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광역시와 광산구가 '인사관행'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광산구는 지난해 말 "광주시가 임명하는 부구청장(3급)을 수용할테니, 구청 4급을 광주시에서 받아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하지만 시는 "인사틀을 깨는 무리한 요구"라며 발끈했다.
그렇다면 누구 말이 맞는 걸까. 광산구는 전임 시장 때에도, 시민단체의 대부라는 윤장현 시장 취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불합리한 인사관행을 바로 잡아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지난해 10월 13일 윤 시장은 광산구를 순방한 자리에서 "광주시와 자치구 간의 인사, 예산, 사업 등에 걸친 불합리한 관행들을 바로 잡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광산구 입장에서는 온갖 갑질의 폐해로부터 소외된 약자들 보호에 앞장섰던 시민운동가 출신의 윤 시장이 내 뱉은 말이라 거는 기대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는 지자체의 이런 요구를 무시한 채 밥그릇 하나 더 챙기기 위해 그동안 쭉 이어져온 관행을 들먹이기에 이른 것.
이처럼 윤 시장이 인사 등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겠다던 호언장담은 지금 먼산의 메아리로 들리고 있다.
이에 광산구는 "예산권 등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일 뿐"이라며 5개 구청 중 유일하게 광주시에 '관행 보다 법대로 하자'고 반기를 들기에 이른다.
광산구는 "지방자치법은 3급 기초부단체장의 인사권이 기초단체장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면서 "임명직 시대의 관행에 따라 그 동안 광역지자체에 양보해 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광산구가 인사 발목을 잡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십자포화를 날렸다.
시는 지난 2일 ‘시-자치구간 인사교류 현안에 대한 광주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광산구 주장을 '무리한 요구'로 규정했다.
민선5기 당시 강운태 전 시장과 5개 구청장이 맺은 인사협약에는 기술직 4급 승진과 전보인사 등의 경우 시와 사전 협의를 거치기로 했는데 광산구가 이를 무시했다는 것.
시 관계자는 "광산구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자체적으로 4급 승진·전보 인사를 의결한 뒤 시에 4급 전입을 요구하는 등 '생떼'를 쓰고 있다"라며 "광산구의 입장을 수용하면 타 자치구는 물론 시 공직사회 인사가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형배 청장이 구청 공무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며 "시의 부구청장 전보인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광산구와의 인사 교류를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며 광산구를 압박했다.
이에 격분한 민형배 구청장이 급기야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의 입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민 청장은 6일 "탐욕과 야만의 '갑질'을 멈출 것"을 광주시 고위 관료들에 촉구했다.
이를 두고 민 청장이 윤 시장의 결단 촉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날 오후 민 청장은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치구를 식민지처럼 만들어 인사자원과 권한을 약탈해 가는 '갑질'이 시 일부 고위관료들이 말하는 광주시-광산구 '인사교류'의 본질이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빗나간 인사 관행은 '교류'가 아니라 '인사 착취'"라면서 "시는 시 내부 인사욕망(승진 전보 등) 실현을 위해 자치구 인사를 마음껏 활용했고 자치구 인사는 시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민 청장은 "그 결과 자치구 젊은 공직자들을 ‘市바라기’로 만들었다"며 "자치구는 상시적인 직급불균형으로 허덕이는 등 자치구 공직자들은 승진 등에서 지난 20년 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민 청장은 "대한민국 지방자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성지 광주에서 옳지 못한 관행을 서둘러 고쳐도 부족할 판이다"면서 "시 관료들은 가장 보기 흉한 방식으로 불법 취득한 장물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급기야 시 공무원단체협의회도 같은 날 보자자료를 내고 “광주시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행사해왔던 부단체장에 대한 인사권에 대해 타시도의 사례와 자치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중재에 나섰다.
또한 이들 단체는 "광산구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관행을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바꾸기보다 추후 인사협약안 개정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제 윤 시장의 현명한 결단만 남아 있다. 우월적 기득권을 내려놓고 불합리한 인사 개혁 등 자신이 내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단체장이 될 것인지, 아니면 언행일치가 안 된 이중인격자로 남을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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