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제일약품을 진두지휘한 성석제 사장의 지난해 성적표다. 제일약품은 제약업계 8위(2014년 기준)의 상위권 회사로, 국내 제약사가 수백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형 제약사로 꼽힌다.
하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말 영업이익률이 1.7%에 불과해 바닥권이다. 국내 10대 제약회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7% 내외다. 제약업계 전체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10%에 달한다.
제일약품의 이익률이 저조한 것은 다른 제약사와 달리 자체 상품보다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제품을 갖다 파는 '손쉬운' 장사에 의존한 까닭이다. 게다가 제일약품은 R&D 투자와 자체 생산제품 비중도 크게 줄었다.
성 사장은 해외진출을 통해 이 같은 위기국면을 타개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썩 긍정적이지 않은 게 업계의 반응. 국내시장조차 신통찮은 상황에서 해외시장의 성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수익성 제고·부채 감축 모두 저조
최근 5년간 제일약품의 매출추이는 상승모드다. 지난 2010년 4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2011년에는 462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4200억원으로 떨어졌지만 2013년 4500억원대로 회복했고 지난해는 5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2년을 제외하곤 규모만 놓고 보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을 따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2010년 제일약품의 영업이익률은 9.8%를 기록했다. 다음해인 2011년 6.7%로 떨어지더니 2012년 1.5%, 2013년에는 0.3%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5%로 소폭 올랐지만 5년 전에 비하면 9배가량 낮다.
당기순이익도 롤러코스터다. 지난 2012년 제일약품은 111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그런데 2013년 4억8400억원으로 크게 추락하더니 지난해 말엔 20억9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제일약품의 총 부채는 1743억원으로 전년(3960억원)보다 160억원가량 늘었다. 지난 2013년(1493억원)과 비교하면 250억원 이상 급증했다.
성 사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수익지표의 변동성이다. 제일약품은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수입한 제품을 파는 '보따리 장사'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다국적제약사의 제품 성공 여부에 따라 제일약품의 실적 희비가 좌우되는 구조다.
물론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팔면 R&D에 투자하고 자체 생산 제품 비중을 높이는 것보다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의존도가 너무 높을 경우 미래 성장전략을 세우기 어렵고 비싼 값에 외국계제약회사의 완제품을 들여오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성 사장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장기적인 R&D를 통해 자사 완제품을 개발하는 길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일약품의 R&D 비중은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제일약품의 지난해 R&D 비중은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3.5%로 나타났다. 제일약품보다 순위가 낮은 LG생명과학(제약업계 순위 11위)의 경우 R&D 비중이 19%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체는 매출보다는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중요하다”면서 “R&D 투자를 줄이고 다국적제약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비춰볼 때 제일약품의 수익성지표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분석했다.
◆히트상품 없이도 10년간 CEO
성 사장은 지난 2005년 제일약품 사장으로 취임했다. 강산이 한번 바뀔 정도로 오랜 기간 수장을 맡았지만 정작 제일약품의 브랜드 평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양새다.
그가 취임하기 전 제일약품은 펭귄 캐릭터로 유명한 파스 ‘제일-파프’와 관절염 치료제 '케펜텍' 등으로 소비자 인지도가 쏠쏠했다. 제일파프의 경우 TV CF를 통해 ‘바쁘다 바빠’라는 국민 유행어를 만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경쟁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파스시장에 뛰어들면서 제일파프 매출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이젠 브랜드조차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케펜텍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IMS 데이터와 닐슨미디어리서치(지난해 말 기준)에 따르면 케펜텍의 매출 신장률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 5%를 차지하다 2013년 -4%로 고꾸라진 후 지난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제일약품과 성 사장이 이처럼 수익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제2, 제3의 제일파프 개발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10년간 전문경영자로서 제일약품을 진두지휘했지만 제일파프와 케펜택 이후에는 딱히 히트제품이 없다. 여기에 자체 완성제품을 개발해 다국적제약사 의존도를 낮추는 일도 시급하다.
일각에선 성 사장이 오너가의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아킬레스건이 되지 않겠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제일약품의 최대주주는 지난 2011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창업주 고 한원석씨의 장남 한승수 회장이다. 한 회장은 제일약품 지분 27.31%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장남인 한상철 부사장(4.66%)은 4대 주주다. 한 부사장이 직함으론 성 사장 아래 있지만 실질적인 오너인 셈이다.
어느덧 취임 11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성 사장. '장수 CEO'라는 명예는 얻었지만 '무늬만 사장'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프로필
▲1959년생(한양대 경영학 석사) ▲2000년 한국화이자제약 재정담당 상무 ▲한국화이자제약 운영담당 부사장 ▲한국화이자제약 부사장 ▲제일약품 대표이사 사장(2005~현재)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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