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중국문화와 언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에 갔던 필자는 중국 여대생에게 중국어 회화 과외를 받은 적이 있다. 하루는 카페에서 과외를 진행하기로 하고 필자는 학교 앞의 이름 없는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러나 그 학생은 “커피는 스타벅스를 마셔야지”라며 장소를 바꾸자고 했다.

중국인들은 커피를 마시기보다는 스타벅스란 브랜드를 마시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존 롱고 미국 럿거스대학 교수는 “중국인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때 꼭 로고가 보이도록 잔을 들고 마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인의 지지 덕분인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지난 1~3월 매출은 예상보다 높았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 매출성장이 두드러졌다. 매장 수가 1만개가 넘는 미국은 7%대 증가, 유럽과 중동·아프리카지역은 2%대 신장을 보인 반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스타벅스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5000번째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세계적으로 1650개 매장을 추가로 열겠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 받아 스타벅스는 올해 매출이 16~18% 증가할 것으로 낙관한다.


 


◆드라마가 몰고 온 ‘치맥’ 열풍
중국의 브랜드 선호 분위기는 스타벅스에 한정되지 않는다. 식·음료산업 전반에 해당된다. 그중에서도 한류 콘텐츠에서 시작된 K-팝(POP) 열풍이 음식 한류인 K-푸드(Food)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하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외식기업의 해외진출은 K-팝 열풍과 함께 2011년 이후 급증세를 보였다. 지금은 한식 53개 브랜드와 치킨, 커피 등 비한식브랜드 85개가 총 40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지하철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코끝을 자극하는 델리만쥬는 해외에 점포 600개를 냈다. 카페베네도 중국 곳곳에 진출하며 600개에 육박하는 매장 개수를 자랑한다. 한국에서는 성장이 주춤한 롯데리아 역시 베트남에서 매장 200호점을 돌파하며
아시아 최고 외식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푸드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특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이후 한국 음식문화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졌다. 전지현이 극중 즐겨먹었던 ‘치맥’(치킨과 맥주)이나 라면 등은 중국에서도 히트상품이 됐다. 중국 일간지 인민망이 중국인이 뽑은 한국 명품 42종을 공개했는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신라면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신라면 인기에 힘입어 농심의 중국법인인 농심차이나는 지난해 역대 최고실적을 거뒀다. 중국에서만 연간 462억개의 라면이 팔리며 2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치맥의 인기는 그 이상이다. 중국 인터넷사전에 ‘치맥’이란 단어가 추가됐을 정도다. 이에 힘입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연달아 진출했다. BBQ는 현재 중국에만 1000개의 매장을 보유 중인데 오는 2020년까지 1만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페리카나치킨은 광저우와 상하이에 개점했고 굽네치킨은 홍콩을 거점으로 중국 본토 진출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치킨 마케팅에 나섰다. 대구 치맥축제는 이 기세를 몰아 국제행사로의 도약을 꿈꾼다. 중국 칭다오 맥주축제와 협력하면서 중국인관광객 유치활동을 펼치는 것.

리츠칼튼 서울은 객실에 치킨과 맥주를 제공하는 ‘치어스’(CHI-EERS) 패키지를 내놓았다. 내국인뿐 아니라 한류열풍으로 치맥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중국인관광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스터피자 등 피자업체도 도전

중국에서의 음식 한류화는 치맥에 국한되지 않는다. 치킨과 경쟁자 격인 피자도 중국에서 한류열풍의 주인공이 될 조짐이다. 특히 중국은 예전부터 피자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우유·요거트·치즈 등 유제품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바링허우 세대를 중심으로 서구화된 음식 및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피자체인인 피자헛은 이미 1990년 중국에 진출한 이래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국내업계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부터 매장 수를 크게 늘렸다. 2000년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6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만 점포를 2배 이상 늘렸다. 물론 대형합작사의 영향도 컸지만 중국인들이 피자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중국의 치즈 수입은 100% 이상 늘었다. 수년째 10% 내외의 증가율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됐기 때문이다. 치즈에 대한 인기가 자연스럽게 피자의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됐다.

◆중국인, 외식비율 세계 최고

이제는 주식투자자나 창업을 고민하는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겠다. 우선 중국인이 외식을 즐기는 비율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태티스타닷컴에 따르면 연간 중국인의 외식업체 방문 수는 213회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이 수치는 아침식사부터 외식을 많이 하는 중국 도시인의 생활을 보여준다.

중국인이 방향을 한번만 틀면 세계의 트렌드가 변한다는 얘기가 있다. 예컨대 중국인의 서구화된 입맛으로 단백질 섭취가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해 전세계 육류 가격이 급등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인의 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세계 소고기 값이 폭등했고 덩달아 닭고기 값도 오른 바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미국이나 유럽 패스트푸드점들은 닭고기 햄버거를 내놓거나 피자에서 소고기 대신 닭고기 토핑을 늘리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중국 외식업계에서 중국 전통식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원래 중국의 외식시장이 형성된 점을 노리고 해외에서도 중국으로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업체를 비롯해 스타벅스, 피자헛, KFC를 소유한 얌브랜드 등 글로벌 외식업체가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 사업모멘텀을 지닌 글로벌 음식료업체나 국내기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창업을 고민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피자집이 1만3000개나 몰려 있는 한국이 아니라 이제 막 피자에 눈을 뜨기 시작한 중국에서 도전장을 내미는 건 어떨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