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형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 시장 진출에 성공하며 사업 분야를 넓혀나가고 있다. 다만 이들 업체가 저축은행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대부업 경영 당시 축적된 노하우를 상당부분 활용하고 있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예주와 예나래 저축은행을 인수해 각각 OK저축은행과 OK2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저축은행 업계에 뛰어들었다. 웰컴저축은행도 대부업체인 웰컴크레디라인이 부산의 옛 해솔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했다.

이들 대부업 출신 저축은행들은 대출 금리뿐만 아니라 TV 광고, 대출 마케팅 방식 등에서도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 광고, 대부업 광고와 '유사'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유사점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부분은 케이블TV를 통한 광고이다. 과거 대부업체 위주로 구성됐던 케이블 대출 광고가 이제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로 양분화 되는 추세다.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케이블TV를 통한 신용대출 광고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에게 친숙한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를 개사한 로고송을 제작, 친밀감을 더했다. OK저축은행은 케이블TV 광고 등에 매달 20억원 가량을 쓴다. 여기에 오지호, 김응수 등 국민에게 친숙한 스타를 적극 캐스팅해 친밀감을 더하고 있다. 이밖에 친애·웰컴저축은행 등도 케이블TV 광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케이블TV 채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과거 대부업체에서 주로 사용하던 방법이다.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리드코프 등 대부업계를 끌고나가는 선두기업들은 TV광고를 통해 신규 우량고객을 발굴해냈다.

다만 앞으로 대부업체 광고에서 ‘3초 만에 단박 콜’ ‘선착순 3만명 최대 3000만원’ ‘30일 무이자’ 등의 허위·과장 표현의 사용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에서 이같은 광고가 충동적 고금리 대출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해당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는 ‘최고금리(34.9%)’, ‘과도한 빚, 불행의 시작입니다’ 등과 같은 경고 문구를 광고에서 누구의 눈에나 띄게 선명하게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부업계에서는 “저축은행들도 케이블 채널 대출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 대부업 광고만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 광고 역시 대부업 광고와 마찬가지로 자극적으로 연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업 광고에만 유독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광고에도 대부업 광고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광고와 관련해 저축은행중앙회 내 광고심의위원회에 심의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출 금리도 큰 차이 없어

대출 금리에 있어서도 대부업 출신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사이에서 큰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지난 3개월 동안(2월12일 기준) 전체 가계신용대출자 중 98.92%에 25~3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법정최고금리인 연 34.9%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웰컴저축은행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웰컴저축은행은 전체 대출자의 97.98%에게 25~3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으로 가장 먼저 저축은행에 진출한 J트러스트의 ‘친애저축은행’도 25~30%대 금리를 적용 받은 대출자가 81.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대부업 출신은 아니지만 삼호·모아·스타·스마트 저축은행 등은 전체 대출고객의 80% 이상에게 연 30%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출금리에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차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상향평준화 돼있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대출을 진행할 때 업계 간의 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금리를 세부적으로 비교해보면 아직까지는 대부업체 금리가 조금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2일 기준 현행 대부업체 20 곳 17곳이 30% 이상의 고금리를 최저금리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산와대부와 머니라이프·미즈사랑·스타크레디트·에니원캐피탈·에이원대부캐피탈·엘하비스트·원캐싱·웰컴크레디라인·조이크레디트대부 등이 법정 최고금리인 연 34.9%를 최저금리로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 ‘다이렉트론’ ‘30일 무이자 혜택’ 등의 마케팅 방식을 활용해 대출 고객을 끌어 모으는 점도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유사한 점이다. 이와 관련해 대부업계에서는 비슷한 고객군에게 유사한 마케팅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시장규모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형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으로 옮겨가는 상황에 비슷한 고객을 두고 경쟁할 경우 업계규모가 자연스레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며 “저축은행이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부업체와 비슷한 고객을 두고 경쟁할 것이 아니라 시중은행과 대부업체 사이의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해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