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을 앓는 중에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던 고(故) 리처드 글랫저 감독의 유작 영화 <스틸 앨리스>가 국내 관객과 만난다. 아내·엄마·교수로서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가 희귀성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 위해 당당히 삶에 맞서는 이야기다.

<스틸 앨리스>의 공동 각본가이자 연출을 맡은 글랫저 감독은 투병생활 중에도 마지막까지 작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1년 초 발음장애로 병원을 찾았다가 루게릭병을 선고 받은 이후 리사 제노바의 동명 원작 소설 <스틸 앨리스>를 접한다.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이 느끼는 두려움과 고독을 이해하게 되면서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감독과 함께 영화로 만들 것을 결심했다. 이후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손과 팔을 움직일 수 없고, 스스로 먹거나 옷을 입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글랫저 감독은 믿기 힘든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늘 현장에 나와 작업에 참여했다.

상태가 악화돼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되자 아이패드 음성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들과 소통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했고, 이는 현장의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각별한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알츠하이머 소재 영화가 병을 앓는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의 고통에 집중했다면 <스틸 앨리스>는 주인공 앨리스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주력함으로써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꿔놓는다.


실제 병을 앓고 있는 감독의 경험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변화다. 두 감독은 관객이 알츠하이머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모든 장면에 줄리안 무어를 등장시켰을 뿐 아니라 카메라 워크를 앨리스의 관점에서 진행해 그녀의 시선에서 다른 인물들을 바라보고 모두가 그녀의 세상에 편입될 수 있도록 연출했다. 또한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는 단계를 여러 과정으로 세밀하게 나눠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의상은 물론 작은 행동의 변화부터 대사의 뉘앙스까지 신경 썼다.


 


시놉시스
세 아이의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 존경 받는 교수로서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 어느 날 자신이 희귀성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했던 추억,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소중한 시간들 앞에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 위해 당당히 삶에 맞서기로 결심하는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