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태블릿PC로 상품상담과 가입을 돕는 ‘태블릿브랜치’ 영업방식이 방문판매법에 발목 잡혔다. 은행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서비스지만 실효성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이유다.
◆‘대면+비대면’ 조합으로 각광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성장세를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20% 이상 추락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쉽사리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저금리 기조로 갈수록 줄어드는 예대마진 때문에 수익성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태블릿브랜치사업으로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태블릿브랜치는 아웃도어세일즈(ODS)서비스다. 스마트브랜치가 무인점포 기반이라면 태블릿브랜치는 이동점포와 스마트브랜치를 융합한 ‘대면+비대면’ 조합이다. 이른바 ‘찾아가는 은행서비스’로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수익을 높이는 일종의 자구책인 셈이다.
앞서 지난 2012년 은행들은 경쟁하듯이 스마트브랜치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늘자 태블릿브랜치를 새로운 스마트금융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올해 스마트브랜치 개점 계획이 없거나 기존 점포의 전환을 검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태블릿브랜치는 은행직원이 직접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을 찾아가기 때문에 영업점이 아닌 곳에서 일대일 맞춤 금융서비스가 가능하다. 또한 종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은행으로선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태블릿브랜치가 도입단계인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다. 태블릿브랜치가 방판법 규제로 인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점이 그렇다. 원하는 곳에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점은 혁신적이지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적이어서 기존의 인터넷뱅킹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방판법에 발목 잡힌 서비스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은 방판법 규제로 인해 태블릿PC로 가입을 받을 경우 은행에 불리하다. 현행법상 은행직원의 방문으로 금융투자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14일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상품의 가격은 각종 변수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따라서 고객이 금융투자상품을 구매한 뒤 가격이 떨어졌을 경우 14일 안에 계약을 철회하면 은행은 고스란히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은행들은 태블릿브랜치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도 펀드와 같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서비스를 확대하고 싶어도 방판법 규제로 용기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태블릿브랜치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회는 금융상품의 투자자 계약 철회권을 ‘철회 불가’로 수정하는 내용의 방판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상담 당시 가입을 예약했으나 이후 변심할 경우 2~3일 내에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도 검토된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판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시중은행들은 태블릿브랜치 판매용 펀드상품 등을 만들어 놓고 애만 태우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태블릿브랜치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방판법 규제로 인해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현재로서는 펀드와 같은 상품을 태블릿브랜치로 판매할 경우 손실이 확실하기 때문에 방판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만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판법 개정 놓고 ‘노심초사’
하나은행은 지난해 2월 은행권 최초로 태블릿브랜치를 도입했다. 운영점포도 초반 5개에서 현재 15개로 확대했다. 이용 가능한 서비스는 예금 신규, 전자금융 신청, 신용대출 약정 등이다. 앞으로 신용카드 신청, 담보대출 신청 등의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외환은행도 같은 달 태블릿브랜치를 오픈하고 가계신용대출 신청 및 약정, 신규예금 계좌개설, 전자금융 신청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신용카드 신청, 담보대출 신청, 연금상품 가입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부산은행도 지난해 12월 태블릿브랜치를 시범 도입했다. 1차 오픈에 맞춰 부산지역 내 15개 영업점을 선별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부산은행의 태블릿브랜치는 고객정보등록, 요구불계좌 신규, 전자금융 가입, 카드신청 및 대출서류 접수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NH농협은행은 태블릿PC를 이용해 외부에서 금융상품 상담과 신규가입이 가능한 ‘NH태블릿브랜치’를 개발, 지난 1월22일부터 17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시범적용하고 있다. 현재 예금거래 신청서, 신용카드, 카드가맹점 신청서 등의 전자서식 작성이 가능하다. 서식작성 뒤 실시간으로 은행 영업점에서 계좌개설, 카드심사 등의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
이처럼 은행들은 펀드를 비롯한 투자상품을 다루지 않는 등 태블릿브랜치서비스에 제한을 두고 있다. 더구나 현재 태블릿브랜치가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예·적금 개설, 카드 가입, 대출 등의 업무는 인터넷뱅킹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굳이 은행직원이 태블릿PC를 들고 방문하지 않아도 고객 스스로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태블릿브랜치는 스마트브랜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영업방식으로 각광 받았다. 그러나 현재 실효성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은행권은 방판법 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만약 방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태블릿브랜치는 속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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