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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만명이 이용하는 ‘텔레뱅킹’에 좀 더 큰 자물쇠가 채워진다. 통장에서 거액의 돈이 주인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사건들의 중심에 텔레뱅킹이 있어서다. 특히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비밀번호를 누르게 하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피해자와의 접촉 없이도 이체가 이뤄지는 ‘신종수법’이 난무하고 있어 은행들이 보안 강화에 나섰다.
예컨대 범행은 며칠에 걸쳐 수차례 텔레뱅킹 방식으로 수십개의 대포통장에 이체되는 수법으로 이뤄진다. 계좌를 매일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아차리기 어렵다. 텔레뱅킹은 인터넷뱅킹과 달리 타인이 이용할 때 공인인증서 재발급 등의 절차가 필요 없어 사기 피해에 취약하다. 다시 말해 텔레뱅킹이 사기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말이다.

텔레뱅킹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고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자 은행들이 금융소비자들을 지키기 위해 텔레뱅킹 이체한도를 축소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지난 9일부터 보안카드를 이용해 텔레뱅킹을 하는 고객의 1회 이체한도를 기존 500만∼10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였다. 취약시간대인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이체한도가 100만원이다. 휴대전화 문자인증 서비스는 현행 ‘건당 30만원 이상, 하루 누적 300만원 이상’에서 ‘건당 30만원 이상, 하루 누적 100만원 이상’으로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하루 5000만원, 1회 1000만원’이던 텔레뱅킹 이체한도를 지난해 3월부터 ‘하루 500만원, 1회 500만원’으로 축소했다. 우리은행도 내달부터 모든 통장의 텔레뱅킹 이체한도를 ‘1일 500만원, 1회 500만원’으로 줄인다. 거래가 적은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이체한도가 100만원이다. 외환은행은 내달 31일부터 보안카드를 이용해 텔레뱅킹을 하는 고객의 1일 이체한도를 1000만원으로 축소한다. 현재는 고객이 지정하는 한도 내에서 금액에 상관없이 전액 이체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내달 중 100만원 이상 텔레뱅킹 이체 시 추가로 본인 확인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씨티은행은 오는 4월부터 텔레뱅킹 이체한도를 보안카드의 경우에만 1회 300만원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뱅킹의 보급으로 텔레뱅킹 이용이 눈에 띄게 줄고 있지만 여전히 가입자가 4000여만명에 이르고 실제적인 이용자도 1200여만명이나 된다”며 “그러나 보안이 취약해 대출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노출되는 사고가 잦아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텔레뱅킹 이체 한도를 줄이는 방안보다 금융사기에 대한 정확한 원인 파악과 해결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경찰과 금융당국조차 어떤 방식으로 텔레뱅킹 이체 사기가 이뤄졌는지 파악하지 못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결국 텔레뱅킹 이체 한도 축소로 피해액을 줄이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일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