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相生, 公正, 同伴.' 국내 생활용품시장의 절대강자인 유한킴벌리(YK). 매출 1조원을 훌쩍 넘는 ‘돈 잘버는 기업’이지만 그간 상생과 공정, 동반이라는 타이틀 아래 ‘착한 기업’으로 더 널리 알려진 곳이다. 오랫동안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해 상생을 인정받았고, 국내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해 공정의 대표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재해율과 이직율을 확 줄인 4조 2교대 도입 등 직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도 앞장섰다. 사회책임경영의 모범, 대학생이 가장 취직하고 싶은 직장을 꼽으라면 단연 유한킴벌리가 가장 먼저 거명됐다.

#. '上生, 空正, 同反.' 그랬던 YK가 흔들리고 있다. 대외이미지와 상반되는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한목소리로 문제점을 지적한 이들은 ‘유한킴벌리 대리점협의회’. 본사가 장려금을 미끼로 과도한 판매 목표량을 강요하고, 윤리경영에 반하는 불공정거래를 일삼았다는 게 핵심이다. 이들이 말하는 YK의 실체는 윗사람만 사는 ‘상생’, 빈껍데기뿐인 ‘공정’, 서로 다른 ‘동반’으로 귀결된다. 존경받던 기업이 어쩌다 이 지경에 내몰리게 됐을까. 그 원인은 5년째 YK를 이끌고 있는 최규복 사장의 책임론으로 확대됐다.


“‘존경받는 착한기업’ 유한킴벌리요? 최규복 사장 취임 이후 경영방침이 바뀌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영영 사려졌는지도 모릅니다.”

7년째 유한킴벌리(YK)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대리점주의 말이다. 그는 “YK가 불공정거래를 하면서 소비자 후생을 위하는 척 하지만, 실제론 YK 지분 70%를 갖고 있는 킴벌리클라크(헝가리 법인)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주기 위함”이라며 “(최 사장은) 착한기업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가격인상을 주도하고, 국민에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활필수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로열티에다 고배당… 대리점 쥐어짜기


최 사장은 27년간 YK 마케팅 본부에서 ‘유한킴벌리맨’으로 활약하다 지난 2010년 3월부터 YK 사장직을 맡은 인물이다. 당시 사내에서 ‘기저귀 신화’로 통하던 그의 선임은 꽤 나쁘지 않은 카드였다. YK의 모회사이자 YK 지분 30%를 보유한 유한양행이 지명한 3인의 사장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중국 프리미엄 기저귀 시장 브랜드 1위 기여 ▲시니어케어 시장 공략 등의 평이 있는 반면 ▲생리대와 기저귀 가격인상 주도 ▲주주배당 확대·로열티(기술사용료) 증액 ▲대리점 갑질 논란 등의 견해도 있다. 최근 들어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뉴스1 윤혜진 기자

업계에서는 지난 2007년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물러난 이후, YK의 합작법인인 킴벌리클라크와 유한양행 사이의 갈등이 대외적으로 표출됐고 최 사장이 킴벌리클라크의 수족 역할을 자처하면서 지금의 YK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배당금과 로열티 문제. 최 사장 취임 후 주주배당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 YK배당은 지난 2007년 순이익의 66% 수준에서 2010년 95%, 2011년 89%, 2012년 87%, 2013년 81% 등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배당금은 1300억원으로 90%에 달했다.

YK가 킴벌리클라크에 지급하는 로열티(기술사용료) 역시 기존 매출의 2% 수준에서 지난 2010년 2.45%로 오른 뒤 2012년 2.35%, 2013년 2.38% 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에는 로열티가 처음으로 3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와중에 YK의 대표 제품인 생리대와 유아용 기저귀 가격은 꾸준히 인상됐다. YK는 지난 2013년 생리대의 신제품 또는 기능 강화 명목으로 약 16% 가격을 인상했고, 지난해 8월에는 하기스프리미어의 가격을 4.7% 인상했다.

2007년 동일한 생리대 주요 제품과 가격 차이를 비교한 결과, 코덱스 오버나이트 10P의 가격은 722원에서 1350원으로 무려 87%의 인상율을 보였고, 애니데이 롱 40p 2팩의 가격은 4800원에서 6420원으로 33.8% 올랐다. 제품 8개의 평균인상률은 약 50%. 생리대가 2009년 과세에서 면세시행으로 10% 가격 인하분을 반영하면 실제 인상률은 약 60%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 2013년 이후 YK의 영업이익은 증가추세다. 지난 2012년 1조4000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2013년 1조3660억원으로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11.73%에서 11.96%로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673억원으로, 2013년 대비 2.3% 상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YK의 현 경영상황은 최 사장이 킴벌리클라크 편에 서서 얼마나 그에 맞는 경영을 펼쳐왔는지 잘 보여준다”며 “최 사장이 전형적인 외국기업의 먹튀 행태를 돕고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 비정상적인 경영논리… 언제까지?

킴벌리클라크가 배당금과 로열티를 받으며 배를 불리는 사이, YK의 대리점 체계는 비정상적인 경영논리로 위기를 맞았다. 일부 대리점은 본사에서 제품을 받지 않고 온라인에서 제품을 사서 파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그 중심에 본사 직원 출신이 운영하는 온라인대리점이 있었고, 본사가 해당 대리점에 과도한 물량을 차별적으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커졌다.

대리점협의회 한 관계자는 “최 사장이 온 이후 온라인판매를 시작했고, 온라인 판매처가 오프라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대리점은 다 죽는 시장구조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 사장과 함께 일하던 본사출신 직원이 공교롭게 온라인대리점에 선정됐고, 정품과 같은 양의 견본품을 지급받으면서 연간 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서 “함께 일하던 대리점은 죽이면서 외국기업 배만 불리는 데 열을 올리는 사장에게 상생과 공정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유한킴벌리 한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환경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라며 “앞으로 대리점과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 취임 이후 배당과 로열티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매출액 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고 일축했고,  “지난해와 올해 시장 정체로 뚜렷한 가격인상 역시 없었다”고  말했다. 

45년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YK. 최 사장의 YK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섰다. 추락하는 YK의 위상을 이대로 지켜만 볼 것인가, 아니면 본래 정신으로 돌아가 YK를 정상화시킬 것인가. 운명의 키는 최 사장이 쥐고 있다.

☞ 프로필
△1956년생 △75년 한성고 졸업 △83년 숭실대 경영학과 졸업 △83년 유한킴벌리 마케팅부 △2000년 유한킴벌리 유아용품사업개발담당 상무 △2002년 연대 마케팅·국제경영학 석사 △2003년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유아용품사업본부장 △2007년 유한킴벌리 유아·아동용품사업 총괄 부사장 △2010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