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주정부 의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당장 인기가 떨어지는 세금 인상 정책에 찬성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세금을 낮춰야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며 세금 인상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세금 인하 정책을 실시한 주정부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주정부 디폴트, 푸에르토리코만의 얘기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 주정부들의 재정 상황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정부의 재정상황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캔자스와 루이지애나는 대규모 세금 감면 정책을 실시한 이후 역풍을 맞았다. 세금 감면으로 기대했던 기업들의 투자확대나 창업 등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세수에 구멍이 뚫렸다. 이에 따라 담배 등에 붙는 세금을 인상하거나 소비세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전문가들이 이들 사례보다 더 나쁜 주정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당수 주정부는 예산안을 확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특히 교육과 의료보장, 인프라와 같은 장기 투자문제에 대한 저항이 심각한 상황이다. 미래보다는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어서다.
루시 다다얀 록펠러 재단 선임 정책 분석가는 “주정부의 재정상태는 안정적이라기보다는 비관적”이라며 “침체된 상황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스캇 패티슨 전미주정부예산협의회(NASBO) 이사는 “많은 주정부들이 예산 절감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며 “다음 경기침체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주정부의 올해 평균 예비비는 예산의 7%에 이른다. 하지만 텍사스와 같은 규모가 큰 주를 제외하면 평균은 5%로 낮아진다. 15개 주의 예비비는 전체 예산의 5% 미만이다. 이는 4년 연속 줄어든 것이다. 지난 2012년의 경우 예비비는 10.4%였다.
예비비가 예산의 5% 이하인 주는 19곳에 달하고 이는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예비비가 10% 이상인 주는 지난해 18곳에서 13곳으로 감소했다.
지난 4월 스탠다드&푸어스(S&P)는 지난 6년간 경기회복이 진행되는 동안 30개 주 이상이 올해(회계연도 기준)와 내년에 예산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P는 “주정부 신용에 당장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많은 주들이 예산 부족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주정부들이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2058년까지는 2007년과 같은 세수초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GAO는 주정부가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는 향후 50년간 지출을 18% 줄이거나 증세를 통해 세입을 18%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주 정부의 의료지원과 공공고용, 투자는 18% 감소했다. 미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주정부 지출은 2007년에 비해 연간 500억달러(16.4%) 감소했다. 일부 주의 경우 같은 기간 공립학교 건설 지출이 45% 급감했다.
◇ 주정부 ‘씀씀이’도 줄어… 상황 더 나빠질수도
미국 주정부의 재정 상황은 씀씀이에서도 드러난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주정부의 고용증가율은 2.4%에 불과했다. 2001년부터 금융위기 전까지는 3.3%였다. 과거 3차례 경기침체 이후 고용은 12% 늘어났었다.
이 같은 현상은 재정 수입을 약화시킨다. 주정부 세금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과거 사례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5~25%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주정부들은 핵심적인 세금 구조를 바꾸기 힘들어 보이는 반면 다른 세금을 올리고 있다. 담배에 붙는 세금을 올리고 마리화나를 규제하고 휘발유에 세금을 더 부과하고 있다. 최소 7개 주는 오는 2016년부터 마리화나를 규제하기로 했다. 일종의 죄악세(sin taxes)를 신설하는 셈이다.
패티슨 이사는 “담배에 세금을 더 부과하고 마리화나나 카지노를 규제하는 것은 주정부의 세수를 늘리겠지만 예산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며 “많은 주정부들이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광범위한 논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구제금융안이 연금 개혁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듯이 미국 주정부 역시 같은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일리노이와 켄터키,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등이 대표적이다.
알래스카와 루이지애나, 몬태나, 뉴멕시코, 노스다코타, 오클라호마, 텍사스,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 등 유전 지대에 위치한 주들도 국제 유가 하락으로 재정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캘리포이나와 콜로라도,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뉴욕 등 개인 소득세 비중이 높은 주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주식시장이 나빠진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연금 펀드 재산의 2/3은 주식에 투자한 상태여서 증시가 하락하면 주정부는 더 많은 돈을 연금 재정에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니콜라스 사무엘스 무디스 부사장은 “지금의 경기 회복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느리고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주정부 역시 과거와는 달리 재정 확충 속도 또한 더디게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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