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내가 재판의 상대방을 피고로 하고 있는지 재판부로 하고 있는지도 헷갈린다. 특허거절사건에 있어서 사실 특허청장을 상대로 소송하는 것은 재판부와 피고가 연합하여 우리를 심판하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재판부는 법정에서의 그 단어사용이나 표정에 있어서 우리를 재판부 자신의 상대방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질문의 대다수는 우리에게 쏟아지고 답변도 거의 우리의 몫이다.
물론 나는 재판부가 공정하지 않다거나 또는 이미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피고와 같은 특허청 출신인 기술심리관은 좌석으로는 재판부의 맨 끝에 있지만 주요 질문은 사실상 그들이 다 하고 우리 또한 판사들보다 기술심리관을 설득하는데 주력한다.
기술심리관은 단순히 재판연구를 보조하는 것이지만 변리사들도 전자 또는 화학이나 물리처럼 각자 담당하는 분야를 넘어 서로 다른 분야는 거의 모르듯이 법 또한 잘 알기 힘들고, 법조인도 다른 영역인 수많은 기술 분야를 잘 알기 어렵다고 할 것이니, 사안에 따라 어떻게 보면 법리문제인데 기술문제로 천작되는 경우도 많다.
즉 사실 특허사건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되고 또 중요한 신규성, 진보성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결국 법리문제로서, 이에 해당하는지는 재판부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제너럴리스트로서 일반인이자 일반적인 판단을 하여야 할 판사에게는, 전문지식이 문제되는 사건에서 일단 기술심리관이 판단하여 결론을 내리면, 그게 누가 보더라도 뚜렷하게 잘못됐다고 생각되어지지 않는 한(최첨단 기술이 많은 요즘 판사를 포함한 일반 제3자가 보기에 명백한 오류란 참으로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상 아무리 조금 다른 견해나 의문인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일반 법관으로서는 그 기술심리관의 강한 주장을 단호하게 배척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기술심리관의 진술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특허청 직원인 기술심리관으로서도 피고로 출석한 같은 특허청 직원 및 이미 문제되는 결정과 심판을 한 같은 특허청 사람들에게 패소라는 가혹한 결론을 주기 힘든 사정임도 우리는 잘 안다.
따라서 특허청을 상대로 한 재판은 원고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2대1 또는 3대1 이라는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고, 당연인지 우연인지 그 결과 또한 좋지 않을 확률이 컸으므로, 다른 일반 재판보다 월등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법정에 혼자 앉아 피고로 출석한 특허청직원과 기술심리관 그리고 기술심리관으로부터 사전 논점 및 견해를 전해들은 판사들을 상대로 그들의 쏟아지는 수많은 질문을 듣고 답하다 보면 우리는 말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고, 반면에 피고는 재판을 지루해하는 상황도 곧잘 일어난다.
만약 적어도 특허청을 상대로 하는 재판에 있어서만큼은 기술심리관이 특허청에서 파견된 직원이 아니라 특허청과는 전혀 관계없는 제3자라면 참 좋을 텐데......
<법무법인 남앤드남 정대용 변호사, nannugun@naver.com>
정대용 변호사는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9기 사법연수원 수료 후 홍익대학원 지식재산학(MIP)을 졸업했고, 한국저작권위원회 변호사(2010-2012) 등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남앤드남 변호사 및 변리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 기사는 기고문으로 머니위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대용 변호사는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9기 사법연수원 수료 후 홍익대학원 지식재산학(MIP)을 졸업했고, 한국저작권위원회 변호사(2010-2012) 등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남앤드남 변호사 및 변리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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