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피지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지난 1년간 연초대비 63.18포인트(지난해 12월26일 종가 기준) 떨어지며 1900선대를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3000선, 5000선은 고사하고 2000대에 진입하는 것도 어려웠다. ‘박스피’ 장세 또한 지속됐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코스피가 연말 종가 기준으로 20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2013년뿐이다.


지수가 강세를 보이지 못하자 투자자의 심리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해외증시는 잘 나가는데 국내증시는 불안한 ‘디커플링’ 현상은 이제 화젯거리도 되지 못한다. 힘들었던 한해가 갔다. 예상만큼 달리지 못한 푸른 말 대신 푸른 양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을미년 새해, 코스피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 “2015년에도 박스권 돌파 힘들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증권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교보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14개 증권사가 제시한 올해 코스피 밴드를 집계한 결과 최저 평균은 1854.28, 최대치는 2191.07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스피의 최저가가 1881.73, 최고가가 2093.08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 밴드를 가장 낮게(1750~2050) 제시한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부장은 “올해도 코스피는 지난 2012년 이후 나타나는 박스권의 고점(2050포인트)을 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보다 하단을 조금 더 높게(1780~2130) 내놓은 이은택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시장이 대체로 횡보할 것"이라며 "대외이슈에 따라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한국(이머징)의 PER(주가수익배율)은 현재보다 높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올해 두자릿수의 EPS(주당순이익) 성장이 없다면 횡보장을 탈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올해는 박스권 흐름을 보이면서도 더욱 힘든 한해를 보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3년간 코스피는 박스피라 불릴 정도로 답답한 흐름을 보였지만 그래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PBR(주가순자산배율) 1배를 지나 지수의 저점이 완만하게 상승하는 형태를 보였다”며 “반면 올해 주식시장은 최근 3년간의 수축국면을 지나 변동성이 확대될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상반기 상승, 하반기 변동성 확대 양상으로 흐르며 상고하저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새해 주목해야 할 포인트
박스피 국면이 이어진다면 결국 올해도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는 얘기다. 시장은 계속해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올해도 박스권을 형성할 증권시장에서 조금 더 큰 진폭을 기록하게 만들 이슈는 무엇일까.

현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이슈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엔화약세, 멈추지 않는 국제유가 하락세, 러시아 리스크, 우리정부의 경기부양정책 등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도 저성장·저물가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5%, 물가상승률은 0.9%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엔화약세와 유가하락, 신흥국 금융불안 등 한국기업의 수출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의 구조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추가 내수부양정책과 재정지출 확대효과가 가시화되며 하반기 내수가 성장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수출부진이 일부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 과제로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상반기 재정집행 강화로 인한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도 올해 국내 증권시장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의 내수부양 의지와 배당확대 유도정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주택시장의 회복이 구체화될 경우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자금이 과도한 현재 상황에서 경기회복으로 인해 위험선호현상이 확대되면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팀장은 “다만 한국의 높은 전세 비중을 고려하면 주택가격의 회복과 더불어 전월세 가격의 안정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이미 시장에서 예고한 이벤트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는 증시 격언도 있지만 변동성을 강화하는 재료가 될 수 있어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중반쯤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인상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며 “금리인상 예고가 나오면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어느 한쪽 방향으로 추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