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고의 추락사건을 계기로 '조종사 정신질환 예방 및 관리 가이드라인' 시행을 추진하자 조종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9일 국토부에 따르면 조종사의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채용단계 및 평상시에 정신질환을 찾아내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항공기 안전운항을 확보하고자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했다.


국토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적항공사는 조종사 채용 전 검사에서 사회성·대인관계 등에 대한 인성검사, 범죄경력조회 등 신원조사, 필요시 정신질환 판정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

또 항공사는 사내에 심리상담 전문가를 배치하고 이와 별개로 관리자가 조종사의 정신질환 여부에 대해 주기적 또는 필요시 면담을 해야 한다.

조종사가 자신의 정신질환에 대해 자발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항공사는 이러한 제도와 절차를 통해 조종사의 정신질환이 의심되거나 확인되면 치료 등의 조치를 하고 치료가 완료된 경우 비행복귀에 적합한지 면밀히 평가하고 나서 비행임무에 투입해야 한다.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새노동조합, 제주항공조종사노동조합,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항공협의회 등 조종사 노조는 이날 합동성명을 내고 “국토교통부가 심각한 인권침해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탁상행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제시한 ‘조종사 정신질환 예방 및 관리 가이드라인’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종사 노조 측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경우 조종사들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병원에 가지 않고 숨기게 될 것이며, 제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오히려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위험은 극도로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신질환 여부가 알려지면 비행을 정지당하고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조종사가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솔직하게 상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 가이드라인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배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조 측은 “정신질환 정도 여부와 관련 없이 항공사가 비행복귀 여부에 적합한지를 평가해 비행임무에 투입할지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초법적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교통부가 집중할 사항은 조종사의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줄이고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질환 예방활동이어야 하지, 이번 가이드라인과 같이 조종사 정신질환자 색출·관리로 오히려 조종사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행태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의 문구는 조종사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조정하는 단계"라며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기에 조종사 정신질환과 관련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신체검사에 관한 모든 사항을 승인된 사람만 열람할 수 있도록 비밀보호 조항을 가이드라인 제15조에 명시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강제력이 없으며 국토부는 장기적으로는 고시 제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형 항공사는 조종사 채용과정에 인성검사와 범죄경력 조회 등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에서는 안하는 곳도 있어 전반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국토부는 판단했다.

앞서 지난 3월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가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악 지역에 추락해 탑승자 150명 전원이 숨졌다. 수사당국은 정신병력이 있는 부조종사가 고의로 항공기 고도를 낮춰 추락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