확대했다. 그리고 그가 부임한 이후인 지난해 초 개인고객의 내실성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19일 현재 59만1000명을 순증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만약 60만명 순증을 돌파하면 또 한번 기업은행 역대 최대실적을 갈아치우게 된다.
개인고객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11년 1000만명 수준이던 개인고객 수는 지난해 12월22일 현재 1325만명으로 늘었다. 총예금도 지난해 5월 전년보다 2조1000억원 증가해 50조원의 벽을 허물었다. 개인 총예금 역시 지난해 5월 전년대비 50조원을 넘었다. 이는 전년보다 2조10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은행에선 늘 양날의 비판을 받는다. (개인)대출이 늘면 '가계대출 빨간불'이라는 지적을, 대출이 줄면 '서민에 인색한 은행'이라는 리스크를 껴안는다. 지금은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대출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개인금융 중심에 있는 김 부행장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약 기업은행도 부실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 행장은 물론 기업은행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는 철저한 연체율 관리에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기업은행 연체율은 최근 5년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 현재 기업은행 가계대출 실질연체율은 0.51%, 표면연체율은 0.42%에 그쳤다.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연체율이 0.66%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심각한 인격모독, 생애 첫 사표 던지다
기업은행 부행장 중 유일한 여성 부행장. 그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여성이라는 편견 때문에 사표를 던졌던 경험도 있다. 당시 여성 행원들에겐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끝까지 이를 악 물고 버텼다.
"2003년 과장시절 직속상관인 A차장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를 포함해 많은 여직원에게 인격모독 발언을 서슴지 않았어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당시 지점장에게 애로사항을 이야기했죠. 지점장은 곧 다가올 인사이동 때 참고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인사이동 결과 전혀 변동이 없었어요. 참다못해 지점장에게 사표를 제출했죠. 그러자 지점장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때문에 왜 그만 두려고 하느냐'며 사표를 반려했고 결국 3개월 휴가를 신청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는 지금도 남성은 할 수 있고 여성은 못한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스스로 편한 길보다는 어렵고 고단한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앞으로 제2, 제3의 여성 부행장이 배출되도록 적극 앞장서고 있다.
30~40분가량의 인터뷰가 끝난 후 그는 잠시 후 중요한 행사가 있다며 시계를 들여다봤다. 어떤 행사에 참여하느냐고 물었다.
"매년 연말마다 기업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상식을 하는데 우리부서에 3명이나 '기은인상'을 수상하게 됐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기은인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입니다.(웃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