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의 가격제한폭이 상하한가 15%에서 30%로 확대된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6월15일부터 가격제한폭 확대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12일 정부가 제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현재 15%인 증권시장에서의 가격제한폭을 30%까지 확대한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가격제한폭이 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수익기회와 손실위험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얘기다. 1만원대 주식이 현재 하한가로 떨어지면 8500원이 된다. 앞으로는 7000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거래소가 밝힌 공식적인 가격제한폭 제도의 확대 취지는 정보의 가격반영을 지연시켜 시장의 효율적 가격발견기능을 저해하고, 자석효과 및 주가 과잉반응 등의 부작용 해소다.


또한 거래소는 "가격제한폭의 확대로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을 강화하여 보다 효율적인 시장을 구현하고, 증시의 역동성을 제고하여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환경을 조성해 나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가격제한폭 확대와 함께 변동성 완화장치 등의 '보완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가격제한폭이 30%라는 것은 주가가 하루에 60% 구간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논리다. 1만원짜리 주식이 하루에 1만3000원이 됐다가 7000원으로 떨어지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거래소는 변동성 증가와 이에 따른 거래대금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는 것.

가격제한폭 확대는 위기일까. 아니면 기회일까.

◇ 가격제한폭, 변동성 확대·거래대금 증가 가져올까


가격제한폭이 넓어지면 국내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이 생겨났을때부터 가격제한폭이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시장의 탄생때부터 가격제한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64년 5월 거래소 업무규정에 가격대별 정액제의 가격제한폭 제도가 명문화됐다. 이후 지난 1995년 4월까지 총 17단계의 정액제가 시행됐다.

지난 1995년 4월에 코스피 시장의 가격제한폭은 6%였다. 지난 1996년 11월에는 8%, 1997년 3월 12%, 1998년 12월 15%로 점차 확대됐다. 이후 15%로 고정됐던 가격제한폭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17년 만에 바뀌게 됐다.

17년만의 제도 변경에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금융투자업계는 시장이 역동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거래대금 및 가격제한폭 변경 추이를 살펴본 결과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뚜렷하게 증가한 것은 한차례(1998년 12월)밖에 없었다.
당시 IMF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한도 폐지와 증시 완전개방 조치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해 거래대금이 늘었다고 보기엔 어렵다.

해외 사례를 봐도 증권시장에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긴 어려워 보인다. 외국의 경우는 가격제한폭 제도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와 비슷하게 가격제한폭 제도를 변경해 유지한 사례는 태국이다. 태국은 과거 10%였던 가격제한폭을 지난 1997년 12월 30%로 확대했다.

데이터가 존재하는 지난 1987년 7월부터 1997년 11월까지의 연평균 주간 주식 변동성은 27.5%였다. 반면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이후의 주식 변동성은 25.1%였다. 제한폭 확대 이후 주식 변동성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제한폭의 확대가 거래대금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볼 때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격제한폭, 호재에는 더 좋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거래대금이나 변동성 강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물론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주의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가가 이전보다 더욱 급등하거나 급락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우량 대형주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다. 이는 결국 중소형주에 대한 소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또한 현 시점에서 단언하긴 어렵다. 그는 "중소형주 전반에 대한 수급악화 우려가 있기는 하나, 이는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행되는 오는 6월15일 이후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가격제한폭이 증시에 나쁜 영향만 끼칠까. 시장에서 예상하는 긍정적인 요소는 있다. '상승, 혹은 하락 재료'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호재가 생겨 주가가 오른다면 그 영향력이 과거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증권사 객장 /사진=머니위크DB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0년 이후 가격제한폭에 도달한 빈도를 살펴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대형주와 중형주, 소형주 모두가 상한가에 도달한 것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행동심리학적 입장으로 보면 상승한계가격에 도달한 종목을 보고 투자자들이 상당수가 추가 상승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바탕으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적으로 말하면 가격제한폭 확대는 주가의 하락보다는 상승 쪽에 보다 밀접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다"면서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호재의 경중을 따져 주가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는 작업이 오는 6월15일 이후 투자자들의 중요 과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