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한폭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늘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995년 4월 이전까지 최대등락폭을 가격수준에 맞춰 정액제로 시행했다. 예컨대 2만원대 주식은 1000원, 3만원대는 1300원, 4만원대는 1600원이 하루 최대등락폭이었다. 그러다 1995년 4월부터 정액제를 정률제로 전환해 가격수준에 관계 없이 일정비율로 등락폭을 결정하도록 했다. 정률제는 초기 6%에서 단계적으로 늘려 이번에 30%까지 확대한 것이다.
◆가격제한폭 확대, 거래량 늘려
가격제한폭은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가격제한폭을 확대할 때마다 거래가 늘었고 시장 효율성도 높아졌다. 가격제한폭 확대 전후 6개월 평균거래량을 비교하면 확대 전에 비해 확대 후 거래량이 뚜렷하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가격제한폭이 12%에서 15%로 확대됐을 때 거래소의 거래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게다가 가격제한폭 확대로 상하한가에 도달하기 어려워져 거래비중이 줄었다. 제도적으로 일일등락 폭이 늘어남에도 일일주가 변동성은 오히려 줄면서 시장이 더 안정화됐다. 가격제한폭을 확대하면 투기거래가 증가해 주가변동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보인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시장이 급락할 경우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인 ‘서킷 브레이커’(CB) 제도도 개선했다. CB의 발동비율을 현행보다 낮추면서 단계적으로 발동하도록 한 것. 또 개별종목에 대해서는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를 추가했다. 이는 특정 단일호가 또는 여러 호가로 장기간의 가격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직전 단일가격 기준으로 가격범위를 넓게 설정하는 것이다.
10% 이상 가격이 급변하면 2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냉각기간이 부여된다.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은 직접적인 가격 규제인 가격제한폭이 없는 반면 변동성 완화장치와 같은 가격안정화 수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격을 규제한다.
가격제한폭을 두면서 정적·동적 변동성 완화장치를 동시에 운영하고 시장 전체 안정화 장치인 CB까지 운영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다시 말해 가격 안정화 장치를 보완하더라도 상한가와 하한가에 따르는 효과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부동산보다 자사주 더 관심
특히 가격제한폭이 지금보다 작던 시절, 연속 상한가 기록이 많았다. 코스닥 초창기인 2000년 다음은 공모 후 2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소형자산주인 흥구석유와 중앙석유는 26일 연속 상한가를 달성했다.
바이오주로서는 마크로젠이 26회 연속상한가로 최고의 급등주로 부상했다. 바른손 24회, 핸디소프트 27회, 리타워텍 34회, 국제종건 35회, 자이링크우 35회, 카인드웨어 38회 등 코스닥에서 발생한 연속 상한가 기록은 화려했다.
리드코프(동특)는 40일 연속 상한가의 신기록을 세우면서 당시 저가 대비 100배 이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래소에서는 1993년 하반기에 자산주의 돌풍을 일으킨 성창기업이 연속상한가의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1993년 10월9일 종가 2만3000원에서 출발해 10일간 연속상한가, 하루 조정 후 다시 11월20일까지 25일간 연속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총 35번의 상한가로 7만9000원까지 올랐다.
당시는 가격제한폭을 정액제로 실시하던 때여서 상한가 제한폭이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총 35일간의 상한가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적은 편이다. 이런 연속 상한가 기록은 거래소에 부동산 자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계기가 됐다.
하지만 코스피 가격제한폭이 마지막으로 확대된 1998년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장중 사고파는 데이트레이딩을 하는 투자자도 많지 않던 시기다.
지금은 HTS 혹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 늘었다. 따라서 주식시장과 개별종목에 큰 변동성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반응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만큼 가격제한폭 확대의 영향이 과거와는 다소 다르게 반응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상따’ 새 투자법 등장
가격제한폭이 확대됨에 따라 새로운 투자법이 등장했다. ‘상한가 따라잡기’(상따)가 그것. 특히 HTS를 이용한 주식투자가 보편화되면서 장중 변하는 주가의 움직임에 실시간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도 있고 더욱이 전업투자자라면 ‘상따’는 승률 높은 매력적인 투자방법으로 여겨진다.
상따 기법에는 여러 버전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방법이 대표적이다. ▲첫 상한가를 노린다. 3번 이상 연속 상한가 공략은 프로의 영역이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섣불리 했다가는 큰 손해 보기 쉽다. ▲시초가부터 하락하지 않고 갭상승하는 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상한가 진입 후 상한가가 무너지고 30분 이내 상한가로 복귀하지 않으면 판다. 특히 오후 늦게 상한가가 풀리고 재차 상한가에 진입하지 못하면 손절이라도 팔고 나온다. ▲주가 조정기간이 충분했고 거래량 바닥을 지난 종목이면 더욱 좋다. 이미 거래량이 지나치게 폭증한 종목은 상한가 다음날 단기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므로 피한다. ▲부실주 및 거래가 거의 없는 종목은 제외한다. ▲테마주에 해당하는 종목의 상한가 공략은 테마주 중 대장주를 우선 선택하고 2~3등주까지만 공략대상으로 한다. 그외 후발주는 상한가 매매를 자제한다. ▲다음날 무조건 판다. 상따의 꽃은 다음날 장 초반 고가에 무조건 파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따 투자는 가격제한폭 확대로 상한가 종목이 줄어듦에 따라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성공하면 기대수익률이 과거보다 높은 만큼 일부 전업투자자들은 여전히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상한가 제한폭이 30%로 확대 시행된 첫날인 지난 15일에는 삼양홀딩스, 제주반도체, GT&T, 태양금속, 태양금속우, 계양전기우, 대호피앤씨우 등 7개 종목이 상한가로 마감했다. 진원생명과학, 로체시스템즈, 네오피델리티, 인바디, 에쓰시엔지니어링, 디아이씨, 화승인더, 삼양홀딩스우 등은 상한가는 아니지만 15% 이상 상승해 가격제한폭 확대의 수혜를 입었다.
삼양홀딩스와 에쓰씨엔지니어링은 자회사 실적개선, 제주반도체는 1000억원 중국자본 유치와 중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 로체시스템즈는 올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의 흑자전환 기대, 진원생명과학은 백신 개발업체로서 메르스 사태로 인한 관심 증대, GT&T는 아이지넷과 합병, 인바디는 해외자금 유치 등 나름대로 주가상승의 이유가 있었다.
이날 30% 올라 상한가로 마감한 종목 중 삼양홀딩스, 태양금속우, 대호피앤씨우, GT&T 등 4종목은 전 거래일에도 상한가였으므로 상따에서 제외하고 태양금속, 제주반도체, 계양전기우 등 3종목은 갭상승한 뒤 첫 상한가에 들어가서 상따 대상으로 했다면 다음날인 16일에는 장 초반 수익을 내면서 매도가 가능했다.
◆상따 투자법 역이용 세력 유의
상따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세력도 있기 마련이므로 가격제한폭이 두배로 커진 상태에서 상따의 위험성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상따한 다음날 시초가가 보합 근처나 마이너스권에서 형성돼 고가에 팔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주가가 흘러내리기만 한다면 하한가 폭이 30%이므로 하루 만에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세력 입장에서는 상한가 잔량을 많이 쌓아놓고 ‘상한가 굳히기’의 시세조정을 할 때 오랫동안 많은 물량을 보유하던 곳이나 대주주가 갑자기 매물을 내놓는다면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본의 아니게 상한가에 많이 사들이게 된 물량은 하한가까지 가면 60% 손실이 되므로 당일로 방어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즉 상한가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에서는 세력이나 이를 따라가는 일반투자가 모두에게 고위험 고수익의 특성이 더욱 강화된다는 얘기다. 기업가치에 기반하는 투자 시에는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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