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38년은 일제강점기 중에서도 민족말살통치기에 놓였던 가장 비극적인 시기다. 한국인을 완벽한 일본인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황국 신민화 정책 아래 신사 참배와 일본어 사용, 창씨 개명이 강요됐던 때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비극으로 얼룩진 1938년, 외부와는 완벽히 단절된 경성의 기숙학교에 감춰져 있던 77년 전의 비밀을 담았다.
일본 식민 치하의 혼돈스러운 상황에서도 학교 안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사라진 뒤 고요하던 학교는 술렁이기 시작한다. 고립된 학교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소녀들과 그들에게 나타나는 이상 증세, 그리고 비밀을 감춘 채 미소짓는 교장까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점점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사라진 소녀들을 본 유일한 목격자 주란이 사건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의 실체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과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이 만들어낸 함축적이고 밀도있는 드라마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에게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과속 스캔들>과 <늑대소년>, <피끓는 청춘>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흥행 파워를 가진 20대 대표 여배우 박보영이 이 영화에서 기숙학교로 전학 온 소녀 주란 역을 맡았다. 사라지는 소녀들을 보는 유일한 목격자 주란은 학교의 비밀에 다가갈수록 혼란에 빠지게 되는 인물로, 박보영은 병약했던 소녀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모습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주란의 급격한 변화를 표현해냈다.

드라마 <싸인>의 강력계 여검사, <박수건달>의 명보살, <소원>의 평범한 엄마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며 거침없는 연기 변신을 선보인 엄지원은 비밀을 간직한 교장으로 분했다. 온화하고 지적이며 기품 넘치는 외모로 모든 학생에게 동경의 대상이지만 이면에는 검은 속내를 감추고 있는 이중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시놉시스
외부와 단절된 경성의 한 기숙학교.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주란이 계모 손에 이끌려 전학을 온다. 낯설고 고립된 학교에서 주눅이 든 주란은 좀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은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채 그녀를 외면한다. 그런 주란에게 다가오는 이는 오직 급장 연덕과 교장 뿐이다. 연덕과 금세 가까워진 주란은 그녀와 함께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우수학생만 갈 수 있는 도쿄 유학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이 하나 둘 이상 증세를 보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주란은 사라진 소녀들을 목격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교장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수학생 선발에만 힘쓸 뿐이다. 그러던 중 주란에게도 사라진 소녀들과 동일한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