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강남이요”, “평창동!”, “여의도 가나요?”, “용산 안가요?”

서울 광화문, 밤 12시. 이 일대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공포에 떠는 시간이 돌아왔다. 퇴근 후 동료와 함께 술 한잔 마시다 보면 밤 12시를 훌쩍 넘기기 십상. 하지만 대중교통이 끊기는 순간 지옥의 시간이 다가온다. 거리로 나가 택시를 향해 손을 아무리 흔들어도 지나치는 택시가 다반사. 운이 좋아 택시 한대가 서더라도 목적지를 말하는 순간 거절당하기 일쑤다.


그런데 최근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간단한 클릭만으로 택시를 부르는 모바일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이 속속 출시된 것.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택시, SK플래닛의 T맵택시, 국내 스타트업의 리모택시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은 “택시를 찾아 헤맬 필요없이 앱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택시 무법지대’ 광화문에서도 통용되는 것일까. 

 
/사진=뉴시스 박문호 기자

◆‘손 vs 콜 vs 앱’ 택시올림픽 시작
이를 실험하기 위해 지난 13일 자정 광화문 거리에서 이른바 ‘택시올림픽’(?)을 진행했다. 종목은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는 기존의 방식(이하 손) ▲전화를 통한 콜택시서비스(콜) ▲모바일을 통한 택시앱서비스(앱) 등 3가지다.

공정한 진행을 위해 기자 외 참가자 3명을 선발했다. 기자는 참관인, 동료 셋은 각각의 종목을 사용키로 했다. 목적지는 평창동. 광화문에서 20분 남짓이면 가는 단거리지만 단거리일수록 택시기사가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택했다. 과연 손, 콜, 앱 중 누가 가장 먼저 택시를 잡는 데 성공할까.

자정이 되자마자 승부의 종이 울렸다. 비가 내린 이날, A씨는 인도에서 빈 택시를 향해 끊임없이 손을 흔들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B씨와 C씨는 A씨와 달리 근처 커피숍에 앉아 택시를 불렀다. 콜택시를 이용한 B씨는 검색 후 OO콜로 전화를 걸었으며 C씨는 스마트폰에 미리 깔아둔 OO앱으로 접속,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택시)호출하기’를 클릭했다.


1분이 지났을까. 가장 먼저 A씨가 빈 택시를 만났다. 목적지를 말하자 “인천택시”라며 떠났다. 다시 손 흔들기가 시작됐다. A씨보다 늦게 온 이가 100m 앞에서 택시잡기를 시도하자 이를 막기 위한 그의 눈치작전도 치열해졌다.

A씨가 100m 앞으로 걸어갈 무렵 B씨는 OO콜과 연락이 닿았다. 3분의 신호음 끝에 전화를 받은 콜택시업체 관계자는 “빈차 확인 후 연락하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C씨는 수차례 ‘호출하기’를 반복했다. 호출을 클릭하면 ‘호출중입니다’란 문구가 떴지만 기대와 달리 ‘죄송합니다. 주변에 빈 택시가 없습니다’란 화면만 계속됐기 때문.

10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A씨는 손을 흔들고, B씨는 콜을 부르고, C씨는 앱을 클릭했다. 결과는 엇비슷했다.

A씨는 실패를 거듭했다. 10분간 3대의 차량이 그의 앞에 멈췄지만 그는 여전히 거리에 홀로 남았다. 2대의 차량은 빈 택시였지만 ‘예약’이 걸려 있었다. 서울시가 올해 승차거부를 막기 위해 ‘삼진아웃제도’를 도입했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일부 택시기사들은 예약을 걸어두고 승객을 골라 태우는 방법(승차거부 해당)을 통해 법망을 피하고 있었다.

콜택시업체로부터 연락을 받기로 한 B씨의 휴대폰은 잠잠했다. 10분이 지났을 때 B씨의 휴대폰이 울렸다. ‘[OO콜] 고객님 주변에 빈 차량이 없습니다. 재배차를 원하시면 전화 부탁드립니다.’ 콜택시와 연결된 지 7분 만에 온 거절의 문자였다. 소득없이 끝난 B씨는 재배차를 위해 또 다시 업체와의 전화연결을 시도했다.

C씨는 여전히 ‘클릭’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평소 해당 앱 택시를 이용하지만 이렇게 연결되지 않은 적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광화문 밤 12시’는 달랐다. 10분도 넘게 ‘호출하기’와 ‘재시도’를 반복했다. 그로부터 8분이 지난 12시18분. 드디어 연결에 성공했다. 앱은 기사의 이름과 차량번호를 공개하고 ‘약 2분 후 도착한다’고 안내했다.

앱은 C씨가 서 있는 위치와 차량의 이동 모습을 지도를 통해 보여줬다. 세사람 모두 C씨의 성공을 예견했다. 하지만 택시올림픽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1분 후 도착한다던 택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앱은 ‘기사님의 신고로 호출이 취소됐습니다’란 페이지로 넘어갔다. C씨는 취소 버튼을 누르지 않았지만 택시기사의 신고로 서비스가 돌연 취소된 것이다.

추후 해당 업체에 문의하니 “배차된 승객이 연락을 안 받거나 갑자기 취소할 때 기사가 신고 버튼을 누를 수 있다”며 “간혹 실수로 기사가 잘못 누를 수 있지만 이 경우 승객은 억울한 신고가 누적되지 않도록 고객센터 측에 상황을 말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 C씨는 업체로부터 “어제(13일) 저녁부터 오늘(14일) 오전까지 콜 요청 급증으로 배차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 급히 정비를 마쳐 앞으로는 더 안정적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승자는?
이날의 승자는 열심히 빈차를 향해 손을 흔든 A씨로 결정됐다. A씨는 승부가 시작된 12시로부터 28분 뒤 빈차에 탑승, 목적지로 출발할 수 있었다. B씨와 C씨의 승부는 1시가 가까워 올 때까지 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차라리 밖으로 나가 택시 잡는 게 빠를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시가 넘은 시각, 결국 두 사람은 길거리로 나가 모범택시를 타고 각자 귀가했다.

이후 콜택시와 앱택시를 병행 사용하는 기사를 만나 이날의 얘기를 전했다. 택시기사 안모씨는 “수입이 가장 짭짤한 시간대가 밤 11시부터 새벽 1시다. 피크타임에 단거리 요청을 하면 택시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택시도 그렇겠지만 특히 법인택시의 경우 사납금을 채우려면 단거리보다는 장거리를 선택하는 것이 이득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안씨는 “어떤 상황에서도 승차거부를 하면 안 되지만 기사들의 사정도 열악하다”며 “앱택시나 콜택시는 (기사의) 선택이 가능하지만 손을 흔들어 잡는 택시는 ‘삼진아웃제’가 무섭기 때문에 승객을 태우는 확률이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번 실험은 어떤 업체의 서비스(일부 앱: 자동배차서비스 기능 탑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이외의 여러 요인에 따라서도 결과가 상이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