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의 안정성과 함께 수익성까지 갖춘 상장지수펀드(ETF)가 뜬다. ETF시장은 많은 투자자의 관심 속에 올해 초 순자산 2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거래소에는 다양한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168개의 ETF가 상장됐다.

하지만 같은 ETF처럼 보여도 어느 자산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세금제도가 다르다. 멋모르고 투자했다간 수익보다 세금이 커질 수도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현행 세법이 ETF의 시장을 위축시킨다며 제도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 모르고 투자했다가 ‘세금폭탄’

ETF는 크게 ▲국내주식형 ETF ▲국내시장에 상장된 기타 ETF ▲해외시장에 상장된 해외 ETF로 나뉘는데 각각 세금부과제도가 다르다. 같은 수익률을 기록해도 과세방법이 달라 손에 쥐는 수익금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먼저 국내주식형 ETF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파생 성격이 있는 ETF를 제외하고 국내 지수를 1대 1로 추종하는 상품을 뜻한다. 주식처럼 거래되지만 펀드로 분류돼 주식을 매도할 때 부과되는 0.3%의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

국내주식형 ETF를 제외한 모든 해외지수·채권형·파생형 ETF 등은 수익이 날 경우 과세표준 기준가격의 차이와 매매차익을 비교해 더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배당소득세 15.4%(소득세 14%+주민세 1.4%)를 원천징수한다.


 

같은 돈 1000만원을 투자해 국내주식형 ETF에서 100만원, 기타 ETF에서 1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실제 가져가는 돈은 약 15만원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여기까지는 ETF를 매도할 때 알아서 세금을 떼고 수익금을 돌려주기 때문에 투자자가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하지만 기타 ETF는 ‘보유기간 과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손실상계가 안되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투자자가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TF 1000만원어치를 매수했는데 지수가 떨어져 900만원에 매도했다고 가정하자. 이후 다시 같은 ETF에 900만원을 투자해 원금 1000만원을 회복했더라도 이익금 100만원에 배당소득세가 매겨져 사실상 손해를 본 셈이 된다.

반면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ETF의 경우 이익이 날 경우 양도소득세 22%를 부과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1년을 기준으로 이익과 손실을 더해 총수익이 양(+)일 경우에만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돈을 잃고도 세금을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기타 ETF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익금액이 2000만원을 넘어갈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분류돼 추가 소득세를 내야 한다.

부자들의 얘기만이 아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타이거차이나A레버리지(합성) ETF는 올해 첫 거래일에 2만4565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이 ETF의 지난 3일 종가는 5만1200원으로 약 5개월 동안 108.4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 초에 2000만원만 투자했더라도 벌써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소득구간에 따라 최대 41.8%까지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해외시장에 상장된 ETF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다. 양도소득세만 납부하면 과세의무가 종료된다. 많은 투자자가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 ‘주목’
현행 세제는 지난 2010년 7월 소득세법 시행규칙 13조 개정안을 도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처음 ETF를 출시한 지난 2002년에는 ETF가 비과세로 출발했지만 여러번 세법이 개정되며 현재에 이르렀다. 예전부터 실무적으로 하던 업무와 세법상의 차이가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법의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ETF의 세제가 복잡해진 이유는 펀드를 투자신탁형과 투자회사형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일반펀드와 동일한 투자신탁형 ETF에서 나오는 수익은 배당소득세로 간주된다. 반면 투자회사형 ETF는 개별종목과 같이 인식돼 수익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한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ETF는 모두 투자신탁형이어서 세금체계가 해외 ETF와 다른 것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이 같은 복잡한 세금구조가 투자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자본을 해외로 유출시켜 ETF시장의 위축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ETF시장에 세제상의 불리함이 있어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건전한 방향으로 세법이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도 업계의 이런 요구를 수용해 기획재정부에 과세 일원화에 대해 수차례 건의한 상태다. 이에 기재부는 ETF에 대한 과세기준을 통일화할 경우 다른 금융상품의 과세체계도 흔들리게 돼 현행보다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령 모든 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면 현재 15.4%의 배당소득세만 내던 투자자들은 세금이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며 “그렇다고 시장 편의를 위해 전체 거래에 비과세를 적용할 수도 없어 세제를 일원화하는 데 힘든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07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해외주식 거래에 비과세를 실시한 적이 있지만 부작용이 만만찮았다. 해외펀드의 경우 해외주식뿐 아니라 환차익도 발생하는데 주식만 비과세라 손실이 나도 과세가 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다시 말해 해외주식을 통해 500만원의 손실을 보고 환차익으로 300만원의 이익이 났다면 결국 200만원의 손실을 본 셈임에도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게 된 것이다. 이 경우 환차익을 비과세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결국 해외주식 거래도 과세대상에 포함됐다.

거래소는 과세 불공평의 대안책으로 투자회사형 ETF를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투자회사형의 경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회사가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려면 개별 승인절차가 필요한 만큼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오는 6월 말 정부에서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이 어떤 식으로 포함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