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를 꿈꾸는 사람이 많다. 신데렐라는 오랜 세월 동서양 구분 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만큼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신데렐라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여자’라는 뜻의 상드리용(Cendrillon) 이야기가 민담으로 전해 내려온 것을 1697년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옛 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단편집 <교훈이 담긴 옛날이야기와 콩트>에 수록하면서 처음으로 책에 실렸다.


그림 형제도 1812년 자신들의 작품집에 ‘아셴푸틀’(Aschenputtel)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이후 영어로 번역되면서 상드리용이 신데렐라로 바뀌었다. 신데렐라(Cinderella)는 ‘재를 뒤집어쓰다’라는 뜻으로 부엌 아궁이 앞에서 일함을 의미한다.

신데렐라의 원조는 800년이나 앞선 9세기 당나라에서 출간된 수필집 <유양잡조>에 나온 예쉔의 이야기로 추정된다. 계모의 구박을 받으며 힘들게 살아가던 예쉔은 친구처럼 애지중지하던 물고기를 계모가 잡아먹자 슬퍼한다. 이때 물고기 신령이 나타나 화려한 옷과 황금 신발을 선물한다.

신령이 선물한 옷으로 자신을 꾸미고 마을 무도회장으로 간 예쉔은 이복언니에게 들켜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다가 신발 한짝을 잃어버린다. 황금 신발을 본 왕이 수소문 끝에 예쉔을 찾아내 결혼한다는 해피엔딩 스토리다.


이러한 이야기는 동서양을 오가는 상인들을 통해 여러 곳으로 퍼졌고 다시 유사한 구조로 변경돼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한반도에서도 신데렐라와 유사한 구조의 ‘콩쥐팥쥐’ 설화가 조선 후기 고전소설 <콩쥐팥쥐>로 구체화됐다.

◆현대판 주인공은 누굴까

100년도 넘은 신데렐라식 사랑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수많은 소설, 영화,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드라마 등의 소재로 사용됐다. 옛날에는 계모 밑에서 구박받으며 일하는 재투성이 아가씨가 왕비가 되는 이야기였지만 현대에는 가난하거나 상대적으로 뒤처진 조건의 여성이 미남이고 부호이거나 최고 상류층인 남성을 만나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과거 신데렐라의 평소 생활태도가 수동적이었다면 현대의 신데렐라는 대부분 자립적이고 강인한 캐릭터다. 신데렐라가 유명해진 계기는 1950년 미국 디즈니에서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때문이다. 디즈니는 최근 신데렐라를 실사영화로 화려하게 재탄생시켰다.

현실에서도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리는 여성이 많다. 전세계 10위 안에 드는 갑부 왕족이자 이슬람교 이스마일파의 정신적 지도자인 아가 칸의 장남 라힘 왕자와 지난 2013년 9월 결혼한 스피어스도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린다.

스피어스가 모델생활을 하다가 왕족 신분으로 바뀌었들 때 언론에서는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조만간 이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힘 왕자의 동생 후사인 왕자가 미국 콜롬비아 대학생이던 칼리야와 이혼한 적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2세를 갖는 등 여전히 금실 좋은 부부로 살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차기 국왕에 오를 펠리페 왕자의 왕세자비인 레티시아가 스페인 왕가의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린다. 그녀는 중산층 출신의 유명 앵커였지만 한번 이혼한 경험이 있어서다.


 


◆신분상승 위해 노력한 야심가
영국 윌리엄 왕자의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은 오랜 세월에 걸쳐 적극적으로 자신을 신데렐라로 만든 경우다. 미들턴의 외할머니는 탄광노동자계급 출신이지만 신분상승에 힘써 딸인 미들턴의 어머니를 스튜어디스로 만들었다.

미들턴의 어머니 역시 상류사회에 진입하고자 자식들을 기숙학교에만 보내는 등 신분상승을 위해 노력한 야심가였다. 미들턴의 방은 10대 시절 윌리엄 왕자의 사진으로 도배됐다고 한다. 왕자와 만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일부러 윌리엄과 같은 대학인 세인트 앤드류스대학에 진학했지만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왕자가 참석하는 자선패션쇼의 워킹모델을 자원해 왕자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결국 왕자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왕자를 만난 지 10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으며 지난 2013년 아들을 출산했다.

◆21세기 최고의 신데렐라는?

21세기 최고의 신데렐라로는 노르웨이 왕세자비 메테 마릿이 꼽힌다. 평민 출신인 메테 마릿은 음악축제에서 왕세자 호콘과 처음 만난 후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부모가 이혼한 극빈층 가정에서 동생과 함께 살았다. 대학 입학 후 클럽파티에 빠져 문란한 성관계를 즐기고 마약에도 중독됐다. 게다가 미혼모다. 아이의 아버지는 마피아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노르웨이 국민들은 극심하게 반발했고 여론은 악화됐다. 하지만 호콘 왕세자는 왕위를 포기하더라도 메테와 결혼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노르웨이 왕실의 인기도는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여론을 돌린 것은 결혼식 며칠 전 메테가 진심으로 사과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린 기자회견이었다. 전국에 생중계된 회견에서 왕세자비가 될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우러나는 마음으로 국민 앞에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사람의 결혼식은 비난이 아닌 축복 속에 이뤄졌다. 오슬로대성당에서 열린 결혼식의 주례를 맡은 주교는 “당신은 낯선 미래에 대해 용기와 믿음을 보여줬다. 이제는 오점 없는 깨끗한 상태에서 새로운 인생의 장을 시작하라”고 신부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소냐 왕비는 직접 나서서 왕궁 입구를 5500송이 장미꽃으로 꾸몄다. 메테 마릿은 전국민이 사랑하는 왕세자비로 거듭났으며 두명의 아이를 더 낳았다. 장녀 잉리드 알렉산드라 공주는 현재 왕위 계승 서열 2위다.

◆한국판 신데렐라를 꿈꾸는가

왕실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들은 어떤 남성을 상대로 신데렐라를 꿈꿀까. 결혼정보회사 바로연은 “총 재산 500억원이 넘는 집안의 2세부터 수백·수십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남성, 연봉 3억원을 웃도는 남성 등 소위 ‘억’ 소리 나는 상위 0.1%의 재력가”라고 정의했다. 이는 주로 돈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판 왕자와 결혼이 가능한 신데렐라는 어떤 여성일까. 바로연은 미모뿐 아니라 지성과 호감,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집안의 후광 없이 본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삶을 개척하는 진취적 태도, 원만한 성격, 겸손, 인내 등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갖춰야 현대판 신데렐라를 꿈꿀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 TV 드라마 PD로부터 필자가 직접 들은 얘기가 있다. 미모의 여자 연예인 중 상당수가 배우자 조건으로 경제력을 최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미모를 바탕으로 갑부와 결혼할 수는 있어도 그 결혼이 행복할지 여부는 돈이 아닌 다른 요소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현대판 신데렐라는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무조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분상승 신데렐라, 과연 행복할까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많이 신데렐라를 꿈꿀까.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미혼남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돈 많은 여성 또는 재벌 딸과의 결혼을 꿈꾸는 남성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녀의 생각이 다소 엇갈렸다. 결혼정보회사 디노블이 남녀 모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남성 84%, 여성 62%가 ‘신데렐라는 운 좋은 극소수만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또 ‘일정한 조건만 갖추면 현대판 신데렐라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남성의 9%, 여성의 28%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신데렐라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높게 본 셈이다.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꾼 경험도 남성(45%)보다는 여성(87%)이 훨씬 많다. 그러나 ‘현대판 신데렐라’의 조건에 대해선 남성은 ‘뛰어난 미모’(38%)를, 여성은 ‘상류층에 걸맞은 교양’(35%)을 가장 많이 꼽아 남녀의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신데렐라로 사는 삶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남성은 50%, 여성은 63%가 ‘경제적 여유로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갑이 훨씬 지난 나이에도 상당한 미모를 갖춘 배우 김민정은 첫 결혼 상대가 갑부인 재일교포 출신이었는데 당시 왕비처럼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한 TV프로그램에서 “초혼시절 한남동 240평짜리 집에 살았지만 그 대궐 같은 집은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며 “이혼 후 경제력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원해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을 통해 깊은 상처를 위로받고 새 출발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 김민정의 사례가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